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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틀맘 Aug 26. 2020

눈치도 키울 수 있나요?

[터틀맘의 서재] The Power of Nunchi

터틀이가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돌아왔다. 신나게 놀았는지 표정이 밝다.

다행이다. 전학한 후에 적응이 거북이 같이 느리긴 했지만 친구네 집에 가서 어울려 노는 즐거움을 알게 되다니 정말 다행이다. 터틀이가 대견하다. (이런 일로 대견해하다니 10년 전 터틀맘이라면 황당할 일이다. 쩝)


터틀이가 놀러 갔던 친구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터틀맘: 터틀이가 재밌게 놀다 와서 좋아하네요. 감사드려요 ^^

친구 엄마: 같이 게임하고 신났어요 ㅎㅎ 근데 터틀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 못해서 미안하네요.

터틀맘: (읭? 밥은 가려도 과자는 대부분 잘 먹는데.. 터틀이가 뭘 안 먹겠다고 했나??) 간식까지 준비해 주셨는데 터틀이가 안 먹었나 봐요. ^^;;;;;

친구 엄마: 우유도 안 먹고 팥빵도 안 먹더라구요

터틀맘: (으이구~ 남의 집에 갔으면 주는 간식 조금이라도 먹어야지. 하긴 터틀이가 우유 싫어하고 팥도 별로라서 안 먹을 수도 있었겠네.) 아... 터틀이가 학교에서 급식을 안 먹어서 배고프다고 집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가서 그랬나 봐요...^^;;;  

친구 엄마: 배부른 건 아녔던 것 같아요. 제가 터틀이한테 뭘 좋아하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생각하다가 '쌀국수'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다음에는 제가 꼭 쌀국수를 시켜줄게요 ㅋㅋㅋ"      

터틀맘: (갑자기 웬 쌀국수!!!!! 곧이곧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대답했네. 이런 눈치 없는 녀석! ㅠㅠ) 터틀이가 뜬금없는 대답을 했네요 ㅎㅎㅎ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흑) 오늘 넘 감사했어요. 다음엔 저희 집에 와서 놀라고 할게요. 편안한 저녁 되세요~^^"


사회생활 절반은 눈치라고 했던가.

눈치 학원이라도 있으면 터틀이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SNS에 뜬 언론 기사 제목이 터틀맘 눈에 들어왔다.  

"The Korean Secret to Happiness and Success: With “nunchi,” all you need is your eyes, your ears and a quiet mind. By Euny Hong"

프랑스에서 일하는 한국계 미국인 저널리스트가 한국인의 '눈치'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책까지 출판한 모양이었다.  책 제목은 "The Power of Nunchi." (눈치에 대해 무려 240 페이지나 설명한 책이라니!)       


Hong, Euny. 2019. The Power of Nunchi. Penguin Publishing Group. Kindle Edition.


저자는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영어권 독자들을 위해 눈치의 정의에서 시작해서(Chapter 1 What is Nunchi?) 눈치가 발달하게 된 한국사적 맥락(Chapter 2 The Korean superpower), 그리고 서구 문화의 관점에서 눈치와 공감(empathy)의 차별성(Chapter 3 Nunchi blockers)을 설명한다.


두 번째 부분은 보다 구체적으로 눈치 없는 사례(Chapter 4 No Nunchi)와 눈치를 배우는 법(Chapter 5 Two eyes, two ears, one mouth)을 제시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눈치의 역할과 기능을 설명한다. 위험을 감지하는 눈치의 역할(Chapter 6 Trusting your first impressions), 연인이나 배우자, 가족, 친척과의 관계에서 눈치의 역할(Chapter 7 Nunchi and relationships), 직장에서 눈치의 기능(Chapter 8 Nunchi at work) , 그리고 적응력(adaptability)을 높이고 불안(anxiety)을 낮추는 눈치의 역할(Chapter 9 Nunchi for the nervous)과 팁을 제시한다.        


이제껏 눈치를 당연하게 여겼던 한국인 터틀맘에게 이 책은 어렴풋이 알던 내용을 모범생이 깔끔하게 정리한 노트로 다시 읽는 기분이었다. 눈치 없는 녀석 터틀이 엄마의 관점에서 주목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눈치는 생각보다 어려운 사회적 역량이다


Nunchi (noon-chee)

“eye-measure,” or the subtle art of gauging other people’s thoughts and feelings to build harmony, trust, and connection.

저자는 "눈치란 남의 생각이나 감정을 상황에 따라 읽어내는 기술"이라고 정의하며, "타인과 조화를 이루고 신뢰를 구축하며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하다"라고 설명한다.  


