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투투맘] 1일차의 발걸음, 다시 나를 시작하다

by 달려라 투투맘

[달려라 투투맘] 1일차의 발걸음 다시 나를 시작하다


새벽 공기에는 아직

이른 봄의 잔향이

고요히 머물러 있었다

잠시 멈춰 서서 그 차가운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그 맑고 투명한 공기 속에서

나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유를 붙여가며

시작을 미뤄왔는지 모른다.
날씨가 춥다거나,

몸이 피곤하다거나,

아이들을 챙기느라 바빴다거나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마음도 식어 있었다.
하지만 그날 아침엔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또렷했다.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 나에게 달리기는 낯선 일이 아니었다




스무 살 무렵,

초등학교 운동장을

하루에 20바퀴씩 돌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날씬해지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어린 마음에

이 정도면 충분히 노력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고,
그만큼은 나름의 성취감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피자는 포기하지 못했고,
달리기는 늘 ‘괜찮아’를

외치기 위한 변명이 되었다.
오늘은 뛰었으니까

이 정도쯤은 먹어도 되지
그 시절의 나는 참 귀엽고도 어설펐다.
그런 합리화 속에서

나는 작은 평화를 찾으려 애썼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새 나는 서른을 넘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직장과 가정, 엄마로서의 역할이

점점 무게를 더해가며
운동은 점점 나와는 먼 일이 되어 있었다.
언젠가부터 ‘달리기’라는 단어는

나와 상관없는 말이 되었다.

그런 나에게 수영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새벽에 같이 달려보실래요?


처음엔 망설였다.
새벽 여섯 시는 여전히

이불속이 따뜻한 시간이고,
한참을 쉬었던 몸으로 다시 달린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자꾸만 마음에 남았다.

무언가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
혼자서는 힘들지만

함께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겨
그 마음들이 내 안에서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새 그 새벽

운동화 끈을 조용히 묶고 있었다.

그리고 달리기는

단지 ‘달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분을 통해 처음으로 배우게 되었다.


무작정 달리는 건 오래가지 못해요


그분은 내 자세를

조용히 지켜보며 이야기해 주셨다.



좋은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쁜 자세는 분명하게 드러나요.
특히 골반이나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가는 자세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통증으로 돌아오거든요.



나는 달릴 때 한쪽 다리가 바깥으로 벌어지는
오리걸음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분은 내 동작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운동장에 그어진 흰 선을
따라 달려보세요.
선을 벗어나지 않게
의식하면서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중심이 잡히고
자세도 교정됩니다.


그날 이후 나는 늘 그 흰 선을 따라 달린다.
몸이 선을 기억하고

마음이 자세를 인식하는 시간이다.
단순한 반복 같지만

그 안에는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내 몸을 다시 존중하게 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숨이 차오르고, 이마에 땀이 맺히고,
이른 햇살이 등을 살며시 감쌀 때
나는 비로소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다.

그 시간이 너무도 고맙고, 소중하다.


요즘 나는 가끔 연예인 션을 떠올린다.
달리기를 삶의 철학처럼 여기는 사람이다.
나는 그처럼 빠르게 멀리 달릴 순 없겠지만
대신 조금 더 꾸준히, 깊이 있게 달리고 싶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달리기가 아니라,
세상과 분리된 순간 속에서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달리기


오늘 나는 다시 달린다
어제보다 조금 더 정직한 자세로
흔들려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내일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