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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하는 이 기자 May 30. 2017

10학번 동갑내기 세 남자의 펫 베이커리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스타트업-② 펫셰프 정겨운(경기대 10)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콜레스테롤을 분해하고 소화를 촉진한다고 알려진 양파는 강아지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평소 반려견에게 직접 간식을 만들어주던 정겨운(26) 펫셰프 대표는 여느 때처럼 간식을 만들어 먹이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자신도 모르게 간식에 들어간 양파로 인해 강아지가 구토를 하고 혈변까지 봤기 때문이다.


“분명 저처럼 반려동물에게 직접 간식을 만들어 먹이고 싶은 반려인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요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신 수제간식을 구입하죠. 완제품이 아닌 DIY 방식으로 공급해 ‘내가 직접 만든 간식을 먹이는 기쁨’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정겨운 

1991년생 

2010년 경기대 국제통상학 입학. 4학년 1학기. 

제품 기획, 방향 제시 등 총괄


박재상

1991년생 

2010년 경기대 국제통상학 입학. 2017년 2월 졸업.

SNS 마케팅, 영상 편집 및 제작  


남동훈

1991년생

2010년 경기대 외식조리학 입학. 4학년 2학기. 

메뉴 개발 및 제작



재상 씨를 제외하고는 창업 때문에 휴학 또는 졸업유예를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왜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했나요.


정겨운(이하 겨운) 두 가지 이유예요. 우선 재능과 개성 있는 동기들이 모두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게 만드는 취업시장에 심한 거부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가치를 창출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여럿이 모여 함께 기획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즐거움을 느껴서 동아리활동도 많이 했거든요. 군대도 일부러 빨리 다녀왔어요. 하루라도 빨리 내 일을 하기 위해 1학년 1학기 마치고 바로 입대했죠. 제대 후에는 연극 극단에 들어가서 연구배우도 하고 무대기획도 배우고 복학 후에는 학교 대외홍보팀에서 일하고 이듬해는 창업동아리도 만들었죠. 


박재상(이하 재상) 평소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졸업 후 취미삼아 직접 제작한 영상을 중국에 송출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 사드문제가 터지면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때 정 대표가 펫셰프의 마케터를 제안해왔죠. 도전에 대한 열망도 있었고 저희가 7년 지기인데 정 대표는 항상 믿음직하고 든든한 친구였기에 흔쾌히 수락했어요. 취업의지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무역회사를 목표로 외국어 능력을 기르기 위해 중국 교환학생도 갔거든요. 그런데 중국 친구들은 “누가 상하이에서 창업해 몇 억을 벌었다더라”라며 창업이야기를 자주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도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죠.


남동훈(이하 동훈) 저도 늘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원래는 전공을 살려 외식분야 취업을 준비하면서 자소서도 쓰고 인적성도 공부했는데 뭔가 답답하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학과로부터 펫셰프 입사제안이 왔어요. 


겨운 펫셰프 오픈 전, 조리 전문가가 필요해서 외식조리학과 사무실에 추천을 요청했거든요.



펫셰프는 정확히 어떤 곳인가요.

겨운 반려동물을 위한 머핀 홈베이킹 키트를 판매해요.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DIY 방식이죠. 파우더를 반죽해 동봉된 머핀 틀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돼요.


강아지 머핀이라. 신기하네요. 어떤 재료로 구성되나요.

동훈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사용해요. 박력 쌀가루, 베이킹용 쌀가루가 기본이죠. 여기에 종류별로 자색고구마나 단호박 파우더와 프락토 올리고당을 넣어요. 중요한 게 소간파우더인데 강아지는 육식에 가까워서 고기 성분이 필요하거든요. 가장 어려웠던 건 빵을 부풀리는 것이었어요. 베이킹파우더가 애견용으로는 안전검증이 안 돼 있거든요.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달걀흰자를 머랭 치듯 추가해 모양새를 만들게 됐죠. 




‘반려동물’을 사업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겨운 2016년에 ‘퍼스트펭귄’이라는 교내 창업동아리를 만들고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면서 제 평소 취미인 애견간식만들기가 떠올랐어요. 마침 조원 모두 반려인이라 적극 공감했고 일도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그해 6월 본격 착수해 10월 18일 정식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9개월 후인 지난 3월 제품화까지 완료했어요.


대학생이 애견 간식을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게다가 전공자도 아니잖아요.

동훈 진짜 힘들었어요. 당시 하필 ‘애정사료’라는 불량 애견간식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거든요. 하지만 덕분에 안전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됐어요. 우선 직접 반려동물에게 좋다는 음식을 조사했죠. 가장 중요한 게 전문가 검증이었는데 당시 팀원 모교에서 교편을 잡으시던 반려동물영양학 박사님을 알게 돼 도움을 청했고 지금까지 자문을 받고 있어요. 


