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진짜 새해! 꾸준히 다이어리를 쓸 수 있는 방법은?
안녕하세요, 에디터 berry입니다. 새 지저귀는 소리가 부쩍 많이 들리는 걸 보니 완연한 봄이네요. 전 이맘때면 꼭 학교에 가는 꿈을 꿉니다. 3월은 새학기의 계절인 걸 몸이 기억하나봐요. 겨울 동안 움츠러든 마음을 펴고, 새해 나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 스스로를 꾸짖기도 하는 시기이기도 하죠. 새학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정리와 기록의 달인들인 문구 창작자들에게 비결을 물어보았습니다.
내 다이어리에는 "고양이"가 산다! 정사각구리 창작자
저는 글보다는 그림으로 기록하는 게 더 편한 사람이에요. 하루를 기록하는데 글이 길어지면 손도 아프고 작심삼일로 끝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가볍게 그림 위주로 다꾸를 하고 있습니다. 그림이라고 많은 정성이 들어가지는 않아요! 검은 펜으로 가볍게 스케치하고 마카로 쓱싹 색칠해서 붙이면 완성이에요. 가끔 우울한 날, 제가 기록한 그림과 하루들을 돌이켜 보면 위안이 되더라고요. 또 어떨 때는 삐뚤빼뚤한 그림들을 보며 웃음 나기도 해요. 가볍게 다꾸를 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 드려요.
다이어리를 꾸밀 때 마카를 정말 많이 활용하는 편이에요. 마카는 부드럽고 색깔이 잘 표현되어서 글과 함께 그림을 기록하기에 정말 좋더라고요. 특히 검정 펜으로 그리고 싶은 음식이나 장소를 스케치한 후, 마카로 대충 색칠해도 분위기 있어 다꾸 필수템으로 추천드리고 싶어요 :) 다양한 마카의 색깔을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한 가지 단점은 마카가 뒷장에 비친다는 점이에요. 저는 기록한 다음 페이지를 건너뛰거나 마카 전용지에 그린 후 그림을 오려서 붙이고 있어요.)
마카는 Alpha(알파) 회사의 'Design Marker'와 'Brush Marker'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펜 모두 양 끝에 가는 버전, 굵은 버전 2가지 종류의 펜촉이 있어요. 'Design Marker'는 한쪽 끝이 얇고 뭉특하고 'Brush Marker'는 한쪽 끝이 붓처럼 생겨 섬세한 작업이 가능해요. 알파 회사의 마카는 가격도 괜찮고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다이어리가 심심하다면, 그림을 접어 붙여 보세요! 좋아하는 풍경 사진이나 그림을 그린 후 반으로 접어 밑의 부분만 풀칠하여 붙이면, 한 번 접는 것만으로 입체 다이어리가 탄생해요. 아니면 미니 봉투를 접어 아끼는 엽서를 쏙 집어넣는 방법도 있어요. 다이어리를 감상할 때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봉투를 열어보기도 하고 반으로 접은 사진을 열어보면서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어요.
