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늦게 도착하는 시간

월요일 아침

by 엘리스


말이 늦게 도착하는 시간


새벽 네 시에 눈을 떴다.
다시 잠들 수 있기를 바라며 누워 있었지만, 잠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뒤척이는 시간이 길었고, 간신히 다시 잠에 들었다가 다섯 시 반에 일어났다. 그렇게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늘 그렇듯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운전을 하지 않는 삶의 장점은 분명하다. 그 시간 동안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대중교통에는 대가가 있다. 너무 많은 얼굴과 너무 많은 기척을 한꺼번에 견뎌야 한다는 것. 서로의 삶을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월요일 아침의 공기는 이상할 만큼 비슷한 표정들로 채워져 있다. 활기보다는 피로, 기대보다는 부담. 그 얼굴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 남을 보는 것 같지 않고, 마치 내 마음의 단면을 흩뿌려 놓은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또 누구를 만나게 될까.
이 질문이 호기심으로 시작되면 좋으련만, 내 안에서는 대개 걱정이 먼저 움직인다.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길까. 어떤 말이 오가게 될까. 어떤 표정 앞에서 나는 또 나를 돌아보게 될까.


그런데 나에게도 겁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동료가 나를 박해미 같다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텐션이 높았고, 동작은 컸고, 웃음은 거리낌이 없었다. 감정이 얼굴에 먼저 드러났고, 생각보다 말이 앞서 나갔다. 그때의 나는 그것을 생기라고 여겼다. 솔직한 사람이 되는 일쯤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솔직함은 언제나 미덕이 아니었다. 가공되지 않은 감정은 때때로 상대를 피곤하게 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언어는 무심한 칼날이 되기도 한다.


2014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장 송년 모임에서 서로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하나씩 주고받는 일이 있었다. 내 손에 들어온 것은 마스크였다. 큰 마스크 위에 검은 X 표시가 붙어 있었다. 지금도 그 모양은 또렷하게 떠오른다. 장면은 그렇게 선명한데, 이상하게도 그 뜻은 오래도록 흐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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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람 곁에서 일했습니다.그 시간은 늘 보이는 문제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먼저 생각하게 했습니다. 일과 삶의 틈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 상처와 회복의 시간을 천천히 적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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