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츄라이 츄라이! 한번 먹어보고 그런 말해!
*본 게시글의 내용은 디프만 12 - 13기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디프만도 끝난 지 어언 두 달(!)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디프만 회고 올리는 걸 차일피일 미루며 빈둥대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렸네요.
마침 (?) 디프만 14기도 모집 중이고, 많은 분들이 아직도 제게 디프만 관련해서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겸사겸사 제가 한때 몸담았었던 디프만이라는 커뮤니티에 대한 회고를 해볼까 합니다.
만약 디프만 14기 모집이 마감되기 전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디프만이라는 곳에 대해 이해하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저와 함께 디프만을 경험했던 분들이라면 이 글을 추억팔이 식으로 ~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디프만은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가 만났을 때'의 줄임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네이밍인데요.
줄였을 때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디프만.. 괜찮지 않나요?!)
뜻풀이를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무엇을 하는 커뮤니티인지가 비교적 명확하게 보이는 편이니까요.
디프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보기 전, 디프만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디프만은 UXUI 디자이너들과 개발자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서비스를 직접 기획, 디자인, 개발하여 론칭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성 커뮤니티입니다.
기수제로 진행되는 디프만은 한 기수당 보통 4~5개월씩 진행되며, 매주 토요일 정규세션을 가집니다.
규모는 각 기수마다 상이했으나, 제가 회장으로 있었던 12, 13기의 경우
디자이너 3명, 프론트 개발자 3~4명, 백엔드 개발자 3~4명으로, 총 10명이 한 개의 팀이 되어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역대 디프만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들은 디프만 공식 웹페이지에서 보다 자세하게 확인하실 수 있으니 꼭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가 디프만에 들어가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 이전 브런치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전공자로 UXUI 기획/디자인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하다가 UXUI 기획자로 취업을 했습니다.
기획자로 취직을 했지만 디자인 쪽에도 아직 관심이 있어 관련 경험을 쌓아볼 수 있는 사이드프로젝트를 찾던 중 디프만을 알게 되었어요.
디프만에 합격하여 11기 디자이너로 활동한 후, 12기 회장, 그리고 13기 회장까지 연임했습니다.
1년 넘게 멤버로서, 그리고 회장으로서 임했던 디프만은 다음과 같은 강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킹이 가능합니다.
‘다양한 형태’라 함은 단순히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다른 디자이너, 또는 개발자들을 만나고 얘기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취미, 관심사, 같은 동네 - 사람과 사람을 잇는 모든 공통분모를 기점으로 네트워킹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요즘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킹의 기회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디프만에서 가장 양질의 네트워킹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죠.
디프만 멤버 분들은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취업준비생이든, 커리어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서류부터 면접까지,
어쩌면 동아리치고는 조금 타이트한 지원 프로세스에도 성실히 임해주신 거니까요.
(최종합격하지 않으신 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시도를 한 것조차도 저는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삶에 대한 멋진 태도를 갖추고 있는, 거기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그리고 기본적인 실력이 갖춰지기까지 한.. 이런 완벽한 삼박자를 갖춘 사람들만 모아놓은
디프만이라는 커뮤니티에서의 네트워킹은 당연히 항상 너무나도 즐겁고, 만날 때마다 인사이트를 가져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얻었던 인사이트들은 커리어와 관련된 것이 아닌 경우도 많았어요.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것인데요. 디프만에 최종합격하게 되면 자기소개를 작성하시게 됩니다.
위 사진은 제가 디프만 13기 때 작성했었던 자기소개 페이지인데요. 이렇게 운영진과 멤버 모두가 자기소개를 작성하고, 서로 댓글을 달며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멤버들의 자기소개를 보며 여러 가지 활동을 한 사람들을 보며 자극을 얻기도 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취미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디프만에서의 네트워킹 중 또 다른 강점은 제가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활동과 경험들을 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살아온 환경도, 생각하는 관점도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서 단순한 커리어적 인사이트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까지 배울 수 있거든요.
저 역시 디프만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디프만을 접하기 전의 저보다 훨씬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들이 좋았던 나빴던지 간에요.
저는 사실 디프만을 하기 전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은 계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겁쟁이기도 했었죠 (사실 지금도 … 왕쫄보임)
그런데 디프만에서 본인이 계획한 것을 바로 이행해 나가는 멋진 실행력을 가진 분도 만났고, 여러 분야에 몸담으면서 넓은 식견을 가진 분도 만났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 같이 디프만 활동을 하며 멋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조금씩 닮아가려고 노력했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그런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커리어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방향성을 잡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뮤니티!
