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에 대한 고백으로부터 시작하자. 나는 레이디가가의 펜이 아니었다. 아니 그녀를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코드에 그녀의 기행이 맞지 않았다. 기행이라고 해도 될까? 아니 지금보면 그녀의 일련의 행동들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기행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기행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 피터지는 팝 시장에서 그녀를 알리기 위한 홍보수단이었겠지하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러나 나같은 구닥다리의 부류의 사람들에게 있어 그녀의 그런 홍보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연일 쏟아지는 레이디 가가의 페션에서 오는 당혹스러움. 그것은 박진영의 비닐옷에 비할 데가 아니다. 나는 지금도 그녀가 소고기 옷을 입고 트로피를 들고 찍은 사진들을 잊지 못한다. 이뿐만아니라 레이디 가가의 패션은 기이하기로 유명한 나머지 '레이디 가가 패션 난이도' 혹은 '레이디 가가의 웨어러블(wearable)' 등의 키위드도 등장할 정도였다.
물론 이런 이미지는 그녀를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시키는 데 크나큰 공을 세웠다. 전세계에 레이디 가가가 본인 자신을 알리는 데 그녀의 패션만큼 지대한 공을 세운 게 뭐가 있을까. 그녀의 노래? 이것은 레드오션이다. 그녀가 뛰어난 가수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녀의 취향에 맞지 않는 노래를 즐겨듣는 이도 있을 것이며, 동일한 류의 노래에서도 훌륭한 가수들 또한 많다. 대체제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패션을 누가 감히 따라했는가. 아니 누가 감히 그럴 엄두를 내겠는가. 그것은 그녀가 단연 독보적이다. 그리고 이것은 취향을 가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가십이다. 남을 헐고 뜯고 흥미거리로 삼기에 좋은 소재는 모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내린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이미지가 그녀의 노래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물론, 그녀의 전략이 어느정도 먹혔다고 생각한다. '어? 이미지와 딴 판으로 이런 좋은 노래를 부르네' 하고 대중들을 휘어잡을 능력이 그녀에게 있으니까. 하지만 나 같이 애초에 스크린을 쳐버리는 사람들도 더러 생겼다. 나같이 노래에 우매한 사람들은 노래를 바탕으로 그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노래까지 판단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처음 그녀의 기행과 도저히 믿기지 않는 패션들을 보며 그녀의 노래 또한 천박하지 않을까 여겨왔다.
그런 그녀가 민낯으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케스팅되었다. 나는 처음에 영화 속 그녀가 누군지도 몰랐다. 그녀가 레이디 가가라는 소식을 듣고서도 믿기지 않았다. 레이디 가가도 저렇게 화장기가 없는 민낯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언빌리블(unbelievable)!
작은 술집의 무명의 가수가 가끔 스트립도 벌이는 소위 천박한 가수가 왕년에 잘나가던 가수를 만나며 대스타가 된다는 이미 클리세가 넘쳐나는 이 영화가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것은 영화의 완성도도 있겠지만, 나는 의문을 던져본다. 레이디 가가가 아닌, 리한나나 아리아나 그란데가 케스팅되었다면 이런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녀의 케스팅이 영화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라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레이디 가가의 삶이 영화 속의 그녀와 궤를 같이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물론 레이디 가가는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성공한 가수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이미지에 가려진 화려하고 기이한 팝스타의 성공이다. 나는 사실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들을 듣기 전까지 그녀를 관심사에 두지 않았으며 그녀가 피아노를 치며 밀리언 리즌(Milion Reason)을 부르며 전직 대통령들 앞에서 어린이들을 돕는 기부를 독려하는 모습도 알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 예고편에서 브레들리 쿠퍼가 너는 이 도시 속의 삶에서 행복해?(are you happy in this modern world)라고 운을 때며, 찾고자 하는 다른 것이 있어?(is there something else you're searching for)라고 물었을 때, 무대 뒤편에서 민낯의 레이디 가가가 결의에 찬 얼굴을 하고 대중 앞에 선다. 그리고 노래한다. 행복한 시간 속에서도 변화를 갈망하는 나를 찾게돼(in all the good times i find myself longing for change). 그리고 선언한다. 나는 한계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내가 다이빙을 하는 것을 봐. 나는 땅에 닿지 않아(i'm off deep end/watch as i dive in/i'll never meet the ground). 지면을 뚫고(crash through the surface) 우리는 지금 그 얕은 땅에서 멀어져 있지(we're far from shallow now).
<스타이즈 본(STAR IS BORN)>의 이 씬은 레이디 가가와 브레들리 쿠퍼가 합을 맞추며 반복한 연기가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하나의 콘서트장을 설계해 놓고 영화가 아닌 콘서트를 찍듯 단 한 번의 호흡으로 밀고 나갔다는 것이 이 씬의 비화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SHALLOW 의 노랫말이 레이디 가가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하는 말처럼 들린다. 물론 레이디 가가는 성공한 팝스타이지만 그것은 그녀와 함께 딸려든 기행과 독특한 홍보전략의 산물이기도 하다.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본연 그대로의 민낯의 레이디 가가가 무대에 서는 것은 그녀의 성공과는 별개의 일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레이디 가가의 팬들에게 있어서는 치장 없는 그녀의 이면의 삶에 대한 응원과 그녀에 대해 무지했던 이들에게는 관종이 아닌 가수로서의 레이디 가가를 재발견 했다는 데서 오는 희열이 섞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 스타를 발견한 나는 그녀가 천박한 이미지 속에서 상처 받지 않고, 끝없는 항해를 마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응원할 것이다.
참고로 브레들리 쿠퍼의 영민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첫번째 입봉작에 레이디 가가를 과감하게 케스팅한 이유에 대해서 그는 "레이디 가가가 지금 이 시대의 최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의 깊고 열려있는 영혼을 느낀데서 케스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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