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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그릿 Jul 12. 2021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글을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란 명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물음이다.



기록하는 삶이란 일상을 끊임없이 살피고 스스로를 관찰하는 일이다.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에 따라 어떤 글을 쓸 것인지가 결정된다. 역으로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가 결정되기도 한다. 바라는 모습이나 바라지 않는 모습을 글로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난,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어떻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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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덧없는 고민을 무려 270일을 넘게 하고 있던 모양이다. 뭐 얼마나 대단한 걸작을 남기겠다고 그랬는지. 뭘 그렇게 잔뜩 힘주고 있던 걸까.



성공에 대한 갈망이 담긴 열정적, 동기부여적 글을 쓰려하니 내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이려는 일상의 몸부림만으로도 이미 한도 초과였다. 위로와 힐링을 건네는 글을 적자니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깊이 관여하기에는 태생부터 개인주의자인 내 성정에 무리가 가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결국 외통수다. 이리 보고 저리 살펴도 결국은 시답잖은 소소한 일상의 기록으로부터 시작해나가는 길 밖에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일상에서 보편적 정서를 도출해내는 만이 그나마 내가 쓸 수 있고 살아갈 만한 유일한 길인 듯 싶었다.



미리 한계선을 그어놓고 안 될 구실만 찾는 답정고찰인지 모르겠으나, 애초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을 스스로 구별할 수 있는 메타인지가 웰빙에 이르는 첩경 아니겠는가.



어차피 글이든 삶이든 잘 된 남의 것을 베껴놓고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건 별로 매력이 없다. 개인적으로도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다. 글감을 만들어내려고 자연스럽지 않은 '짓'을 굳이 찾아다니는 것보단, 하루하루의 별 것 아닌 일들을 더 잘 '우려먹을 수 있도록' 세밀하게 관찰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벌써 식상해진 경구를 다시 떠올려본다. 가장 개인적인 삶의 기록이 가장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장 개인적이고도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숨김없이 꺼낼 때, 가장 창의적인 글로 적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글들을 끝도 없이 써나갈 수 있는 이, 남부럽지 않은, 제일 잘 사는 인생않을까.



그래서 270일 만에 다시, 써보려고.

이제 앞으로 끝도 없이 써나가보려고 한다.

막상 쓰고 나면 또 별일도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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