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a Dream

by 북에디터

고양시로 이사 오기 전까지 30년 동안 과천에 살았다. 아직도 그곳에 사는 친구들이 많고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과천에서 나왔기에 지금도 동네 곳곳에 애정이 많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 쭉 출판 일을 하려면 파주나 마포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자산을 정리해 이곳으로 왔다. 여기 생활도 괜찮다. 특히 철도와 버스 교통이 발달해 있어 서울로의 접근이 매우 쉽고 인구가 많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서인지 생활 물가가 매우 싸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의 치킨집이 널려 있어서인지 선택이 폭이 넓어 돌아가며 시켜 먹는 재미가 있다. ㅋㅋ 올여름에 이틀 연속으로 변압기가 터져서 정전 때문에 고생했다고 뉴스에도 나오는 아파트지만 그래도 다세대주택 반지하 17평 생활보다는 모든 면이 낫다. 앞으로 더 좋아질 거다. 버스로 두 정거장 떨어진 대곡역에는 현재 3호선과 경의선이 다니는데 앞으로 서해선, GTX-A, 고양선, 교외선까지 들어서면(물론 10년 정도는 지나야 모든 공사가 끝날 것 같다) 여러 개의 지하철 노선이 깔리는 만큼 유동인구가 많아져 상권이 발달할 것이고, 그렇다면 근처에 있는 우리 집을 포함한 부동산 가격도 오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근데 엄마랑 내가 투자의 개념으로 대출 땡겨 받아서 이 아파트로 들어온 게 아니니까 개발이 되면 좋고 안 돼도 뭐 지금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으니 크게 아쉽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과천에서 나타나는 아주 아름다운 모습 하나를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하나 있다. 과천 중심에는 양재천을 따라 만들어진 중앙공원이라는 데가 있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공원이라는 곳은 가로등이 많지 않아 밤이 되면 어두워서 청소년의 탈선이 자주 일어나는 곳 같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별로 좋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사 온 고양시에도 공원이 많이 있는데 그 느낌은 마찬가지이다. 아침마다 운동을 위해 동네를 거니는데 대로를 따라 빨리 걷기 운동을 할지언정 공원에 있는 조깅 트랙을 걷지는 않게 되더라. 하여튼 나에게 공원은 그렇다.


그러나 보통 4월부터 9월까지 나타나는 과천 중앙공원의 저녁 모습은 '빛' 그 자체이다.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아기들이 유모차에 앉거나 중앙공원에 있는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놀며 일터에서 돌아올 아빠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손주를 돌보며 아들딸과 사위, 며느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기들끼리 어울리며 친구를 사귀고 퇴근한 아이의 부모들, 또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자신의 아이들이나 손주와 노는 다른 아이의 보호자와 인사를 나누고 관계를 다져 나간다. 여기에 양아치들이 낄 자리는 없다. 아이들을 건드렸다간 양아치를 넘어 개새끼가 된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자리를 피한다. 회사에서 깨진 뒤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주정을 하는 중년 남자들도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랬다간 작살난다. 선을 넘었다간 후폭풍을 감내하기 힘들다. 몰아낸다는 게 무슨 젠트리피케이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고 ㅋㅋ 하여튼 나는 과천에서 이렇게 밝음이 어두움을 자연스럽게 밀어내는 모습을 절대로 잊을 수 없고 많이 그립다.


면접을 보고 방문 선물로 받은 이 책에서 내가 봤던 과천의 아름다움이 다시 떠올랐다. 집과 직장 이외에 동네를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드는 제3의 장소는 삭막하기만 한 도시가 아닌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면서도 인간의 따뜻한 공간으로 만든다. 아직 내가 찾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고양시에서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꿈이 하나 생겼다. 회사가 잘 돼서 사옥을 짓고 싶다. 마음의 숲 출판사가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 해서 사옥으로 쓰는 것처럼 우리도 5층 정도 건물을 지었으면 좋겠다. 맨 위층은 우리가 쓰고, 회사가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2층부터 4층까지는 임대를 놓아 임대료를 받는다. 미래의 창 출판사 건물에 입주한 책세상 출판사처럼 출판사끼리 같이 있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흥업소만 아니라면 어떤 업체가 입주해도 괜찮은데 1층은 무조건 도서관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동과 청소년 서적을 만드는 회사인 만큼 샘플 도서를 두 권 정도 비치해 두고 누구나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해 놓고 싶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는 장소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어렸을 때, 학교 끝나고 집에 왔는데 부모님이 외출하셔서 아무도 없다면 자연스럽게 옆집 문을 두드리고 그 집에서 놀았다. 아주머니는 당연히 나에게 밥을 차려 주셨고 그 집 아이랑 놀거나 가만히 앉아 책을 보고 있으면 저녁에게 엄마가 '혹시 우리 아들 여기 있음?' 하며 나를 찾으러 오셨다. 그리고 나중에 반대로 옆집이 비어 있으면 옆집 아이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고 밥을 먹은 뒤 쉬고 있다가 아이를 찾으러 온 엄마 손을 잡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가정이 아이를 키우는 것을 넘어 동네가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예전에 공동육아라는 키워드로 책을 준비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조사하면서 느낀 점으로, 부모에게 갑자기 꼭 해결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잠시 동안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사람이나 공간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아이를 키울 때 굉장히 힘들고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동네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만한 공간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가 안전하고 맡길 만한 곳을 기업이 지역 사회에 제공하는 역시 의무 중 하나일 것이고 이것 역시 새로운 의미의 제3의 장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