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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하는 이 기자 Jul 26. 2017

대기업 임원, ‘청년창업도우미’ 되다… 엔슬협동조합  

7월 18일, 엔슬협동조합이 입주해 있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서울창업허브를 찾았다. 서울창업허브는 SBA가 지난 6월 21일 개관한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다. 사진=김기남 기자


7월 18일, 엔슬협동조합이 입주해 있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서울창업허브를 찾았다. 서울창업허브는 SBA(서울산업진흥원)이 지난 6월 21일 개관한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다. 사진=김기남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30여 년간 굴지의 대기업에서 쌓아올린 노하우를 젊은 청년창업가에게 무상으로 베푸는 곳. ‘엔슬협동조합’은 창업계의 유토피아에 가깝다.


2015년, 6명으로 시작한 엔슬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어느새 48명으로 불었다. 투자, 포럼, 멘토링 등 다양한 사업을 전담할 독립법인도 여럿 운영하고 있다. 


정재동 엔슬멘토링연구회장과 장종현 엔슬포럼회장은 각각 코스콤과 SK그룹 신입공채로 입사해 임원의 자리까지 올랐다. 왼쪽부터 정재동 엔슬멘토링연구회장과 장종현 엔슬포럼회장.


내로라하는 대기업 중역 출신이, 그것도 같은 뜻을 가지고 수십 명씩 한 데 모이기란 쉽지 않다. 투자전문법인 엔슬파트너스가 지난해 본격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수익모델도 없다. 오히려 매년 100만원씩 회비를 내야한다. 그럼에도 이들을 모이게 한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화려한 이력이다. 


정재동 엔슬멘토링연구회장과 장종현 엔슬포럼회장도 각각 코스콤과 SK그룹에서 30여년간 근무하며 임원까지 올랐다. 은퇴가 가까워질 때쯤, ‘그동안 쌓은 자산은 모두 사회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남은 건 받은 걸 되돌려주는 일이었다.


“퇴임한 시니어들의 모습은 다 비슷합니다. 한 1~2년은 골프도 치고 등산도 다니고 손주 사진도 열심히 찍는데 그걸로 끝이죠. 백세시대에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20년은 더 남았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다 대단한 분들이잖아요. 귀한 재능을 사장시키는 것보다는 사회로 다시 돌아와 후배 창업자를 돕고 네트워크도 연결해주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날에는 마침 엔슬협동조합의 정기모임이 예정돼 있었다. ‘위더스 콜라보데이’라는 이름의 투자기업 발굴 이벤트다. 엔슬협동조합은 ‘매달 1회씩 외부인을 초청해 정보를 나누자’는 원칙에 따라 창업에 관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엔슬파트너스는 올해 중소기업청 액셀러레이터로 선정돼 ‘2017년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의 공통주최와 심사를 맡고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길어올린 ‘지독한 열정’이 최고의 무기



- 신입공채부터 임원까지 대기업에서만 30여년을 일한 두 분이 창업자를 발굴한다는 게 조금은 의아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대기업에서 제2의 직업을 만들기란 매우 어렵다. 나도 열심히 일하면서 정작 내 두 번째 인생을 찾는 노력은 못했다. 창업은 가능하다. 그래서 창업붐을 많이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에 중소기업청장에게 직접 제안한 게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의 창업을 반대한다. 손을 벌릴까봐. 그래서 아이디어는 듣지도 않고 ‘그냥 공무원시험이나 준비하라’거나 ‘대기업에 가라’고 강요한다. 그런데 창업 선진국인 미국이나 중국, 영국은 똑똑한 사람이 더 많이 창업한다. 어디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나 봤더니 투자자금이더라. 


우리나라에도 창업지원금은 많다. 이걸 쪼개서 주는 게 문제가 된다. 또 어디에 썼는지 일일이 보고해야 한다. 창업가들이 이런 행정업무를 하느라 제대로 아이디어를 못 낸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심사해서 제대로 된 곳은 10~50억원씩 화끈하게 투자해줬으면 좋겠다. 대신 국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계속 등 떠밀면 된다. 창업자에게 바이백옵션(buy-back option‧매각시 우선매수청구권을 상대방에게 인정해주는 것)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장종현 엔슬포럼회장) 


“직장생활 마지막 10년 동안 대학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은퇴하면 본격적으로 후학을 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은퇴 후, 다행히 한림대에서 학생들에게 핀테크와 정보보호를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교수도 학생의 취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더라. 그러다 대안으로 생각한 게 창업이었다. 지난 정부에서 창업에 돈을 많이 투입하면서 붐을 일으켰고 이제 본격적으로 기회가 많이 생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정재동 엔슬멘토링연구회장)



-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기업에 있을 때와 어떤 점이 다른가.