상황에 따라 맥락에 따라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아도 알아채는 능력이라니. 말로 표현되지 않는 몸짓, 얼굴 표정, 그 자리에 누가 있는가 여부, 혹은 침묵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을 감안해서 미루어 짐작하고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subtle art라니 미묘한 혹은 포착하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풀이했네. 눈치를 배우기 어렵다는 느낌적 느낌이...)     


2. 한국에서는 서구 문화권에 비해 말하지 않아도 아는 눈치가 중요하다


한국은 의사소통에서 의미와 정보 전달이 문자나 말에 의존하는 부분이 적은 고맥락(high context) 문화로 언어보다는 상황 중심이다. 이는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문화를 고맥락(high context) 문화와 저맥락(low context) 문화로 구분한 기준에 따른 것인데, 저맥락 문화는 고맥락 문화에 비해 말해진 것, 특히 문서에 적힌 내용이 중요하다.  


서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저맥락 문화권 사람들은 대부분 말이나 글로 직설적이고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의사 표현을 한다. 반면, 고맥락 문화권인 한국에서는 말이나 글로 전달하는 내용 이외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눈치'가 필요하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9618812&memberNo=29566044&vType=VERTICAL


(터틀이는 '저맥락 문화권' 사람들과 비슷하구나. 터틀이 눈치 없다고 혼내면서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분위기 파악을 해야지" 답답해했는데... 터틀이가 저맥락 문화권에서 살면 더 편하겠구나. 흑

말 안 해도 알아서 이해하겠거니 기대를 버리고 집에서라도 터틀이에게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해줘야겠다.)     


3. 눈치는 배울 수 있다 - 눈치의 8가지 규칙


첫째, 마음을 비워라. 정확히 관찰하고 파악하기 위해서 선입견을 버려라.

(음 터틀이가 선입견은 별로 없지. 이건 다행인가...)


둘째, 변화를 관찰하라. 당신이 어떤 장소에 등장했을 때 반드시 변화가 생긴다. 당신이 만든 변화를 파악하라.


셋째, 만일 당신이 방금 도착했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전부터 거기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라.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관찰해라.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사람들의 인사말 이외에 표정, 혹은 침묵, 눈 맞춤 등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를 들어서 자세히 설명해야겠네. 그냥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터틀이에게 가르치려면 미리 생각해보고 준비해야겠네. 어/렵/다)  


넷째, 말을 아끼면 중간은 간다. 아무 말이나 하지 말고 충분히 기다리며 관찰하면 당신이 궁금했던 대부분의 의문이 풀릴 것이다.

(터틀이가 말이 적은 건 다행이네. 근데 말을 안 해도 다른 사람들의 대화나 분위기를 계속 주의 깊게 살피면서 단서를 파악하고 추측하는 것을 연습시켜야겠다. 이런 것도 연습하면 명탐정은 못 돼도 눈치를 배울 수 있을까? 나는 이런 것을 어떻게 배웠는지 기억도 안 나네. ㅠㅠ)


다섯째, 예절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예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해라.

(인사 예절, 명함 교환 예절, 술자리 예절, 경조사 예절, 요즘엔 이멜이나 SNS 예절까지. 의미는 잘 모르고 따라 했던 예절도 많은데 내가 먼저 공부하고 정리해서 일러줘야겠구나. 터틀맘 할 일 추가.)  


여섯째, 행간을 읽어라.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항상 그대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간접적인 표현을 눈치채는 것은 당신이 할 일이다.  

(곧이곧대로 투명한 터틀이한테 이게 가능할까? 고난이도 문제네. 자신이 없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변호사 홍자영이 별 볼 일 없는 노규태가 마음에 든 이유가 갑자기 생각난다. "넌 사람이 행간이 없잖아" )


일곱째, 만일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처를 주거나 해를 끼쳤다면 그것은 의도한 것만큼이나 나쁜 것이다.

(이건 눈치 없는 사람들의 특징인데... 이해하기 힘들면 외우게 해야 하나...)


여덟째, 민첩하고 빨라야 한다. 눈치는 '좋은'게 아니라 '빨라야' 한다. 속도가 중요하다.

(아이구 느림보 터틀이 이건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자 ㅠㅠ)




그래서 터틀이 눈치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냐구?


눈치 봐서

안 될 건 버리고

될 성싶은 건 키워주고

눈치껏 해야지


눈치는 느려도 해맑은 우리 터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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