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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하는 이 기자 Jul 26. 2017

“다이어트는 개나 줘~” 플러스 모델의 위풍당당 성장기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여름만 되면 ‘다이어트’로 도배되는 대한민국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들이 있다. 투박한 플러스사이즈 옷으로는 끼를 분출하기 어려워 대신 화장에 힘을 주고 인간의 ‘살’이 가진 섹시함을 위해 매일 몸을 관리한다. 남자들의 차가운 시선에는 ‘거울이나 보라’며 코웃음친다. 플러스사이즈 모델 염윤혜(22)씨와 배교현(23)씨다.


염씨는 어릴 때부터 연예인이 꿈이었다. 가수와 연기자를 꿈꾸다 우연한 기회로 피팅모델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77사이즈인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2017년 6월 16일, 염씨는 패션모델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플러스사이즈 쇼핑몰 ‘제이스타일’이 개최한 모델선발대회에서 ‘1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1인으로 선발됐다. 관객투표와 심사위원 투표 모두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는 배씨도 함께 참가했지만 인기상 2위를 받으며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그에겐 남다른 무기가 있었다. 바로 전공인 영상제작 기술이었다. 마침 SNS 콘텐츠 관리자가 필요했던 회사는 그를 정직원겸 모델로 발탁했다. 현재 배씨는 99사이즈를 책임지고 있다. 



상처를 딛고 일어선 모태 플러스사이즈 모델


운이 아니었다. 염씨와 배씨 모두 ‘모델’이라는 꿈을 오랫동안 가꿔오고 있었다. 염씨는 고등학교 댄스 동아리 활동을 통해 꾸준히 몸을 만들어왔다. 춤 선을 살리려면 안 쓰던 근육을 써야했고 몸의 굴곡을 만들기에 이만큼 좋은 운동은 없었던 것이다.


배씨는 예술가 집안에서 성장했다. 재봉사 할머니와 한지공예가인 어머니 그리고 건축가 아버지의 영향으로 배 씨도 미대입시를 준비했다. ‘취업’이라는 벽에 부딪혀 영상 분야로 방향을 틀어야 했지만 그의 미적 감각은 곧바로 패션‧뷰티로 옮겨 갔다. 



“플러스사이즈 옷은 대부분 색이나 디자인이 단조로워요.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 옷 리폼을 많이 했어요. 교복은 기본이고 긴 청바지는 잘라서 반바지로, 목이 늘어난 티셔츠는 오프숄더로 바꿨죠. 또 메이크업이나 헤어에 포인트를 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것저것 공부하게 됐고요.”


하지만 이들의 꿈이 누구에게나 환영받은 건 아니다. 뚱뚱한 몸은 번번이 상처로 돌아왔다. 염씨는 거리를 걸을 때마다 남자들의 조롱 섞인 시선을 느껴야 했다. 특히 날씬한 친구와 걸어가면 친구와 비교하며 ‘코끼리 다리’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늘 귓가에 맴돌았다.


배씨도 중2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남학생들이 계속 쳐다보면서 웃었다”며 “그 뒤로 도시락을 싸서 교실에서 혼자 먹어야 했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나 이 둘은 사람들의 편견을 딛고 일어났다. 염씨는 따가운 시선에 ‘너도 그런 말할 처지는 아냐’라며 되받아쳤고 배씨는 그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며 함께 밥을 먹어준 친구들 덕에 이겨낼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예쁜 뚱땡이가 되다


모델 데뷔 약 한 달. 벌써 팬도 생겼다. 한 번은 모 웹사이트 이용자들이 이들의 사진을 안주거리로 삼은 일이 있는데 그때 팬들이 달려가 함께 싸워줬다. 최근에는 ‘통통 스타일’이 좋다는 남성 팬도 많아지고 있다. 염씨의 남자친구도 처음에는 안 좋은 시선을 걱정해 반대했지만 요즘은 ‘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예쁜 뚱땡이’라며 누구보다 좋아해준다.


“플러스사이즈 모델만 가질 수 있는 무기가 있어요. 건강함과 친근감이죠. 마른모델이 동경의 대상이라면 뚱뚱한 모델은 평범한 사람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어요.” 


뚱뚱한 사람이 몸을 보여주는 데는 상상도 못할 만큼의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파워는 훨씬 강하다. 이걸 배씨는 ‘육감적’이라고 표현한다. 


플러스사이즈만의 고충도 있다. 조금만 삐끗해도 살집이 크게 부각돼 금방 덩치가 커 보인다. 날씬하면서도 굴곡을 최대한 극대화하는 방법을 늘 연구해야 한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다이어트는 안 해봤을까. 두 모델은 “당연히 해 봤다”며 입을 모았다. 배씨는 ‘촬영 전에는 나름 식이요법도 한다’며 웃었다.


“운동은 물론이고 굶기도 해봤어요. 단 살을 빼려는 게 아니라 건강미를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뚱뚱해도 섹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탄탄함’으로 승부해야 하거든요. 전 팔다리는 굵지만 몸은 상대적으로 날씬해서 허리라인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거예요. 촬영 전에는 나름 식단관리도 합니다. 역시 살을 빼려는 게 아니라 독소배출이나 라인을 위해서죠.”



“당신이 못난 게 아니라 세상의 눈이 너무 높은 거예요”


영미권에서는 이미 플러스사이즈의 매력이 상당히 잘 알려져 있다. 두 모델을 성장시킨 것도 이들이다. 염 씨의 롤모델은 이스크라 로렌스(Iskra Lawrence)다. 


“이스크라의 SNS를 거의 매일 들어가 보는데 한 번은 누군가 ‘돼지 같아서 감자칩만 먹을 것 같다’는 악플을 남겼더라고요. 그런데 이스크라는 바로 얼마 뒤 알몸에 감자칩만 두르고 손가락으로 욕하는 사진을 올려 반격했어요. 정말 멋있었죠.”


배 씨는 애슐리 그레이엄(Ashley Graham)의 팬이다. 배씨는 “바비인형 제작사에서 인형을 제작하고 싶다고 제안했는데 ‘무조건 허벅지가 붙어야 한다’고 답했더라”며 “이 한 줄짜리 답변을 보고 그가 자기 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감탄했다.



모델을 꿈꾸지만 ‘44사이즈’라는 세상의 굴레에 갇혀 지레 겁을 먹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당신이 못난 게 아니라 세상의 눈이 너무 높은 것이라고. 염 씨는 모델이 되고 난 후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게 무엇인지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도 자신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모델이 된 후 이옷 저옷을 입어보면서 더욱 저를 사랑하게 됐어요. 떠올려보면, 그동안은 예쁘게 입는다고는 했지만 큰 덩치를 가리려고 오프숄더같은 옷은 저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여러 가지 옷을 입어보면서 제가 생각보다 훨씬 예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염 씨와 배 씨는 앞으로 “플러스모델 시장의 확대를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염 씨는 “외모로 스트레스 받는 사람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고 배 씨는 “영상이라는 전공을 살려 플러스사이즈를 위한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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