내 다이어리에는 "고양이"가 산다! 프로젝트는 다이어리 꾸미기의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준비하게 됐어요. 팝업카드는 펼치기 전에는 설렘을, 펼친 후에는 입체적인 세계를 마주하는 행복을 주더라고요. 팝업의 매력에 퐁당 빠져 팝업 카드(및 팝업책)를 공부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 고양이 영상 모음집을 보는데 어쩜 그렇게 귀여운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키우진 못해서 아쉬움을 달래고자 고양이 팝업을 만들게 됐어요. 다이어리를 열 때마다 튀어나오는 고양이 팝업을 보면 힐링이 되더라고요. 만드는 과정과 만든 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다른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프로젝트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25가지 소소한 도전 < B.I.N.G.O ! > 크레센도 창작자
다이어리 한 장 망치면 다음 장 쓰기 싫어지는 분들 있나요? 막 쓸 수 있는 종이에 먼저 메모라고 생각하고 적어보세요. 그다음 다이어리에 정돈된 글로 옮기는 거죠. 저는 다이어리나 일기를 쓸 때 아무렇게나 휘갈길 수 있는 노트를 항상 곁에 둡니다. 떠오르는 대로 아무 말, 아무 단어나 끄적이다가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고 내가 무엇을 기록하고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정해지면 그때 다이어리와 일기에 가지런히 정리해서 쓰는 편이죠. 다이어리에 지운 흔적이 남는 게 그렇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다이어리를 쓸 땐 깔끔하게 옮겨 적고 싶어 했어요. 어떤 때에는 일기보다 메모가 더 빼곡할 때도 있습니다 :)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끄적이던 노트 또한 하나의 일기장이 되더라고요. 일기나 다이어리에 적지는 않았지만 순간순간 떠오른 나의 생각, 의식, 고민의 흔적이 남아있는 노트도 일기만큼이나 소중히 간직하는 편입니다.
메모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제 메모 방식을 알려드리자면, 눈에 보이는 곳에 항상 펜과 메모지를 두는 것이에요. 너무나 사소한 방법이지만 가까이 두는 게 중요해요. 늘 곁에 두고 지금 생각나는 아무거나 막 적어보는 거예요. 정말 뜬금없이 스쳐 지나간 단어조차 그냥 끄적여봅니다. 그렇게 한 페이지를 어느 정도 채웠을때 적혀있는 메모들을 읽어 보면 오늘 해야 할 일이 정리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보고서 제출-초코케이크-강아지 산책 이런 조각난 단어들을 한눈에 보면 ‘아, 오늘 강아지 산책 다녀오는 길에 초코케이크 사 와서 보고서 제출 해야겠다’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책/영화/그림 빙고노트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입니다. 이전까지 저는 올해에는 책을 몇 권 읽고, 영화는 몇 편 봐야지 등 소소한 목표들을 막연히 속으로만 다짐하다 보니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나와의 약속을 눈에 보이는 리스트로 만들어서 하나씩 실천해 나갔습니다. 실천에 성공한 리스트를 쭉 읽어보는데 취향이나 선호하는 분위기가 정말 한결같더라고요. 스릴러 영화, 독립 영화는 단 한 편도 보지 않았고 책은 항상 유명한 베스트셀러나 한국소설 위주로 읽었거든요. 안 그래도 알고리즘이 비슷비슷한 취향만 권유하는 요즘, 어떻게 하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학창 시절 즐겨 했던 빙고를 떠올리고 아이디어로 구체화해나갔어요. 빙고 노트를 통해서 취향을 넓혀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당신을 위한, 10단계 프로젝트 플래너 우독 창작자
저는 손재주가 좋지 않아 스티커나 마스킹 테이프로 꾸미는 대신 글로 종이를 빼곡히 채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주로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써서 노하우라고 하긴 부족하지만 다이어리는 나를 위한 공간이라는 걸 기억하고,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생각하고 적어요. 예쁘거나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부담 없이 영감이 되는 글귀, 사람들, 음악 등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알아보기 쉽게 애정을 담아 씁니다. 언제든 스스로 리마인드할 수 있도록 칸을 가리지 않고 적어둬요. 누가 보면 악필에 너저분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펼쳐 보면 마치 내 물건이 가득한 방처럼 아늑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어떤 어려운 일도 10단계로 쪼개면 해낼 수 있다”라는 말에 영감을 얻어 플래너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진로 선택을 앞둔 중요한 시기였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는데도 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요. 나의 환경이나 애초에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닐까 자책하던 중 저 말을 들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을 뿐이구나’ 싶어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해본 분들을 위해 일정 관리에 그치지 않고 보다 큰 목표를 위한 플래너를 만들고 싶었어요. 꿈이 많지만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을 위한 프로젝트 플래너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도 10단계로 쪼갠 덕에 완성될 수 있었답니다!)
