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을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눈으로 해석한 책
심리학의 거장들
1920년대는 1, 2차 세계 대전과 대공황 등으로 경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였습니다. 봉건 사회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근대화의 여러 모습 중 하나인 '종교가 국가인 시대'에서 '인간이 중심인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동일선상에서 인간이 중심인 심리학이란 학문은 근대화 과정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신학문이었던 셈이지요. 그 시절 '프로이트'와 '칼 융'의 심리학 이론은 당대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심지어 칼융은 세계대전의 원인을 인간의 심리현상에서 찾기도 하였는데요. 뿐만아니라 현대에 이르러서도 프로이트나 칼융의 심리학 이론은 여러 부분에서 화자가 됩니다. 오이디우스 컴플렉스, 집단적 무의식, 페르소나, 원형 등 심리학에서 자주 통용되는 단어들 중 친숙하게 느껴지는 심리학 용어들이 있는지요? 모두 프로이트와 칼융의 이론에서 파생된 개념들입니다.
당대에는 '프로이트'와 '칼융' 외에도 '아들러'라는 또 하나의 심리학의 거장이 있었습니다. 프로이트와 칼 융에게 묻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당대에는 심리학의 3대 거장이라고 할 만큼 유명하신 분이었습니다. 찾아보니 국내에는 아들러의 이론이 소개되어 있는 책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하고 이를 토대로 대화채 형태로 쉽게 쓰인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가 발간한 '미움받을 용기'는 국내에 몇 없는 아들러의 관한 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프로이트와 칼융의 심리학을 훨씬 앞지르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롭죠.
우리는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미움받을 용기' 아들러의 어떤 이론이 한국인의 심금을 울렸을까요? 재밌는 사실은 책마케터들이 '미움받을 용기'를 심리학, 철학서, 인문서가 아닌 '자기 개발서'로 홍보한다는 사실입니다. 구입 당시부터 어째서일까? 품었던 의문은 책을 읽으면서 납득이 되었습니다. 프로이트와 칼융은 인간의 심리를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일에 치우쳤다면 '미움받을 용기'에서는 인간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지요. 인간은 마음가짐만 다잡는다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이지요.
심리학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개인의 주관적인 무의식의 한하여 인간 심리를 분석하는 부분은 '아들러'의 이론은 맞지만 목적론적인 해석까지 아들러의 것일까? 일본인 기시미 이치로의 것인가?라는 의문입니다.
저의 주관적 생각으로는 유교적 정서가 통용되는 일본과 한국에서 공감이 되는 주장과 글이 많아 보였습니다. 개인적인 표현과 감정이 억눌리도록 의와 충, 예, 효를 중시하는 유교사회에서 자라온 우리는 주변을 너무나 의식하면서 살아갑니다. 마음속의 무의식의 감정을 외면해 버리는 것이지요. 나는 나에게 잘 보이면 되는 문제인데 솔직히 나는 나에게 굳이 잘 보일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마음이 화근이 됩니다. 미움을 받아도 괜찮다는 마음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지요. 미움받을 용기.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나에게서 찾는다면 인류는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칭찬해서도 안되며, 칭찬받는 것에 의식해서도 안됩니다. 모든 현상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목적론적으로 해석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답니다. 완독 후에도 그럴듯하면서도 알쏭달쏭한 문구들이 많습니다
책의 구성은 독특합니다. 아들러 철학자와 그의 논리를 반박하는 청년의 대화체로만 이루어집니다. 아들러 철학자가 인류는 모두 구원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청년이 여러 가지 논거와 실례를 들어 반박합니다. 사실 읽다 보면 청년이 말을 너무 잘하기 때문에 청년의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아들러의 철학을 일방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어느 한쪽의 편향한 생각을 견제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썼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들러 철학자이지만 다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개구멍 같은 것을 몰래 만들어 놓은 느낌입니다.
어떤가요? 아들러의 이론이 맞는 것 같은가요? 몇 구절 공유하겠습니다.
사람이 변하는 일은 평생 걸리는 일!