저에겐 디프만이 그런 존재랍니다.
더 나아가 (당연하게도)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대학생부터 취업준비생, 1~2년 차 주니어분들부터 3년 차 이상 시니어까지, 다양한 분들이 함께 만나 고민을 나누며 해소하거나,
반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보람을 느낄 수도 있는 곳입니다.
둘째, 커리어적으로 좋은 경험이 가능합니다.
디프만에서는 본인의 커리어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디프만의 본질인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멋진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고요.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또 다른 기회들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막혔던 업무에 관해 물어보거나,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이지만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편하게 같은 멤버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어요!
더 나아가 대학생, 취업준비생 분들은 디프만에서 본인이 가고 싶어 했던 회사에 재직 중인 멤버를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커피챗을 신청해서 궁금했던 것들을 여쭤볼 수도 있겠죠?
저도 에이전시에 재직 중이라, 디프만 멤버분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가끔 가다 에이전시에 관심 있는 분들과 만나게 됩니다.
그때부터 갑자기 취업상담 모드 ON..
저도 힘들게 취업을 하다 보니 취업준비생분들에게는 뭐라도 하나 더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직장인 분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ㅎㅎ)
제가 개인적으로 디프만이 커리어를 키우는 데 최적의 커뮤니티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협업에 있습니다.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분들처럼 아직 실무를 겪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현업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해보며 작업 방식을 배우고,
디자이너/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취업준비생 분들의 경우 포트폴리오에 개인 작업물만 있다면, 디프만에서 멋진 분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통해 서비스를 론칭한 경험을 내세우는 것도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키는 좋은 경험일 수 있습니다.
직장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회사에서는 주어진 업무만을 하달받아 작업하는데 급급했다면,
디프만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피력하고 서로 설득하며 멋진 프로젝트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프만을 1년간 하면서 번아웃도 오고 많이 힘들었지만 강점이 숨도 안 쉬고 줄줄 나오는 걸 보면.. 제가 디프만 찐팬임에는 분명한 것 같네요 ㅎ..ㅎ
하지만 모든 것이 으레 그렇듯이 디프만에도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디프만에서 아쉬웠던 점들은 제가 멤버로 활동했을 때, 그리고 회장이었을 때 여러 멤버분들께 들은 내용을 토대로 종합해 보았습니다.
첫째, 네트워킹은 디프만 주 콘텐츠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매 기수가 끝난 뒤 가장 아쉬워하시는 부분인데요.
바로 ‘생각보다 네트워킹이 안된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실제로 디프만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주가 되는 동아리입니다.
4~5개월 안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려면 아이디에이션부터 기획, 사용성 테스트, 디자인, 개발, QA, 마케팅, 론칭과 같이
멤버들과 운영진들이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운영진의 입장으로서는 네트워킹은 당연스럽게도 모든 일정 세팅 후, 시간이 나면 할 수 있는 콘텐츠인 것이죠.
매주 토요일, 디프만 멤버들이 모이긴 하지만, 팀 내에서의 소통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때 멤버들과의 소통이 이어지는 경우는 적습니다.
정규세션에서 진행되는 팀별 발표 세션들도 일방향이기 때문에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코로나가 대유행하던 시기에 멤버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마지막 최종발표 세션을 제외하고는 모든 세션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었습니다.
네트워킹하는데 최악의 조건이죠?
다행히도 저는 디프만에 들어올 때 네트워킹에 대한 니즈가 컸기 때문에 일부러 같은 기수 멤버 분들에게 말을 걸며 돌아다녔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친해진 멤버들이랑 함께 오프라인으로 만나기도 했었고요.
제가 멤버였을 때 적극적으로 다른 멤버들에게 말을 걸면서 네트워킹을 했었기 때문에, 12기 때는 당연히
멤버 분들이 저처럼 활발하게 네트워킹을 하실 거라고 생각하고 네트워킹이나 번개모임 같은 부분에 신경을 상대적으로 덜 썼었어요.
