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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Mar 23. 2020

법 밖의 가족을 위해 ‘생활동반자법’을 제안한 황두영

생활동반자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즐거움’을 찾으리라 기대합니다

최근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는 '비혼'입니다. 매번 모일 때마다 '비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비혼을 찬성하는 이도, 비혼을 원하지만 주변의 시선 혹은 타인의 압박에 의해 어려울 것 같다고 하는 이도, 비혼을 반대하는 이도 결국 이야기 말미에는 "그런데 혼자 살다 아프면 어떡해?"를 넌지시 꺼냅니다. 김하나, 황선우가 공동 집필한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거인이 아프지만, 법적으로 보호자가 되어줄 순 없었던 내용에 크게 공감이 되었고요.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돌봄 공백'이라는 새로운 문제도 뒤따르게 되었지요. 이미 몇몇 다른 국가에서는 PACS(팍스)나 SAMBO(삼보) 등 1인 가구 및 결혼이라는 제도에 불만을 가진 이들을 위한 제도를 실행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황두영 자유기고가가 국회에서 7년간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근무하며 '생활동반자법'을 제안했습니다.

황두영 자유기고가는 '생활동반자법'이 우리 사회가 가진 깊고 넓은 외로움의 중요한 대안이라는 생각 끝에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시사IN과 손을 잡고 텀블벅 북펀딩까지 진행했습니다. 어쩌면 '생활동반자법'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에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고, 인터뷰를 끝낸 뒤에는 '함께 사는 즐거움을 찾기를 기대한다'는 말이 마음에 깊게 새겨졌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을 준비하고, 책까지 출간했습니다. 자유 기고가로도 활동 중이시죠. 텀블벅 후원자님들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국회에서 7년간 보좌진으로 일했어요.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쓰고 제 의견을 얘기하고 싶어서 지금은 주로 시사평론을 쓰는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사IN <불편할 준비> 코너에 연재 중이고, 조만간 정치 교양 팟캐스트로도 인사드릴 듯해요.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적 감각을 대변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얼마 전 <혼자도 결혼도 아닌 생활동반자, ‘외롭지 않을 권리’>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지요.

텀블벅 통해서 너무 많이 응원해주셔서 일단 너무 감사하고요. 책의 실물을 보지도 않고 구매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만큼 생활동반자법을 기다리는 분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책을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잘 알려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기더라고요.


<외롭지 않을 권리>를 집필한 황두영 자유기고가. (출처=시사IN)


그렇다면 어떤 계기로 시사IN과 책을 준비하고, 또 텀블벅 펀딩을 하게 된 건가요?

보좌진으로 일하면서부터 시사IN과 공동작업을 많이 했어요. 시사IN이 좋은 기획 기사를 잘 쓰는 시사주간지라서, 긴 호흡으로 짚어야 하는 이슈에 적합한 매체거든요. 그러면서 시사IN 기자들과 가까워졌고, 저자로 추천을 받아서 <불편할 준비> 코너에 연재하고, 책도 함께 만들게 됐네요. 책의 주제가 우리 사회의 장기적 과제에 대한 것이니까, 언론사 출판국과 하는 것도 상생이 되겠다 싶었어요.


펀딩 스토리를 보니 책 집필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셨다고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퇴사하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것저것 해보자 약속한 일들이 너무 많네요. 돈은 못 벌고 있는데 너무 바빠요. 시사IN 연재도 계속하고 있고, <외롭지 않을 권리>와 생활동반자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도 가능한 많이 하고 있어요.

곧 새 팟캐스트도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팟캐스트, 유튜브 등에서 정치 프로그램은 많은데, 너무 당장 일어나는 사건 중심이고 또 가짜뉴스의 선을 넘나들 정도로 편파적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콘텐츠의 한계를 넘어서, 좀 더 한국 정치를 깊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팟캐스트고요, 한국 정치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책을 소개하면서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홍보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아직 제목을 못 정했네요. 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팔로우해 주시면 시작 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책 발송이 시작되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진 않으셨나요?

많이 힘들죠. 국회에서 일하면서 별명이 ‘글 자판기’였을 만큼 글을 써내는 덴 좀 자신 있었는데, 책을 쓰는 건 또 다르더라고요. 내 글이 독자들의 돈과 직접 교환되는 거잖아요. 최저임금으로 두 시간은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주고 사도 후회하지 않을 책이란 건 뭘까, 돈 아깝단 느낌은 안 줘야겠다고 생각하면 가끔 너무 무섭기도 했어요. 그래서 다각도로 고민하면서 썼습니다.


본격적으로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여쭤볼게요. ‘생활동반자법’을 떠올린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어디에서 착안하신 건가요.

90년대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 파트너십 등록법을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에도 소개되기 시작했어요. 아직 우리 사회에선 먼 일이 아닐까 생각했었지만, 국회에서 다양한 정책을 다루면서 점점 우리 사회에 시급하게 필요한 제도라는 확신이 생겼죠. 폭증하는 1인 가구,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 결혼 제도에 대한 불만 등을 보면서 획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할수록 생활동반자법은 한국 사회에서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사람 가족을 꾸려도 괜찮지 않나요? (출처=시사IN)


생활동반자법에 있어 개인의 안정감이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안정감을 안겨주는 필수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글쎄요, 사실 불안함은 사는 내내 싸워야 하는 문제 같아요. 개인적으로 어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그렇게 믿는 편은 아닌 듯해요. 사람이 서로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선 사랑 자체보다도 사회적 조건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편이고, 그래서 오히려 개인 차원의 관계보다는 관계에 대한 제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네요.


