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영업만큼 숙명적으로 엮여 있으면서도 삐걱거리는 부서가 또 있을까
나는 나름 ‘마케터’이다.
없어 보이게 왜 굳이 ‘나름’을 붙였냐고?
이유는 단순하다. 세상엔 나보다 훌륭하신 마케터들이 워낙에 많기 때문에…
나는 내 20여 년의 커리어 절반을 광고대행사에서.
나머지 절반을 영업 일선 판매 대리점에서 보냈다.
하고 싶은 것 궁금한 것이 워낙에 많다 보니.
광고대행사에 있을 때조차도 한 부서에 진득하니 있지 못했다.
광고기획팀으로 마케팅팀으로 이벤트팀으로 세일즈프로모션에 스포츠마케팅까지.
참 많이도 옮겨 다녔다.
그러다 보니 주워들은 건 많아도 깊이는 대가들을 따르기 어렵고.
그 흔한 저서나 대표작도 내놓을 것이 마땅치 않다.
그럼에도 나름 마케터이다.
그래서 남들은 쉽게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 빨로
나만 풀 수 있는 썰들이 좀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시대는 한 분야를 깊게 판 스페셜리스트만큼이나
다양한 분야를 두루 알아 통섭(Consilience)을 이뤄내는 제너럴리스트에게도 나름 괜찮은 값을 매길 수 있지 않을까?
자 그럼 이제부터, '마케팅 썰' 그 첫 시리즈를 시작해 보자.
첫 번째 순서로 준비한 이야기는 "마케팅과 영업"에 관한 것이다.
정확히는 회사 내 마케팅부서와 영업팀에 대한.
내가 플래닝과 현장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두 개의 커리어를 각각 10년 이상 씩 겪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되었던 부분인지라,
사실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다.
언젠가 한 책에서 본일이 있다.
마케팅은 '자석', 영업은 '손'. 마케팅이 고객을 끌어당기고 영업이 그 손을 잡아 계약으로 연결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마치 이혼 직전의 부부처럼, 아니, 서로의 존재를 짐처럼 여기는 불편한 '룸메이트'에 가깝다. 당신의 회사도 마케팅은 '감각 없는 탁상공론', 영업은 '전략 없는 막무가내'라며 서로를 헐뜯고 있지 않은가?
나는 광고대행사에서 밥벌이를 시작해 방문 판매 대리점까지 경영했던 사람이다. 말하자면, 번지르르한 '마케팅 판때기'와 피 튀기는 '영업 현장'을 모두 맨몸으로 굴러본 셈이랄까?
광고대행사에 있을 때, 우리는 다양한 광고주들의 마케팅팀과 협업하여 '혁신적인',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보면 어떤가?
전략이 현장의 디테일을 전혀 담지 못한다. 가령, '타겟 고객은 20대 여성'이라고 정해도, 실제 영업을 뛸 때는 70대 할머니가 지갑을 연다. 그러면 영업팀은 "마케팅팀이 헛소리만 한다"라고 씩씩거린다.
반대로 방문 판매점을 운영할 때, 현장에서 뛰는 방판 카운셀러들은 몸으로 터득한 '살아있는' 노하우가 있었다. 그런데 본사 마케팅팀은 "당신의 방식은 구식이다, 데이터가 말하는 전략을 따라라"며 해외 유명 컨설팅 업체의 컨설팅 결과물을 들고 와 흔들며 현장을 무시한다. 결국, 현장은 전략 없이 움직이고, 전략은 현장을 배려하지 못한 채 공허한 메아리만 울리는 꼴이다.
마케팅과 영업은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미워하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관계라는 뜻이다. 사실 이 둘 사이는 ‘적대적’을 뺀 ‘공생관계’가 맞다.
한쪽이 손해를 본다고 다른 한쪽이 이득을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보아온 이 둘은 ‘적대적’이었고,
심지어 '공생'이 아닌 '불협화음'만 내는 사이였다.
예컨대,
마케팅은 '구매 가망 고객 리스트'를 던져주었으니 제 할 일 다 했다고 착각한다.
영업은 우리에게 관심없는 고객 더미를 줬다고 투덜거리며 마케팅을 탓한다.
결론은 하나다. 둘 다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다 회사를 손해 보게 만든다.
나는 이 시리즈를 통해 마케팅과 영업이 '절대적 상호 협조와 보완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론을 아주 구체적이고 뼈아픈 사례를 통해 해부할 것이다.
우선, 첫 번째로 다룰 이야기는 이것이다. "마케팅이 현장을 똥개 훈련시키는 방식"이다.
현장의 쓴소리를 '데이터로 포장된 전략'으로 어떻게 묵살하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줄 것이다.
어떤가? 당신의 회사도 이런 불협화음 속에 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당장 이 시리즈를 읽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글이 끝날 무렵에는 이 두 부서를 '따로국밥'이 아닌 '제대로 된 한 상차림'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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