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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체 Apr 16. 2024

여성의 전유물 코르셋의 용도 변천사


요새는 좀 식상해지긴 했지만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주창했던 탈코르셋 운동으로 유명해진 바로 그 코르셋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코르셋은 중세 시대 십자군 전쟁 때 금욕을 위한 도구로 만들어진 정조대의 원조라고 보는 이들도 있긴 합니다만, 16세기때 프랑스 헨리 2세 부인 카트린 드 메디치 왕비 요즘 시대 태어났다면 페미니스트들에게 쌍욕을 먹었으리라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귀족 여성들의 뚱뚱한 허리 사이즈를 줄이라고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귀부인들이 얼마나 처묵처묵 해댔으면 여왕이 그런 권고를 했을까요.



그래서 역사는 코르셋의 발전에 기여한 이를 메디치 왕비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코르셋의 본명은 스테이(stays)입니다. 허리 비만을 멈추게 하는 도구로 쓰인 의미였을까요? 그런 탓인지 이것은 의상보다는 일종의 교정 도구처럼 보입니다. 상아나, 금속 등의 딱딱한 재질로 만들어져서 허리 단속을 했다고 합니다.


코르셋은 스테이에서 한 번 더 이름이 바뀌게 되는데요. 부드러운 천 소재의 페어 오브 바디 (pair of bodies) 즉, 몸체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신체와 한 몸이라고 해서 붙여진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역시 허리 사이즈를 더 이상 증가하지 않게 묶어 두는 도구로 상당히 오랫동안 일조했습니다.




18세기말에는 반 원통 모양의 소재 및 형태 변화가 있으면서 여성들의 숨통을 좀 트이게 했습니다. 그러다 1800년대 초 하이웨스트 엠파이어 스타일의 유행으로 코르셋의 존재감은 많이 약해졌습니다.


이후 1840년 이후 빅토리아 시대가 오면서 과장된 곡선미를 강조하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가슴과 둔부를 강조하려면 허리가 잘록해야 효과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잘록한 허리 강조로 인해 기절한 이들도 수두룩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이것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임산부에게 최악이라고 알려지자 점점 코르셋을 등한시하게 됩니다.




건강 코르셋으로 돌아온 s-band


 1900~1915년 에드워디안 시대에 코르셋은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재등장하는데 살을 빼거나, 이번에는 몸매를 과장되게 부풀리는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 아닌 건강해지기 위한 도구로 탈바꿈하여 나타납니다. 시초는 1890년대 이네스 가체 사라우트 박사가 최초로 발명하였고 이네스 박사는  몸을 s 자로 만드는 게 척추 건강에 더 좋다고 하면서 이 S-band란 이름으로 1900년대 크게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무렵 브래지어와 거들도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S-band가 허리 건강에 좋기는커녕 척추 건강에 안 좋다고 하니 반짝하던 인기가 사그라드는 것 같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 동안 플래퍼 룩의 등장으로 밋밋할 정도로 마몸매를 선호하게 되면서 코르셋은 슬립 형태로 대체됩니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스타킹이 주인공이었고요. 이래저래 몸을 조이는 도구는 꼭 하나씩 걸치게 만드는 세상입니다.


스타킹이 점령하면서 완전히 사라질 줄 알았던 코르셋은 2차 대전 후 매력 어필 용으로 섹시한 여배우들이 볼륨 있는 몸매를 강조하면서 다시 등장할 기미가 보입니다. 드디어 1940년대 후반 디올의 뉴룩, 소위 모래시계 체형이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폭발적으로 부활합니다.




1950년대까지 디올룩은 크게 유행하면서 이전 시대보다 더 극단적으로 가는 허리를 강조하게 됩니다. 과거 여왕의 명령으로 억지로 살을 빼기 위해 사용했던 코르셋이 1950년대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날씬해 보이기 위한 도구로 태세 전환이 이루어진 겁니다.


그러다 실용주의 패션이 대두하면서 여성들의 실루엣은 비교적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하는데요. 거기에 1960년대에는 소위 스판이라 불리는 라이크라 소재가 개발되면서 속옷에 일대 혁명이 일어납니다.


 코르셋의 분할 점령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뭐랄까 탈코르셋은 이루어졌지만 브래지어, 거들에 스타킹까지 전신에 속옷을 착용해야 했으니까요. 어찌 되었든 속옷은 계속해서 진화하였고 단순한 몸매 보정용뿐만 아니라 섹슈얼하게 어필하는데도 활용하게 됩니다.





1990년대 이후 코르셋은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대신 브래지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페미들의 탈코 운동은 보다 디테일하게 말하면 탈브라 운동이 되어야 하는 거죠.


코르셋에서 브래지어로 대체된 바디 구속 제품이 2000년대 들어와서는, 몸 안이 아닌 몸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10년대 이후에는 아예 속옷의 영역이 아닌 패션의 아이템 중 하나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날씬해 보이거나 섹시해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개성을 표출하는, 소위 멋내기용 패션 아이템으로 코르셋이 등장한 것을 보면 격세지감 제대로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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