‘생활동반자법’이 정식 법안으로 제정되기까지 현실적으로 많은 벽이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관련 법안을 준비하면서 느끼셨던 장벽은 무엇이었나요.

‘동거는 철없는 청년들이 하는 것이다’, ‘동성과 살도록 하면 동성혼의 전초가 된다’ 등의 편견을 넘어서는 게 가장 힘들죠. 사실 생활동반자법을 차근차근 설명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 자신이 있거든요. 그런데 정치권의 빠른 속도, 권력 논리 속에서 새로운 정책인 생활동반자법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갖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책을 쓴 거예요. 반대하든 찬성하든 일단 읽어봐 달라, 책에 원 없이 설명했어요.


장벽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연대가 필요할까요?

사실 건강하고, 돈벌이하고 그럴 땐 혼자 살 수도 있거든요. 물론 외롭지만요. 생활동반자법이 가장 요긴하게 필요한 건 나이 들고, 아프고, 돌봄이 필요하고, 사회복지 혜택을 받아야 할 때예요. 고령화로 늙어서 혼자 살아야 하는 분들이 많고, 그분들도 친구랑 같이 살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생활동반자법이라고 하면 또 반대하죠. 그러니 부디 다양한 세대, 계층의 분들께 생활동반자법을 알려주세요. 우리 사회의 돌봄 공백은 누구나 겪는 문제니까 다른 세대, 계층 사람들은 당연히 이해 못할 거라는 선입견은 갖지 마시고요.


점차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이에 대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지만 정작 ‘생활동반자법’에 대해서는 입법자들이 다소 외면한다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주변을 설득해나가면 정치인들은 금방 변해요. 어차피 여론을 따라가니까요. 고령화와 빈곤 1인 가구의 폭증에 대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 정치권도 골머리가 아파요.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생활동반자법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함께 만들어나가기만 하면 돼요. 우리가 바뀌는 게 어려울 뿐, 우리만 바뀐다면 정치도 따라서 바뀌어요.


이제 '돌봄 공백'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출처=시사IN)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됐을 때의 미래를 그려 본다면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즐거움’을 찾아갈 것이라 기대해요.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른 속도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즐거움을 잃어가고 있어요. 누구와 함께하는 것이 위험요소가 되었기 때문이죠. 조금 더 부담 없이, 낮은 장벽으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해요.


결혼과 비교를 하는 것이 다소 어불성설일 수 있겠습니다만, 결혼 제도에는 반대로 이혼이라는 절차가 있잖아요. 그렇다면 ‘생활동반자법’에도 결속을 끊는 절차가 있을까요.

생활동반자법에서 만나서 같이 사는 것만큼이나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해요. 헤어질 땐 둘의 입장과 이해관계와 달라지니까요. 생활동반자법인 생기면 이혼처럼 공동형성 재산에 대한 재산 분할을 할 수 있고, 가사노동의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어요. 또 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정폭력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고요. 동거인 간의 폭력, 살인은 정말 빈번히 일어나요. 생활동반자법이 있어야 ‘안전이별’ 할 수 있죠.


다른 나라에서는 ‘생활동반자법’과 비슷한 법이 제정되어 있는지 궁금해요.

프랑스 ‘PACS(팍스)*’나 스웨덴 ‘SAMBO(삼보)*’가 유사한 법이고, 이미 각각 20년 이상 역사가 쌓였지요. 전반적으로 사회결속을 높이고 출산율도 높였다고 평가되고 있어요. 미국, 일본 등에서는 지자체나 주별로 파트너십을 인정하기도 하고요.

(*PACS(팍스) 시민 연대 계약 제도, *SAMBO(삼보) 파트너등록법, 스웨덴어로 동거인을 뜻함)


프랑스에서 ‘PACS(팍스)'라는 시민연대계약 제도가 자리를 잡은 것이 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은 ‘팍스’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기본적인 정신은 유사해요. 내용도 비슷하고요. 시민들이 서로 돌보며 함께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장려하고, 사회복지 혜택을 보장한다는 점에서요. PACS를 직역하면 ‘시민연대협약’이에요. 다만, PACS는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이성 커플, 가족 구성권을 요구하는 동성 커플의 투쟁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법이라서 아무래도 연인 관계가 중심이에요. 반면 생활동반자법은 폭증하는 돌봄 공백, 다양한 관계에 대한 요구가 배경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연인 외의 다양한 관계도 포섭하죠.


<외롭지 않을 권리>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출처=시사IN)


<생활동반자법>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한 발자국 내디딘 느낌이에요. 이후 계획은 어떠신가요?

사실 저는 조금 더 먼저 생활동반자법을 고민하고 연구할 기회를 가진 사람일 뿐이에요. 생활동반자법에 공감하는 더 많은 분들이 창의적이고 역동적으로 앞으로의 길을 만들어 주시리라 기대해요. 제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언제나 힘을 합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텀블벅 후원자 분들과 ‘생활동반자법’을 지지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외롭다’는 개인적 감정은, ‘권리’라는 공적인 개념과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사실 우리의 외로움은 꽤나 정치적인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누가, 왜 외로워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어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많은 노력을 조금만 정치적으로 써보는 건 어떨까 제안드립니다.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더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해주시고, 더 적극적으로 요구해주세요.



황두영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진선미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근무했습니다. 국회에서 처음으로 '생활동반자법' 명칭을 만들고 내용을 제안했습니다. 현재는 시사IN에서 <불편할 준비> 코너를 연재 중이며, 시사IN과 함께 텀블벅에서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다룬 <외롭지 않을 권리>라는 책으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진행_권수현 PR 매니저 | 이미지 제공_황두영


텀블벅에서 진행된 <외롭지 않을 권리>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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