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테잎] 지나간 여름이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 위수의 음악과 글
용기내어 녹음한 첫 곡부터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음악의 여정은 다양한 형태로 이어집니다.
<믹스테잎> 시리즈는 뮤지션의 진심을 음악과 함께 담는 기획입니다.
위수
싱어송라이터 위수는 사랑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자신만의 어조로 담담하게 풀어놓습니다. '앨범' 단위의 작업을 좋아하는 위수는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스토리와 컨셉이 명확하게 들리고, 보이는 작업으로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벅찰 감정들을 정제해 차곡차곡 담습니다. 위수 인스타그램간직하고픈 여름, 위수의 EP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 프로젝트
▪️위수 EP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 <날씨 맑음>
날씨가 제법 더워진 듯해요
그대는 어디서 무얼 하는가요
시간은 없고 핑계만 대고파
여길 당장 떠나고 싶다면 숨을 크게 쉬어봐요
여기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죠
맑게 개인 날씨 그 어디쯤에 우리 마음이 여기 함께 있다는 게 중요해요
언젠가부터 나는 늘 앉은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르고 내리 밤을 새며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됐다. 체력이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고 편곡을 하는 일이 규칙적인 시간에 시작하고 끝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일을 몰아서 할 때면 늘 건강이 악화되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오래 앉아있는 탓에 상·하체는 분리되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면 그제야 나는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서 밖을 나선다! 상쾌한 바람을 들이마시러, 눈에 푸르른 것들을 담으러.
멀지 않은 곳이어도 좋다.
▪️위수 싱글 Have A Good Night with Collins <우리에게 쏟아지는 별들을 feat. 구원찬>
니가 이 넓은 바다라면 나는 기꺼이 빠져들어
가끔 너무 높아 입술 아래까지 차 올라
넘실댈 때에도
아마 너는 고요히 잔잔히
나를 안아줄 거야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면 무작정 배낭에 화장품 샘플과 책 한 권, 필름카메라, 여분의 옷 한 두벌 넣는다. 배낭을 메고, 한쪽 어깨에는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건반악기를 매고서 서울역으로 간다. 강릉행 티켓을 끊고 열차에 올라탄다. 숙소는 가는 기차 안에서 예매한다.
강릉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좋아하는 바다다. 어느 바다보다 제일 맑고 푸르다. 그래서 제일 자주 걸음했다.
점심쯤 도착하면 숙소에 체크인부터 한다. 악기는 숙소에 내려두고서 바다를 보러 간다. 해안 길을 따라 쭉 걷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에 가득 채워서 걸으면서 걷고 또 걷는다. 귓가에는 파도 소리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담고, 눈에는 마음껏 푸른 바다를 담는다.
그러면 살 것 같았다. 걷고 걷다가 나오는 카페거리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나 와인을 산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술을 홀짝홀짝 마시며 챙겨온 작은 건반악기를 연주한다. 그러다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 숙소 창문을 열면 바닷소리가 들린다. 그럼 그 바닷소리를 한참 듣다가 다시 잠에 든다. 그런 날을 하루라도 보내고 오면 금세 다시 충전이 된다.
▪️위수 싱글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아름다워>
저 빌딩 숲은 화려하게 빛이 나고
저 하늘 위 별들은 소소하게 빛나는데
넌 어떤 사람이고 싶어 내게만 말해봐 들어줄 준비가 돼 있어
이리 와 이리 와 이리 와 이리 와
서로의 품에 안겨 아름다와 아름다와 아름다와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아름다와 아름다와 아름다와
작업하다 너무 답답할 때면 내가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갔다. 그건 바로 ‘옥상’이었다. 예전에 지내던 오피스텔 옥상은 정원처럼 되어있었다. 그곳에서 가끔 건물 아래의 풍경을 내다 보며 음악을 듣기도 하고, 작업하다 귀가 피곤한 날이면 귀를 쉬게 해주러 아무것도 듣지 않은 채로 멍하니 있었다. 다른 소리를 듣는 것이다. 바람 소리, 자동차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같은 것들 말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일은 재미있다. 괜히 세상을 구경하는 느낌이 든달까. 그렇게 몇 분 옥상에서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환기가 된다.
▪️위수 싱글 편지 <편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면서
무슨 일 있어도 나는 널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
아직도 그 마음 변치 않았어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사람은 평균적으로 하루 3천 개의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말이 필요하지 않은, 혹은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지만, 말을 해야만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혼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그러면 친구에게 괜히 전화를 건다. “뭐해?”라고 첫마디를 건네면, 친구는 알아서 눈치를 챈다. ‘얘 심심하구나.’
그럼 그때부터 3천 개의 단어를 쓰기 위한 우리의 수다는 시작된다.
▪️위수 EP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
내 여름을 너에게 맡길게
저 푸르른 잎도 언젠가는 녹슬어버리고
우릴 감싸는 이 습한 공기도 사라지겠지
그렇다고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
지나간 여름을 생각하지마
기억은 여기 이 가슴 속에 남을 거야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함께 일거야
근래에도 역시나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앨범 작업과, 텀블벅 준비와 발매날 당일 공연까지. 예민했다. 예민하지 않으면 안됐다. 내가 준비하는 것들을 철저히 준비해야 했으니까, 실수하면 안되니까.
그렇게 날이 서 있는 날들을 내내 보내고, 모든 것이 끝이 나서야 나는 원래의 나로 돌아온다. 그렇게 휘몰아치듯 일을 끝내고 나면 어디도 나가고 싶지 않다. 그냥 누워있다. 계속 누워있다. 나의 기력이 100% 충전될 때까지 누워있는 것이다.
여름 내내 일에 치여 지내느라 휴가도 못 갔지만,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 것이 많아서 뿌듯하다. 내 여름을 이번 앨범과 맞바꿨다.
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좋다. 돌아보면 가장 뜨겁게 보냈을 여름이 될 것 같다. 그 무엇도 안타깝지 않다.
▪️위수 EP 영원한 인사 <영원토록 빛나는 끝>
난 사라질 수많은 처음보다
너의 곁에서 영원토록 빛나는 끝이 되고 싶어
소중한 내 마음을 말하는 순간
사라질까 겁이 나지만
안녕하세요, 위수입니다. 오랜만에 EP 앨범으로 찾아뵙게 되었어요! 재충전이라는 주제로 몇 자 끄적여 보았는데요, 잘 읽으셨나요? ‘재충전’이라는 주제답게 무겁지 않고 조금 가볍게 글을 써보았어요.
여러분은 휴가 다녀오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발매가 된 지금에서야 조금 쉬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텀블벅이 종료되면 다시 포장을 하러 가야 해요. 그래도 여러분께 제 마음까지 정성스레 잘 담아서 보내드릴게요.
열심히 달리다가도 각자의 방식으로 천천히 쉬어가시기를! 쉼이 있어야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저도 모든 것이 끝나면 여러분과 언젠가 만날 그 날을 위해 열심히 재충전해서 돌아올게요. 보고 싶어요,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릴게요!
편집 estelle
디자인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