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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하는 이 기자 May 30. 2017

CEO된 고대남 “사업 잘 되니까 학점도 오르더라고요”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스타트업-① 브로헬스케어 지창대(고려대 13)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고려대 14학번 지창대 대표가 설립한 브로헬스케어는 헬스기구 ‘가정용’으로 제작해 판매한다. 지난해 출시한 첫 작품 ‘알파랙(Alpha rack)’은 운동 마니아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파워랙(power rack)’의 브로헬스케어 버전이다. 가격과 크기를 축소해 효용성을 인정받아 1년이 안 돼 2억1500만원의 매출을 안겨준, 브로헬스케어의 1호이자 최고 히트상품이 됐다.


고작 한 시간 남짓의 인터뷰였지만, 이제 갓 20대 초반인 지창대 대표에게서 왜인지 모를 전문 CEO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그가 달성한 매출이나 사업수완 때문은 아니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발하고 투자하는 적극성 그리고 ‘나눔 정신’이었다. 학군사관후보생인 지 대표는 알파랙 출시 직후 모교는 물론 한국외대, 한성대 등 인근 학교와 군부대의 체력 단련실에 기구를 무상 기증했다. 더 많은 후배들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간편한 가정용 헬스기구에 30대 남성팬 ‘열광’


지창대 대표는 한때 유도로 대입을 준비했던 ‘프로운동러’였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급하게 진로를 바꿨지만 운동을 향한 남다른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늘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틈틈이 운동 동호회 활동도 했어요. 특히 전신운동이 가능한 파워랙을 좋아해 100만원이라는 거금을 모아 구입했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어요. 크기가 너무 커 방에 들일 수조차 없었던 거예요.”


포기하는 대신 그는 불필요한 구조를 빼고 크기를 축소해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동호회 소식을 들은 회원들이 구매를 요청해 왔고 아예 판매용으로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설계도 직접 했어요. 전공 수업 때 조금씩 배우거든요. 부족한 것은 기계나 역학전공 교수님께 자문을 구했죠. 대학생 창업이기에 가능했던 ‘교수님 찬스’였어요.” 



지창대 대표가 직접 설계해 제작한 알파벨. 3D프린터로 내부 부품(가운데)을 출력한 뒤 조립해(오른쪽) 최종 제품(왼쪽) 출시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남은 건 양산. 하지만 당시 수중에는 300만원이 전부였고 제작비는 이를 훨씬 초과했다. 고민 끝에 지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했다. 양산 비용을 도움 받고 보상으로 ‘1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했는데 1개월 만에 70여 명이 1200만원을 보탰다. 그해 10월에는 펀딩 인기순위 1위를 기록하며 자연스레 홍보로 연결돼 월 매출이 최대 2500만까지 뛰었다. 주 고객층은 신혼의 30대 중반 남성 고객이었다.


“가성비 덕인 것 같아요. 특히 CS에 주력해서 조립을 어려워하는 고객은 직접 찾아가 무료로 조립해주고 운동법도 알려줬죠.”


하지만 모든 게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공장 한 곳이 부품을 하나 빼놓고 생산하는 바람에 펀딩 참가자들에게 제때 물건을 배송하지 못하게 된 것. 손해가 막심했지만 중요한 건 돈보다 고객과의 신뢰라고 생각한 지 대표는 급히 부족한 부품을 생산해 배송기한을 맞췄다. ‘흑자’의 단꿈이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린 순간이었다. 


알파벨로는 스윙, 스내치, 저크 등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다. 사진은 저크 동작.


“경진대회 상금, 허리띠 졸라매가며 최대한 아껴 썼죠”


브로헬스케어에는 지창대 대표 외에도 두 명의 마케터가 더 있다. 셋은 지난해 ‘캠퍼스 CEO’라는 교내 교양수업에서 처음 만나 함께 ‘브로헬스케어’라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종강 후, 지 대표가 1인 기업으로 운영하다가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하면서 셋은 다시 뭉쳤다. 