일상 속 쉼표를 수집해보세요. 제비다방 콜렉팅북 리에이크 창작자
다이어리를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 놓고 나면 한 달을 생생하게 잘 산 것 같은 보람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데에 영 재능이 없었던 저처럼 똥손인 분들이 많을 듯한데요. 다꾸의 꽃은 스티커랍니다. 요즘 스티커들은 감성 가득한 것들부터 귀엽고 앙증맞은 스티커들까지 정말 다양해요.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붙일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마스킹 테이프, 그날의 날씨 또는 나의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날씨 스티커, 잊어서는 안되는 일정을 메모할 때는 눈에 띄게 기록하기 위해서 떡 메모지 스티커를 함께 많이 사용해요. 저는 날짜별로 일정을 정리하고 그날그날 있었던 일들을 적는 것 말고 조금 더 내 취향을 듬뿍 담아서 페이지를 꾸며볼 수 없을까 하다가 전자 다이어리를 애용하게 됐어요. 독특한 콘셉트의 다이어리 템플릿이 많더라고요.
어디서 기록하는지도 중요해요. 저는 주로 주말에 동네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다이어리를 씁니다. 내 취향이 가득한 공간에서 향긋한 커피 냄새를 맡으며 일정을 정리하고 다이어리를 꾸미다 보면 그동안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고민들은 어느새 잊혀요.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여유를 누리고 있는지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죠. 커피를 좋아하기로 유명했던 작가 ‘이상’ 은 다방이라는 공간에 특히 애정이 남달랐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비라는 다방을 직접 운영하며 동료 문인들과 함께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단편소설 <날개>에도 경성역 티이룸에 머무르며 주인공이 위안을 받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지도에 표시할 수 있는 제비다방 콜렉팅북은 공간에서 받은 위로를 공유하고자 기획하게 됐습니다.
실패도 자산이다! 실패를 기록하는 [해피 실패 클럽] 해피트럭 창작자
하루 중 좌절하거나 막막함을 느꼈던 일들을 솔직하게 기록해왔습니다. 차차 기록이 쌓이고 나니 제가 어떤 이유에서 좌절을 겪는지 파악할 수 있더라고요. 감정의 출처를 몰라 헤매는 일이 줄었고, ‘나는 이런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인정하고 나니 제게 좀 너그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순간의 감정들을 잘 기록하는 일이 나를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알고 난 뒤에 더 많이 기록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듭할수록 감정을 기록하는 일이 쉬워지기는커녕 매번 어렵지만요.
스티커의 시대는 가라!(사실 가지마라!) 이제는 도장을 찍을 때입니다. 기록도 성취감이 필요하더라고요. <해피실패클럽>은 초등학교 숙제로 일기를 제출하면 선생님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는 것에서 떠올렸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성공은 물론 실패에도 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패는 자산이라면서 왜 쌓일 때마다 목이 막히는지 실패가 두려워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저를 보며 ‘나만 이렇게 실패를 두려워하는 걸까?’, ‘실패를 여럿이서, 대놓고 한다면 실패가 덜 무서워질까?’ 생각했습니다. 해피 실패 클럽은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실패라고 못 박힌 노트에 실패 기록을 남기고, 실패 도장을 찍고, 실패를 공유하며 서로의 실패를 응원하면 어떨까 하고요. 성공했지만 애매할 땐 ‘얼떨결에 성공’을, 실패를 하긴 했지만 그 실패는 온전히 내 탓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영문모를 실패 도장’을 쾅! 내려찍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시도를 거듭하는 우리의 모습이 위풍당당해질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다꾸라면 나도 뒤쳐지지 않아.
여러분의 다꾸를 자랑해주세요! 텀블벅 인스타그램/트위터에서 소개해 드릴게요.
인터뷰, 편집 홍 비
인터뷰이 및 이미지 정사각구리, 크레센도, 우독, 리에이크, 해피트럭
디자인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