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테크하는 이 기자 May 30. 2017

“미대 3수 경험살려 1년  만에 5억 원 유치했죠”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스타트업-③그리미 박경민(중앙대 10)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박경민(중앙대 10학번) ‘쓰리브로쓰’ 대표

“미대 3수생, 미대입시생 위한 앱을 만들다”



박경민

1989년생

2017년 2월 중앙대 서양화학과 졸업

2016년 1월 ‘쓰리브로쓰’ 설립

2016년 11월 ‘그리미’ 출시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박경민 대표는 졸업과 동시에 교직관련 자격증을 4개나 취득했다. 주전공인 서양화과에서 중등미술교육사 2급과 문화예술교육사 2급을 땄고 유아교육과를 복수전공해 유치원 정교사와 보육교사 각 2급 자격증까지 보유하게 됐다. 총 10학기에 무려 200학점을 수강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간절했거든요. 지금 이 학교를 3수만에 들어왔어요. 제가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 고등학교 친구들은 이미 3학년이 돼 취업을 걱정하고 있었죠.” 


누가 봐도 이미 많이 뒤처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지난 3년은 ‘미술입시경험’이라는 남다른 자산이 돼 돌아왔다. 오랫동안 입시미술학원을 다닌 덕에 대학 입학 직후에는 학원에서 강사일도 했다. 덕분에 일찍부터 ‘미술교육’이라는 확고한 관심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박경민 대표가 스타트업 ‘쓰리브로쓰’를 설립하고 입시미술 어플리케이션 ‘그리미’를 만든 배경이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평소에 ‘배달의민족’과 ‘직방’, ‘인스타그램’까지 최신 앱을 즐겨 사용했던 자취생활 10년차 박 대표의 생활방식은 관심사에 IT기술을 접목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리미, 미대생을 위한 미대생에 의한 미대생의 입시앱


그리미의 최대 강점은 ‘클리핑(clipping)이다. 앱은 ‘그림’, ‘뉴스’, ‘학원’, ‘쇼핑’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모두 박경민 대표가 실제 미대 입시생 시절 가장 필요로 했던 요소다. “IT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미대입시생을 위한 서비스는 찾기 힘들더라고요. 우선 관련 정보를 한 데 모아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림 영역은 학생과 학원 등 사용자가 그림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미대 입시생에게 그림은 수학공식과도 같다. 


“미대 입시에서는 학원 강사나 합격생의 ‘잘 된 그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참고해 매력적으로 재구성하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단순히 베끼는 게 아니라 눈코입의 비례나 물건의 구도, 대칭 등 기본 형태는 완벽히 묘사하되 여기에 나만의 독특한 창의성과 색감을 부여해야 하는 거죠. 즉 나에게 맞는 모범 그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앱을 만들 때도 이 영역에 특히 힘을 줬어요.” 


이용자들이 그림을 공유하는 ‘그림영역’(왼쪽 4분할)과 미대 입시 정보를 모아놓은 ‘뉴스영역’(오른쪽 4분할)


사용자들이 직접 그림을 올리면 학생 이용자는 이중 마음에 드는 것을 스크랩해놓고 한 곳에 모아서 본다. 게재 사진을 기준으로 ‘팔로잉(친구신청)’하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구조다. 


뉴스 영역도 비슷하다. 미대 입시요강과 관련뉴스를 한 곳에 모아놓은 페이지다. 현재 대부분의 입시생은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일일이 인터넷에서 검색해야 한다는 게 박경민 대표의 설명이다. 학원 영역에서는 미술학원의 위치와 수업환경, 그림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쇼핑 영역은 미술재료 쇼핑몰로 꾸몄다. 입시생에게 미술재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종류도 많고 수요층도 고정적이기 때문에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가격을 낮춰 팔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현재는 소비자와 유통업체 사이에서 판매를 대행하고 중간 수수료를 받는 역할만 하지만 향후 직판도 계획 중이다.



상금 2억원에 투자금 3억원… 1년 만의 성과


쓰리브로쓰는 말 그대로 박경민 대표를 포함한 세 명의 ‘브로(bro)’가 만든 회사다. 경제학과 한 명과 두 명의 서양화과생은 만날 때마다 취업이 아닌 사업 이야기를 했다. 그리미는 바로 이 브레인스토밍의 결과물이다. 


