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파미 Sep 05. 2017

나는 일본에 또 오게되었다.

오사카에서의 어느 아름다운 날


One beautiful day in Osaka



우메다에서 관람차를 타고 비 오는 야경을 보다니 너무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밤이다.

배고픔도 잊을만한 멋진 분위기와 나를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눈빛.


이런 줸장할. 왜 남자끼리 이걸 타고 앉아있느냔 말이다. 다른 관람차에 탄 진한 스킨십을 나누는 다른 커플들을 저주하는 건 우리 전문분야다.



첫날 도톤보리의 수많은 인파와 늘 사진에서만 보던 모든 것들을 실물로 확인하며, 정말 허기에 지친 우리는 장고 끝에 오코노미야끼를 선택했다. 딱히 좋아하는 종목은 아니었지만 유명한 맛집이 있다 하니 이런 건 한번 먹어줘야 한다.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허기에 이성을 잃기 직전에 먹어서 그런 건지, 생맥주가 너무 시원해서 그랬던 건지 과연 본토 오코노미야끼는 좀 달랐다. 우선 비주얼에서 먹고 들어간다. 색감이 너무 예쁘다. 

가쓰오부시를 실컷 뿌려가며 생맥주와 함께 계속 들이켰다...가는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아 적당히 먹고 숙소앞 체인점 술집으로 이동했다. 여긴 싸다. 맥주가 300엔에 안주도 보통 300엔 정도. 그래서 왕창 부어댔다. 


이것이 진정한 오코노미야끼로구나! 한국에서 먹었던것은 뭐냔 말이다.




에어비앤비라 조식이 없는 관계로 역시 숙소 근처 라멘집에서 해장을 했다. 제목은 모르겠지만 약간 빨간색의 느낌이 나는 이 라멘이 난 너무 맛있다. 해장엔 최고였다. 가격은 700엔쯤.


이 라멘으로만 두번을 해장했다. 얼큰한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딱이었다.




아침부터 비가 좔좔 와댔지만 대충 쓰레빠 하나 신고 준비해온 우비를 입고 바로 옆 오사카성으로 출발했다.

이런 줸장할. 비 오는 날 싸구려 비닐 우비는 절대 비추다. 습기가 차는 데다 드럽게 덥다. 

10여분 입고 걷다가 다 찢어버리고 그냥 우산을 쓰기로 했다. 뭐 옷이나 몸이 젖는 건 포기다. 포기하고 나니 편하다.

오사카성도 괜히 한번 올라가 보고 근처 역사박물관도 한번 가주고 뭔지 모를 공원도 한바퀴 둘러봤다. 힘들다.

숙소로 돌아가서 씻고 상쾌한 마음으로 문제의 우메다로 향했다. 주유패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음을 꼭 밝혀두는 바이다.


비오는 아침 오사카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브로맨스가 될뻔한 녀석과 한컷 (사진사는 프랑스친구)




밥도 못 먹고 비를 맞아가며 힘들에 찾아간 우메다. 비바람이 너무 들이쳐 우메다 정원은 걷지 못하고 대관람차를 탄 것이 실수였다. 서로 민망한 헛웃음과 함께 서로를 질타했다. 

"크하하하하. 내가 왜 이걸 너랑 허허헝헝커컥허"

"형이랑 비 오는 날 둘이 왜? 캬캬캭캭끄윽끅"



패자뿐인 헵파이브 관람차 이후 부쩍 말이 없어진 우리는 조용히 술집으로 향했다. 어제보다도 술이 더 달았다. 소주와 사케에 생맥주까지 풀로 달려주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웃고있는것 같지만 마음속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오사카코 역에서 내렸다. 물론 절대 유니버설 스튜디오 따위는 가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주유패스를 사용하기 위함임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우선 비가 그치고 난 청량한 날씨가 너무 상쾌했다. 

그리고 어제의 과음으로 전날의 만행을 잊고 또 한 번 덴포잔 관람차에 올랐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우리는 또 한동안 말이 없었다. 멀리 펼쳐지는 오사카만을 바라다볼 뿐.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산타마리아호를 타고 다행히도 바로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다. 

조금 비싼 가격에 망설였지만 가기 전에 카이유칸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만약 들어가 보지 않았다면 많이 후회할 뻔했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들어가 보지 않았으면 어떤지 모르니 후회도 없었겠다. 돈 굳었다고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카이유칸은 절대적으로 볼만한 수족관이다. 생전 처음 보는 생명체들과 엄청난 크기의 고래와 상어를 감상할 수 있다. 잠깐이나마 동심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관람차에서 내려다본 오사카만


산타마리아호를 타고 바라본 덴포잔 관람차


자! 닻을 올려라! 덥단말이다.


안뇽하세요! 전 가오리에요.


전 누굴까요? 못생겨서 죄송해요.


상당히 야릇한 느낌의 해파리



그나저나 아침 일찍 교토를 왔는데 버스노선이 너무나 복잡했다. 버스 노선도가 적혀있는 지도를 받아 들었지만 동선 짜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은각사, 금각사, 청수사 등 원으로 한 바퀴 둘러보는 코스로 다녔지만 정말 하드한 일정이었다. 아기자기한 느낌과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은 좋았지만, 이거 정말 끝내주는데라고 할만한 규모나 감동은 아니었다.


마지막 밤은 맥주로 시작해 한 이자카야의 사장님과의 재미난 대화와 사케로 마무리했다. 더 이상 술집이 운영하지 않을 때까지 마셔주었다. 에라 모르겠다란 심정으로 안주도 마구 시켜먹었다. 왜 그랬나 싶다. 아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교토역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름모를 검정색면 (독특하면서 맛있다)


청수사에서 바라다본 교토시내


청수사 올라가는길은 인산인해다.




술로 시작해 브로맨스를 형성할 뻔하다가 다행히도 다시 술로 마무리한 7월 여름의 여행이었다. 

먹다 죽는다는 오사카이지만 우리는 술로 죽을뻔했다. 

또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예스'

단, 다음번에는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관람차를 꼭 다시 탄다는 조건하에 가능할 것 같다. 



오사카편 끝.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프랑스 여행 (2015.06.09~06.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