그렇지만 정규세션들 중 일부가 오프라인으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팀 멤버들을 제외하고는 멤버들 간의 네트워킹은 굉장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나중에 멤버 한분 한분 붙잡고 여쭤보니 ‘다른 멤버에게 말을 걸었다가 그 사람이 불편해하면 어떡하지’,
또는 ‘번개모임에 나갔는데 나 빼고 다 친해서 어색하면 어떡하지’ 등의 고민들로 나가는 것을 망설였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러한 니즈를 반영하여 12기 말, 그리고 13기 때부터는 디프만 이전 기수들과의 커피챗, 정규세션을 통으로 네트워킹하는 세션으로 변경하는 등의 기획을 통해
조금 더 부담감 없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마 14기에는 또 다른 네트워킹의 장이 많이 열리겠죠?
14기 운영진 분들의 멋진 기획력을 저는 믿고 있답니다 ㅎ 파이팅 ~
둘째, 팀 바이 팀 내 경험 편차가 크다.
이것도 강점이랑 연결이 되네요.
디프만에서는 서류, 면접 등을 토대로 멤버 분들이 보여준 역량과 강점, 경험들과 자기소개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팀을 구성합니다.
이를 통해서 정말 좋은 분들과 매칭되어 환상의 팀워크를 뽐내며 디프만 활동을 하는 멤버들이 있는가 하면
협업의 정의가 상이한 사람들이 만나 힘들어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죠..?
대면하여 얘기를 나눠보는 면접 과정에서 이를 가려내려고 노력하지만
운영진들도 전문 인사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프만 13기 때는 이러한 팀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했는데요.
앞서 말한 다양한 평가 지표들을 활용해 팀을 매칭하고, 운영진들을 팀 내 2명씩 배치하여
문제 발생 시 이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팀 내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특정 인물이 문제가 되는 경우와,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문제로 번지는 경우입니다.
회장일 때 멤버분들에게 ‘요즘 프로젝트 어때요?’라고 물어보면 ‘좋아요~’라고 하시는데 알고 보면 팀 내에서 갈등이 이만저만이 아닌 케이스가 많습니다.
‘그냥 내가 참고 넘어가자.. 다들 상관없어하는 거 같은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시고 넘어가는 거죠.
절대 참지 마세요. 디프만은 짧은 시간에 끝나는 단기성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4~5개월 동안 본인의 시간을 투자해 가며 참여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팀원 간의 팀빌딩 역시 중요하지만 갈등은 그때그때 해소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운영진들을 적극 활용하세요.
운영진 분들은 이전 기수에 이미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분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멤버분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실 거예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협업의 키워드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팀이 된 이상,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때 상대방의 의견을 배려하고 존중해 주세요.
본인이 평소 직설적이라 상대방이 상처를 받는 상황이 많다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은 조금만 유하게 의견을 나눠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직설적인 것과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내뱉는 말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내 의견이 무조건 맞아라는 생각 역시 팀 프로젝트의 패착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오래 다닌 직장인이라고 해서 대학생의 아이디어를 무시할 권리는 없습니다.
취업준비생의 의견이 직장인의 의견보다 별로다? 이것도 절대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는 있겠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서로 좋은 경험이 되는 디프만 프로젝트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디프만에서의 아쉬운 점이라고는 적었지만 사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하죠.
개인이 정말 네트워킹에 대한, 협업에 대한 니즈가 크다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점들입니다.
저 역시 멤버였을 때 이러한 부분들이 간절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렵게 들어간 디프만, 뽕뽑는다고 (?) 생각하시고 미친 척.. 다른 분들에게 말도 걸어보시고, (경험담)
번개 모임도 열어보시고, 모각작도 열어보세요 ~
물론 열번 시도했을 때 열번 다 성공할 순 없을 거예요.
그치만 그래도 아예 안해보는 것보다는 실패라도 해보는 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11기 때 게더에서 어떤 분한테 말걸었는데 대답이 없으셔서 뻘쭘하게 있다가 옆에서 춤췄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
그리고 힘든 일이 있다면 운영진들에게 꼭 꼭 꼭 ~ 말씀해 주세요.
참으면 병납니다...ㅠ,ㅠ
분량 조절 실패 이슈로 디프만 관련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 회장으로서 회고는 다음 편으로 올려야 할 것 같네요.
올리는 시점이 디프만 14기 마감 하루 전이라 아마 서류에 관련한 내용보다는 면접과 디프만에서 어떤 것들을 중요하게 보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될 것 같아요.
말이.. 너무 많아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