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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shion story

루랄 힙스터룩의 기원과 진화

by 무체

미국 브랜드 아베크롬비와 제이크루는 남부 스타일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브랜드다. 최근에는 흑인 눈치 보느라 흑인 모델들을 양념처럼 끼워 넣기는 했으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베크롬비와 제이크루는 백인 선호 사상이 강했던 브랜드였다.

그렇게 미국 백인 사회에서 선호하는 스타일이라 보기에는 근사해도 막상 입으면 간지가 안 나는 이상한 부조화가 느껴지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미국 남부의 농부 스타일에서 루랄 힙스터룩으로 진화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 옛날 한국 농부들은 난닝구에 밀짚모자를 쓰고 일했던 모습만 연상되는데 미국 시골 농부는 근사한 남방을 입고 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남부 스타일의 전형 길모어 걸스의 루크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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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의 가상 지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길모어 걸스 속 루크의 패션은 항상 청바지에 야구 모자 그리고 체크 남방을 입고 있다. 미국 남부는 물론 미국 백인 남성의 전형적인 루랄 힙스터 스타일이다. 다소 마초적이며 보수적인 성향의 그는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가운데 츤데레 같고 나름 남성적인 매력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다. 또한, 카페를 운영하면서 노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성실한 남성상을 보여주었다.


감옥 문화의 영향과 스타일의 변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감옥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감옥에서 미국 남부의 패션 스타일이 유행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자유는 제한되고 복장도 유니폼인 가운데 유일하게 허용된 것은 수염을 기르는 것이었다. 그 세계에서도 나름 힘자랑과 위엄을 과시해야 하는데 멋을 낼 수 있는 것은 수염밖에 없으니 덥수룩하게 기르게 되고, 시간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그것을 어떻게든 근사하고 카리스마 있어 보이게 꾸미기 시작했다. 이런 스타일을 미디어에서 차용하고 대중이 그것을 따라 하면서 새로운 루랄 힙스터룩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요즘엔 다소 붐이 꺼진 듯하지만,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바버 스타일이 크게 유행했다. 머리의 측면과 뒷머리를 짧고 단정하게 가르마까지 잡은 후 수염은 구레나룻부터 정돈해서 기르는 독특한 스타일에 몸에 문신은 필수인 그런 스타일이 요즘 뜨는 MZ세대 건달 패션이라고 한다.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을 보면 덥수룩한 수염에 문신이 가득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종교나 문화, 지역색의 자부심을 강조하기 위해 고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 남성들은 근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서 유행이 되었는지는 알 리가 없고 그저 멋있고 세 보이니까 많이들 따라한 것 같다.


루랄 힙스터룩의 완성

미국 시골 남부 스타일과 감옥 스타일, 이 모든 것들의 혼종으로 루랄 힙스터룩이 탄생하게 되었다. 루랄 힙스터는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추구하면서도 멋스러움과 남성미를 유지하는 게 포인트다. 예전에 프렌즈 시트콤의 로스도 수염 빼고 이런 스타일을 자주 입고 나왔는데, 그때의 로스는 너드미로 유명했다면 거기서 조금 더 멋을 낸, 수염도 기르고 보다 센 캐릭터로 보이게 하면 루랄 힙스터룩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미국의 배우 매튜 맥커너히는 전형적인 루랄 힙스터룩의 교과서 같은 스타일을 보여준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멋쟁이로 털털한 듯 세련되고 멋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나름 소박한 남성미를 구현하지만 이런 것도 가진 자의 여유 패션이라고 볼 수 있다. 진짜 없는 사람이 이렇게 입으면 빈티룩이 아닌 그냥 빈티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일은 뭐랄까 하드웨어가 멋있거나, 유명한 사람들의 겸손미 같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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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랄 힙스터룩에 대한 시각

루랄 힙스터룩이라고 마냥 힙하다고 보기는 그렇다. 사실 중장년층, 그러니까 낭만이 가득한 시절을 풍미한 그 세대들의 향수 어린 패션이라는 점이 작용한다. 그 시절의 정서와 추억을 후세들이 완전히 공유하거나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그들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루랄 힙스터룩을 만들었다고 본다. 그것도 전형적인 시골 남부 스타일을 따라한 것이 아닌 감옥 패션을 따라 해서 혼종룩을 완성했다.


특권층의 빈곤 체험과 비슷하다는 우려도 있다. 가난한 동네를 여행하듯이 유명인이나 부유한 사람이 털털한 척 빈티지스럽게 입고 다니는 것에 모순을 느낀다고 비난하는 거다. 하지만 이는 일부러 구두 밑창을 뜯어서 신고 다니고 양복 소매를 낡아 보이게 해서 입고 다니는 것과는 철학과 의도부터가 천양지차다. 어쨌거나 매튜처럼 남부 태생의 미국 남성이 자부심을 기치로 입고 다니는 것이야 상징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런 스타일을 흉내 내는 것을 정체성보다는 빈곤 관광 같은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 그건 너무 나간 것 같고.


그저 뭔가 그럴듯해 보인다는 겉모습에 치중해서 멋을 내기보다는 시골 남부 스타일의 원조 루랄 패션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이 어떻게 힙한 패션으로 진화되었는지 이해하고 입으면 스타일에 정체성도 살아나고 훨씬 포즈나 감각이 돋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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