“일단 만나는 사람이 다르다. 기업에 있을 때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만남의 폭이 좁아졌다. 또 매번 비슷한 사람끼리 모였다. 그런데 지금은 막 시작한 청년창업가부터 교수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만큼 동선도 길어지니 현직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몸은 더 바쁜 것 같다.”(정재동)  


“기업의 전문가가 진짜 전문가가 아니더라. 동료 임원이나 후배에게 ‘한국의 화학을 정의해보라’고 하면 못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업무에만 익숙해서 전체를 보는 눈은 조금 부족하다. 담당 부서 팀장을 불러서 보고받으면 되니까. 나도 30여 년을 화학 한 길만 팠는데 회사를 나와서 혼자 감당하려니 조금은 힘에 부친다. 그래서 여기 계신 임원들과 만나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이래서는 한국의 미래가 어렵다’는 거다.”(장종현)


- 엔슬협동조합은 대부분 추천으로 조합원을 꾸린다고 알고 있다. 조합참여를 권유했을 때 동료 임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풀타임 직장인이 일선에서 후퇴하면 금방 최신 정보에서 멀어지고 ‘뒷방 늙은이’가 되기 쉽다. 그래서 과거 경험만 가지고 후배를 윽박지르고 ‘내가 과거에 뭐했다’는 요즘말로 꼰대로 변질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싶다는 분이 많았다. 마침 이곳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으니 서로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지식을 계속 충전할 수 있었다.”(장종현) 


- 두 분은 어떻게 오게 됐나.

“1982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기획부에 입사해 2011년 SK네트웍스에서 퇴임하기까지 30여년을 SK인으로 살았다. SK그룹 기획팀장으로 있었고 특별히 이종결합이 많은 SK네트웍스에서 근무한 덕에 여럿 굵직한 구조조정을 도맡았다. SK네트웍스 중국 사장과 본사 부사장도 경험했다. 그러다 안창주 엔슬협동조합 이사와 배영효 이사장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이곳에 왔다. 내가 바로 6명의 창립멤버 중 한 명이다. 


당시에 주변에서 ‘좀 더 돌다리를 두들겨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쯤은 해보고 싶던 일이라 내 뜻대로 추진했다. 왜 길 걷다가 하늘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 않나. 걱정은 하면 할수록 끝이 없으니까.”(장종현)



“나도 1982년에 코스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0여년 근무했다. 그리고 이중 10년 동안 임원을 했다. 자랑을 좀 하면 공공기관에서 경력의 3분의 1을 임원으로 채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유가 있다. 혁신을 즐긴 덕이다. 업종 특성상 회사 분위기가 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안인증서 보안사업을 추진했다. 지금은 편의성 때문에 조금 말이 많지만 당시 금융보안업의 전신을 만들고 PG(Payment Gateway)같은 사이버 금융판을 넓히는 데 공을 세웠다. 그러다 엔슬에 있던 지인을 통해 합류 제안이 왔는데 마침 그동안 알고 지내던 대기업 임원이 다 여기 모여 있더라. 그렇게 지금은 엔슬파트너스 대표와 멘토링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혁신가를 만나는 게 정말 좋다. 우리가 그랬으니까.”(정재동)


- 특별한 포부가 있었을 것 같다.

“기성세대가 청년창업가에게 멘토링할 때 꼭 상관이 부하직원을 질책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러면 과연 이 젊은이들이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멘토링이라고 느낄까. 의문이 생겼다. 엔슬포럼과 멘토링 연구회를 만든 건 그런 이유에서다. 각자 전문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크로스체크한 뒤에 확실히 각을 잡아서 체계적으로 조언해주자는 의도다. 포럼에서는 조금 더 인문학적으로 세상을 보는 눈에 접근한다면 연구회에서는 실무적인 이야기를 해준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야 제대로 된 멘토링을 해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장종현) 


“멘토링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그런데 유독 창업 쪽은 부족하다. 물론 멘토링이 있지만 창업자간 수준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획일화 된 경우가 많다. 관련 서적도 없다. 그래서 창업멘토링 전문 방법론과 절차 등을 연구 중이다. 특별히 엔슬에서 대기업 임원을 비롯해 창업가, 변리사, 회계사, 변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이들의 중요한 공통점 중 또 하나가 ‘사회에서 잘 버텼다’는 것이다. 그만큼 각자의 분야에서 열정이 있다는 뜻이다. 이게 우리가 멘티에게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정재동)  



“참신한 아이디어 대신 확실한 시장 경쟁력을 보여 달라”


- 청년 창업가를 만나본 소감이 궁금하다. 

“늘 말하는 게 아버지 돈 쓰지 말고, 융자받지 말고, 지원금을 활용하라는 거다. 또 장사를 하려면 고객을 만나야 하는데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럴 필요 없다고, 다들 정말 예뻐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요즘 대학이 창업을 많이 독려한다. 한림대의 경우는 창업하면 다음 학기에 학점을 준다. 또 최근에는 창업여부를 심사할 때 매출이 아니라 혁신센터 입주경험같이 정량적 수치도 반영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만났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한다.”(정재동)


“조금 답답한 것도 있다. 자꾸 아이디어의 참신성이나 기술력으로 설득하려고 한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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