상품이 최종 출고되기까지의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듯합니다.

겨운 공장이 정말 낙후돼있더라고요. ‘그냥 만들지 말까’할 정도였으니까요. 또 소량생산이 가능한 곳이 거의 없었어요. 계속 찾아다니고 설득하다가 다행히 한 분을 만나 성사됐죠.  



사실 애견 수제간식은 시중에도 많아요. 아마 직접 만드는 ‘DIY 키트’라는 점이 특징인 것 같은데 특별히 DIY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겨운 매년 반려동물시장이 고속 성장하잖아요. 저희는 이런 정량적 수치보다 ‘반려인의 시각의 변화’라는 정성적 관점에 주력했어요. 기성간식, 수제간식에 이어 이제 공장이나 다른 사람이 만든 수제간식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든’ 수제간식으로 관심사가 옮겨가고 있다고 봤죠. 


초기 자본금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겨운 약 1년 동안 다양한 청년창업 지원사업에 도전했어요. 가장 먼저 2016년 7월, ‘경기권역 창업동아리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으로 200만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창업선도대학 창업아이템사업화’에서 2800만원, ‘글로벌 IoT&ICT 창업공모전’에서는 100만원과 함께 미국 포틀랜드 대학에서 액셀러레이팅 탐방 기회를 얻었죠. 최근 ‘차세대융합기술원’ 지원사업에서 1500만원을 추가로 받았고요. 


성과가 상당하네요. 비결이 무엇인가요.

겨운 발표하는 법을 많이 연구했어요. 예를 들어 발표 주제가 주어지면 최대한 빨리 머릿속으로 전체 발표구성안을 그리는 훈련을 했죠. 그러면 심사 때 어떤 질문이 와도 실수가 드물죠. 


상금은 어디에 활용했나요? 

겨운 제품제작부터 기자재구입, 인건비요. 월급은 아직 중소기업 평균치에 조금 못 미쳐요. 그나마도 저는 못 받죠. 그런데 동료들이 월급을 모아서 삼등분해줬어요. 이런 게 의리인가 봐요.(웃음)



최근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했죠.

겨운 네. 와디즈를 통해서요. ‘모의크라우드펀딩 대회’에서 1등해서 참가 자격을 얻고 두 번 펀딩을 진행했는데 모두 목표액 초과달성했어요. 목표액이 80만원으로 많지 않기도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홍보하고 관리한 덕분이죠.


아무래도 사업 초기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영업일 것 같아요.

겨운 사람을 만나는 게 이정도로 가치 있는지 몰랐어요. 제가 조바심이 많은데 김창원 펫프렌즈 대표님이 큰 힘이 되어줬어요. 김 대표님은 매달 억대 매출을 고정적으로 확보해야 해요. 가정도 있고요. 그런데도 한 번도 조급하거나 걱정하는 모습을 못 봤어요. 늘 당당하고 멋지죠. 대표란 게 어떤 건지 직접 보여주신 거예요. 

동훈 미팅하러 갈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요. A를 제안하러 갔는데 B가 되어 돌아오는 매력이죠.



수익은 발생하고 있나요?

겨운 아직 상품화 한 달째라 B2C 판매수익은 없어요. 우선 판로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요. 직접 수원일대 애견숍 카페를 다니면서 영업해서 프로모션도 유치했고 온라인 펫숍과 영상콘텐츠 제휴도 맺었죠. 매주 5~6일을 출장 다니는데 자가용이 없어서 체력이나 비용 부담은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직접 만나야 저희 사업을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면영업을 포기할 수 없죠.  


현재 추진 중인 다른 사업이 있다면요.

겨운 반려동물 영양컨설팅이에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영양분석기 기술을 이전받아서 견종 112가지, 묘종 59가지를 모두 나이, 활동량, 비만도, 중성화여부 등으로 나눠 가장 맞는 간식을 추천하고 판매까지 연결하는 거죠. 11월까지 첫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상용화하는 게 목표예요.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한 마디씩 해주세요.

겨운 펫셰프는 사료가 아닌 요리를 만듭니다. 10년 전까지 아무렇지 않게 개고기를 먹었던 관념이 완전히 바뀌었듯 앞으로 10년 뒤의 관념을 저희가 바꾸고 싶습니다. 

재상 1등은 문화를 말하고 2등은 기능을 말한다는 말이 있죠. 고객의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맞춤 콘텐츠를 분석하고 싶습니다. 제 손으로 반려인이 반려견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동훈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사람으로 대하듯 간식 역시 사료가 아닌 요리로 접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이도희 기자

사진=이승재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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