“미대입시 분야는 대기업이 쉽게 진입하기 힘들어요. 입시미술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하거든요. 전 입시생과 입시강사까지 하면서 깊숙이 경험해 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신 있었죠.”


2015년 5월, 본격 기획단계에 돌입한 그들은 약 반년 뒤인 지난해 1월 마침내 쓰리브로쓰를 설립했다. 박경민 대표는 이미 교내 링크사업단에서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창업 DNA를 키워 놓은 상태였다. 아르바이트와 주식 등 재테크로 모은 4000만원으로 시작해 ‘스마트벤처창업학교’, ‘창조마케팅지원사업’, ‘청년전용자금’, ‘창업유망팀300’ 등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1년간 2억 원의 상금도 추가 마련했다. 비결로 박경민 대표는 ‘충실한 자료’와 ‘정확한 기획’을 꼽았다. 



“선정 이유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저도 정확한 비결은 몰라요. 대신 가장 주력한 점이라면 ‘정확성’이었어요. 최대한 객관적인 근거와 방향을 제시했죠. 심사위원에게 미대입시의 특수성을 이해시키는 것도 어려웠어요. 거의 매번 ‘그림을 왜 평가하느냐’고 반문하셨고 한정된 조건에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려면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죠.”


쓰리브로쓰의 저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회사를 운영하는 동안 엔젤투자, 한국벤처투자 등으로부터 총 3억여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모두 박경민 대표가 직접 발로 뛴 비결이다. ‘지인’을 조금씩 불려나가면서 투자자를 만나고, 해당 투자사가 관심 갖는 분야에 집중해 사업계획서를 건넸다. 추후에 전시나 경매 등 분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재료시장 역시 여기에 맞춰 다양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미래계획도 제시했다.



스타트업 제1계명 “동료가 잘 돼야 나도 잘 된다”


‘꽃길’을 걷기까지 피나는 노력도 있었다. 불과 두 달 전까지 대학생이었던 박경민 대표는 졸업 과제와 발표 등 학교 수업을 준비하는 동시에 사업가로서 투자유치를 위해 수시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준비도 해야 했다. 박경민 대표는 “그래서 일 년 새 몰라보게 삭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쓰리브로쓰는 7명으로 불어났다. 일 가입자도 10~20명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등록 학원은 참여의사를 밝힌 곳까지 포함해 100여 곳. 이중 40곳은 실제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아직 ‘사용자 모집’에 집중하는 단계라 실질적 수익은 그리미와는 별도로 ‘광고대행’으로 충당하고 있다. 현재 그리미는 재료 판매대행 외에 별도의 이용 수수료는 없다. 그 배경으로 박경민 대표는 ‘배달의 민족’을 언급했다. 배달의 민족은 기존 배달수수료를 없애는 대신 앱의 영향력을 이용해 광고로 수익구조를 돌렸다.  



박경민 대표는 지금 색다른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모의지원’ 시스템이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가 수능성적과 등급을 입력하면 지원 가능한 전국 미대 목록을 무료로 보여주는 것. 또 B2B 영역을 확대해 학원 외에 기타 관련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에서도 그리미를 사용하도록 만들겠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부모님이 유아교육 사업을 오래 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실제 교육 외에 행정 업무량도 상당하더라고요. 앞으로 그리미에 행정지원 서비스도 추가해 전국 학원이나 기관 이용자를 더 많이 확보할 계획이에요.”


올해로 창업 2년차인 아직 새내기 CEO지만 박경민 대표는 ‘사람의 중요성’ 만큼은 꼭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금도, 그럴듯한 사업 아이템도 아닌 팀원이라는 것이다. 


“변화가 빠른 업계 특성상 사업 아이템을 바꾸거나 추가하는 건 쉬워요. 이 아이템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로 팀원이죠.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내부 경쟁이 필요 없어요. 내 옆의 동료가 잘 해야 우리 회사가 발전하고 나도 성장할 수 있는 구조거든요. 창업을 앞두고 있다면 마음이 맞고 역량 있는 팀원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글=이도희 기자

사진=김기남 기자

tuxi0123@hankyung.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