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와 리벤지 포르노

by SLOW TREND

구하라와 일명 청담동 유아인이라고 불리는 그녀의 남자친구인 최종범의 진흙탕 싸움은 처음에는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구하라의 남자친구의 고소가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을 때, 가해자는 분명 구하라였다. 유명 여자 연예인의 일반인 남자 친구(어디까지나 사생활이 보호되는 일반인이라는 가정 하에) 폭행은 문화권력을 가진 연예인의 부당한 폭행 처사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최종범과 조선일보의 인터뷰와 잘 생긴 얼굴에 난 선명하고 굵은 스크래치가 남녀의 성별을 떠나 그에 대한 동정 여론을 형성시켰다.


구하라 전 남자친구 최종범의 상처



구하라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흰색의 캡을 쓴 채 민낯으로 포토존에 들어섰을 때만해도 그녀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했다. 목과 팔에 붙인 파스로 그녀는 쌍방 폭행을 주장하고 싶었겠으나 여론은 성별보다 폭행 치사의 정도를 더 눈여겨 봤다. 특히나 구하라는 대중들에게 여성이 아닌 연예인이라는 문화권력을 가진 자로 먼저 인식 되었다. 이러한 프레임이 그녀를 한 일반인 남자친구에게 갑질하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형성시켰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여론은 그녀를 비호하기 보다 비난하기에 바빴으며, '강지영 팝콘각','구하라 전투력'등 이번 사건이 마치 구하라의 잘 못된 품행과 성격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보통의 연인간의 싸움이었다면 혹은 연예인간의 싸움이었다면 여론의 흐름은 이렇게 흐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부분 약자에 대한 동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폭행의 정도를 떠나 여자를 폭행한 것에 있어서 우리는 그것을 잘못이라고 우선적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이번 싸움은 그러한 일반적 선입견에서 벗어난다. 그것은 여성과 남성이 아닌, 연예인과 일반인의 대결 구도에서 여론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프레임안에서 구하라는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처음에 쌍방과실을 주장했던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맞은 것은 그래도 힘쎈 너가 더하면 더했겠지라는 생각이 대중들의 뇌리에 박혔기 때문이다. 구하라가 잠정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이 그녀가 권력과 부를 가진 직업군에 속했기 때문에 그러한 가정은 애초부터 차단 된 것이다.

그런데 리밴지 포르노가 새로운 국면으로 구하라와 최종범의 갑을 관계를 규정했다. 연예인과 일반인의 대결 구도가 아닌 한 순간에 여자를 나락으로 추락시킬 수 있는 비겁한 남성과 포르노라는 약점에 잡힌 여자로. 거기다가 구하라는 대한 민국과 일본에서 활동한 유명 아이돌이다. 그녀의 동영상 유출은 한 여자의 인생에 있어 크나큰 치명타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그동안 여성에게 잠재적 위험군이었던 일반 여성이 겪는대표적인 리벤지 포르노의 사례로까지 부상했다.

그 후, 싸움은 연인간의 사소한 다툼에서 발생한 진흙탕 싸움이 아닌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로 인한 사회적 문제로 번졌다. 더 이상 구하라 사건은 연예면의 가십이 아닌 사회면에서 다루어야 범죄 이슈가 되었다.

그 후 발생한 이슈는 혜화역 시위다. 그리고 그 혜화역 시위는 우리 사회의 몰카와 몰카 범죄에 관한 사법부의 관용에 대한 항변을 담고 있다. 구하라의 리벤지 포르노의 경찰 조사와 처벌은 결국 사법부의 변화된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의 처벌 수위의 효시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사법부가 더 이상의 성대결로 인한 사회 문제 야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구하라라는 대표적인 피해 사례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를 반영해서라도 최종범에 대한 처벌은 이전의 여느 수준보다 높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구하라의 연예계 생활 또한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히 예측해 본다. 구하라의 이미지가 변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귀엽고 깜찍했던 여자 아이돌의 이미지는 더 이상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지 못할 것이다. 남성들에게 있어 구하라는 순종적이고 발랄한 애교를 가진 여성상을 잃었으며, 여성들에게 또한 구하라는 남성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어야 한다. 하여, 구하라가 여성성이 강조된 이미지로 다시 등장한다면 오히려 여성 대중들에게 반발의 대상이 될 것이다.

구하라가 다시 대중 앞에 섰을 때, 나는 그녀가 단발을 하고 청바지를 입고 대중 앞에 서기를 바란다. 그것은 구하라를 TV 브라운관에서 더 보고 싶은 한 사람의 팬으로서의 바람이기도 하다.



구하라2.jpg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구하라



참고로 최종범이 리벤지 포르노가 아니라며 구하라와의 달달한 카톡을 공개했다고 한다. 그래서 뭐를 주장하고 싶은 걸까. 사랑했기 때문에 리벤지가 아니라고?! 리벤지라는 말 그대로 복수다. 그것은 시점이 중요한 것이다. 연인은 모두 한 때 달달했던 시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또한 꺼지는 시점도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마찰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꺼져가는 시점'에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동영상을 보냈다면 그것은 리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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