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종양 4기
날이 좋아서 잠깐 산책을 나왔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여정이었는데, 세 종교에서 영업을 당했다.
각각의 종교 모두 같은 책을 기반으로 시작한 듯했다.
하지만 종교의 전통적 의미인 ‘으뜸의 가르침’이라는 측면에서,
각자가 말하는 으뜸이 다르기에 다른 종교로 봐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읽은 책에서는 1882년에 이미 신이 죽었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장례식은 있었던가?
신의 장례식이 열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신 정도의 존재라면 장례식에도 비용이 꽤 들 것이다.
조문객이 너무 많아 음식이 많이 필요할 테고,
오병이어의 기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돈으로 해결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다가온 그들이
자신들의 집단에서 그 장례를 수주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영업맨들처럼 보였다.
최고 입찰자가 되기 위해서.
그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조건은 단 하나였다.
“당신도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설득되었다.
만약 내가 힘을 보태 그들이 신의 장례식을 치러준다면,
그때는 더 이상 신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렇다면 어쩌면,
그게 진짜 구원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맛있는 커피를 사 마셨다.
재미있는 고민거리를 잃기 싫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