[1권 p56]
(청년) 선생님은 이렇게 많은 책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이른바 지식을 쌓는 거죠. 읽으면 읽을수록 지식의 양은 늘어납니다. 그렇게 새로운 가치관을 얻으면 자신이 달라진 것 같은 기분에 빠집니다. 하지만 선생님, 안타깝게도 아무리 지식을 쌓은들 그 토대가 되는 기질이나 성격은 변하지 않습니다! 토대가 비스듬히 기울어 있으면 어떤 지식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쌓인 지식은 단번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원래의 나로 돌아와 있다고요! 아들러의 사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아들러에 관해 아무리 많은 지식을 쌓아도 제 성격까지 바꿀 수는 없어요. 쌓이다가 결국엔 무너질 테니까요!
행복해질 수 있는 마음가짐
[1권 p58]
(철학자) 다시 아들러가 했던 말을 인용해 보지.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자네가 Y나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이 주어졌는가'에만 주목하기 때문일세. 그러지 말고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주목하게나.
(청년) 유복하고 마음씨 고운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난하고 성격이 포악한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도 있어요. 그것이 세상입니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이 세계는 평등하지 않으며 지금도 인종이나 국적, 민족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러니 '무엇이 주어졌는가'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해요. 선생님, 선생님의 말씀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요!
[1권 p119]
(철학자) 인간관계를 경쟁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행복을 '나의 패배'로 여기기 때문에 축복하지 못한 걸세... '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도 해방되지.
[1권 p129]
(철학자) 잘못을 인정하는 것, 사과하는 것, 권력투쟁에서 물러나는 것, 이런 것들이 전부 패배는 아니야.
[1권 p229]
(철학자) 관계가 깨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사는 것은 타인을 위해 사는 부자유스러운 삶이야
[1권 p234]
(철학자) 아마 그런 사람들은 여성이 똑똑해지는 것, 자기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 당당히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 두려울걸. 전반적인 인간관계를 '수직관계'로 보고, 여자들이 자기를 아래로 볼까 두려워하고 있는 거지. 즉 강한 열등감을 숨기고 있는 거라네.
[1권 p239]
(철학자) 틀렸네. 만약 자네가 칭찬을 받고 기쁨을 느낀다면, 그것은 수직관계에 종속되어 있으며 '나는 능력이 없다'라고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네. 칭찬은 '능력 있는 사람이 능력 없는 사람에게 내리는 평가'이기 때문이지.
[1권 p282]
(철학자) 편의상 지금까지 자기 수용, 타자신뢰, 타자공헌이라는 순서로 설명을 했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는, 말하자면 순환구조로 연결되어 있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 즉 '자기 수용'을 한다.-> 그러면 배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타자신뢰'를 할 수 있다->타인을 무조건 신뢰하고 그 사람들을 내 친구라고 여기게 되면 '타자공헌'을 할 수 있다->타인에게 공헌함으로써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실감하게 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자기 수용'을 할 수 있다.
[1권 p284]
(철학자) 아들러 심리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삶을 변화시키려면 '그때까지 살아온 햇수의 절반'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네. 즉 마흔 살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면 20년을 더해서 예순 살이 되어야 하고, 스무 살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면 10년을 더해서 서른 살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지.
[1권 p286]
(철학자) 유대교 교리 중에 이런 말이 있네.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한 사람은 반드시 당신을 비판한다. 당신을 싫어하고, 당신 역시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열 명 중 두 사람은 당신과 서로 모든 것을 받아주는 더없는 벗이 된다. 남은 일곱 명은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이다."이때 나를 싫어하는 한 명에게 주목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사랑해 주는 두 사람에게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사랑해 주는 두 사람에게 집중할 것인가, 혹은 남은 일곱 사람에게 주목할 것인가? 그게 관건이야. 인생의 조화가 결여된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한 명만 보고 '세계'를 판단하지.
'나'는 '나'라는 용기
[2권 p165]
(철학자)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 욕구를 소속감이라고 생각하네. 즉 고립되고 싶지 않다.
[2권 p198]
(철학자) '일' '교우' '사랑'이라는 인생의 과제. 이는 인간관계의 거리 그리고 깊이로 구분하네.
[1권 p210]
(철학자) 인간의 가치는 '어떤 일에 종사하느냐'로 정해지는 것이 아닐세. 그 일에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로 정해지는 것이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어떤가요? 작가의 말처럼 모든 것에 홀연하여 내가 나로 살아가는 지침서 같은 말들은 지켜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마음이 흔들릴 때 아들러의 문장을 되뇌어 본다면 혼란스러운 마음을 조금은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