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1일.
달리기 2일차.
어제 함께 뛰었던 첫날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마치 운동이 수업 같았고
그 흐름을 오늘도 이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새벽 6시
나는 다시 운동화 끈을 조용히 묶었다.
하지만 혼자 달리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누군가 옆에서 이끌어주지도 않고,
내가 달리는 속도가
빠른 건지 느린 건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저 트랙 위를 조용히 돌 뿐이었다.
사람도, 말도, 눈빛도 없었다.
들리는 건 오직 나의 숨소리,
그리고 운동화 밑창이
트랙을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혼자인지를 실감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가는 느낌이었다.
그만 걸을까?
오늘은 그냥 두 바퀴만 하고 갈까?
혼잣말처럼 수없이 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나는 어제의 나를 떠올렸다.
5km를 끝까지 채워낸
처음이지만 용기 있었던 나를 칭찬하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를 맞추기도 애매하고
내가 제대로 뛰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걸음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래도 그저 달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다시 한 바퀴, 두 바퀴를
돌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시계를 보니 6시 40분.
어제와 같은 거리, 5km
혼자였는데도 해냈다.
놀랍고,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다.
달리기는 기록이 아니라
마음의 흐름을 조절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나는 그동안 누군가 옆에 있어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는 늘 외롭고, 금방 지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혼자서도 해냈다는 그 사실이
새로운 확신이 되어 돌아왔다.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근육통도 크지 않았고
어제보다 내 몸을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 정말로
마라톤 대회에 나갈 수 있을까?
10km 그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나의 가능성과 체력의 한계를
직접 시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 마음은 어쩌면
지금 내 삶에도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부쩍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하루가 끝나면 손에 잡히는 건 거의 없고
헛되이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은
죄책감만 남는다.
스무 살 땐 몰랐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그땐 시간이 무한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한 시간, 한 걸음, 한 번의 결심이
삶을 얼마나 다르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그래서 요즘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말한다.
“지금이 가장 젊은 순간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하루를 살고 싶다.
오늘을 내일의 후회로 남기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 마음을 붙잡는 하나의 방법이
나에게는 달리기일지도 모른다.
오늘 이른 새벽
조금은 외롭고 고단한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만났다.
나는 아직 부족하고,
달리기 실력도 초보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느낀다.
나는 지금 내일 더 나아질
나를 준비하는 중이라는 걸.
혼자 달리는 길은 외롭지만,
그 길 끝에서 만나는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