이번이 7학기 째라는 지창대 대표는 만으로 22세다. 학군사관후보생이라 군입대기간이 없었던 데다 ‘항상 움직여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부모님이 휴학을 극구 만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만큼은 부모님이 적극 격려해주세요. 최근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창업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고, 대학생 창업이야말로 좋은 거름이 될 것이라는 의미죠.”  



물론 자금 지원은 별개다. 초기 자본은 학교 창업보육센터의 시제품 제작, 특허출원비용 지원사업을 통해 혼자 힘으로 마련했고, 틈틈이 경진대회에도 참가했다. 교내 대회만 10여회, 거의 매주 한 개씩 제안서를 제출했고 ‘도전 KU스타트업’ 대상, ‘아스피린센터 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학교 산학단 연구아이디어 실현공모전’ 수상 등으로 받은 총 2000만원의 상금을 보탤 수 있었다.


“지출을 아끼는 것도 중요했어요. 제품 제작비는 물론 운송비나 창고임대료 등 고정 지출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싸고 질 좋은’ 공장을 찾으려 2개월간 30군데를 돌며 견적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단계별로 공장을 쪼개면 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레이저 커팅, 드릴링, 밀링 등을 각기 다른 공장에 발주한 뒤 저희가 직접 조립해 비용을 최소화했습니다.”


제품 사진도 전문 스튜디오 대신 학교 창업보육센터나 창업지원기관을 활용해 무료로 촬영했고 홍보모델은 지 대표가 직접 나섰다.  


지 대표가 직접 출연한 ‘브로피트니스’ 홍보용 사진. 왼쪽이 알파랙, 오른쪽이 알파벨을 사용하는 모습이다. 사진=지창대


‘고객층 확대’에 ‘건담랙 출시’까지…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다


요즘 지창대 대표는 매일 24시간을 거의 전부 사용한다. 학군사관후보생인 그는 매일 오전 6시에 집에서 나와 9시까지 군사학 수업을 듣고 저녁 6시까지는 꼼짝없이 학교에서 학과 수업을 듣는다. 본격 업무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부지런’의 결과로, 브로헬스케어는 곧 두 번쨰 작품 ‘알파벨’을 선보인다. ‘한 평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초고효율 운동기구 케틀벨(kettlebell)의 ‘홈짐(home gym)’ 버전으로 이번에는 미국시장을 우선 공략한다. 케틀벨이 한국보다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서 훨씬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게조절이 불가능한 케틀벨과 달리 알파벨은 밑에 무게추를 달거나 추와 추 사이에 덤벨을 끼우면 얼마든지 증량이 가능하다. 또 손잡이 방향을 움직이면 스내치(snatch), 저크(jerk), 스윙(swing) 등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다.




세 번째 ‘건담랙’도 시제품 제작까지 마쳤다. 블록, 턱걸이, 평행봉 등 헬스장의 거의 모든 기구를 하나로 압축한 초고효율 올인원 제품으로 30~40대 남성을 위해 디자인도 건담 버전으로 맞췄다. 

고객층도 기존 B2C에서 B2B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유행하는 10평 남짓 소규모 PT스튜디오에 브로헬스케어의 홈짐 기구야말로 딱 이기 때문이다. 알파랙 총 판매금액은 2억 1500만원이다. 하지만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는 상태. 매출을 거의 전부 이 제품 제작에 재투자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브로헬스케어는 본격 홍보를 위해 영상 콘텐츠를 생산해 운동관련 SNS 채널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전공을 살려 운동생리학, 역학, 영양학 등의 전문지식을 가미, 운동에 따른 신체의 변화, 영양분 섭취 후의 에너지 변환과정 등을 지 대표가 직접 강의한다. 


지난 4월 지 대표는 ‘머슬마니아’ 대회에 참가해 수상까지 했다. 운동마니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지창대와 브로헬스케어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업수업 중 교수님이 갑자기 제게 부양가족이 있는지 물으셨어요. 책임져야 할 사람이 없을 때 많이 도전해 보라는 의미였죠. 직접 창업을 해보니 대학생 창업의 장점이 정말 많더라고요. 혼자 힘으로만 하려고 하지 말고 눈을 돌려 주변에 도움을 청해보세요. 훨씬 많은 기회가 열릴 겁니다.”


글=이도희 기자

사진=김기남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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