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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하는 이 기자 Jul 06. 2016

카카오 ‘라이언’ 디자이너를 만나다

“라이언은 사실 프렌즈의 오랜 친구였죠”

카카오 ‘라이언’ 디자이너를 만나다

“라이언은 사실 제이지를 무서워한다고?”


기사는 2월 18일 한국경제매거진 <캠퍼스 잡앤조이>에 실렸습니다.

‘라느님’ 라이언 조명이 흰색인 까닭은?… 강남 카카오스토어 오픈 스토리(7월 5일자) 기사도 보러 가기


‘팔랑팔랑 날리는 반짝이를 맞으며 열심히 야광봉을 흔드는’ 라이언의 움직임에는 평소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던 디자이너 천혜림 씨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온 마음을 다해 즐거워하는 이모티콘’을 찾던 천 씨는 문득 공연장에서 무대를 향해 열광하는 관중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2월 18일, 카카오 판교사옥에서 카카오프렌즈 셀의 디자이너 천혜림, 조수호 씨와 마케팅 담당자, 권신혜 매니저와 윤영진 크리에이티브 파트장을 만났다. 왼쪽부터 윤영진, 천혜림, 


지난 1월 26일, 3년 만에 카카오에 새 캐릭터가 등장했다. 무표정한 얼굴의, 얼핏 보면 곰돌이처럼 동글동글한 사자의 이름은 ‘라이언’. 라이언의 콘셉트는 기존 캐릭터를 묵묵히 지켜주는 조언자이면서도 자유로운 영혼이다. 


튜브(오리)가 휴대전화를 집어던지며 온갖 ‘빡침’을 표현한다면 라이언은 큰형님답게 조용하고도 아주 느리게 블록을 쓰러뜨리며 비교적 ‘얌전히(?)’ 화를 표출한다. 신날 때든 슬플 때든, 괴로울 때든 그의 표정은 모두 똑같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라이언을 직접 만들어낸 카카오프렌즈 셀의 디자이너 천혜림, 조수호 씨를 카카오 판교사옥에서 만났다. 세상에 나온 라이언을 사용자와 만나게 하는 마케팅 담당자, 권신혜 매니저와 윤영진 크리에이티브 파트장도 함께했다.


천혜림/ 영상애니메이션 전공. 졸업 후,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연출을 담당했고 게임 일러스트 디자인과 영화 조연출까지 거쳐 지난 2014년 카카오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조수호/ 대학 때 카카오에서 아르바이트로 디자인을 했던 것을 계기로 지금은 엄연한 카카오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매김했다.

권신혜/ 경영학을 전공하고 일반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카카오 초기에 합류, 프렌즈 첫 기획단계부터 함께한 카카오프렌즈의 엄마 같은 존재다. 현재 카카오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을 한다.

윤영진/ 카카오프렌즈 셀장이자 셀을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 파트의 파트장이다. 이모티콘 출시 후 영상 노출방법이나 마케팅 방안을 연구한다. 원래 광고대행사에 있었던 그는 IT기업에서 직접 브랜드를 관리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카카오에 입성했다. 



라이언은 어떻게 처음 세상에 나왔나.


- 천혜림 : 라이언이 어느 날 ‘반짝’하고 나타난 것은 아니다. 작년 초, 프렌즈 시리즈가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으면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디자이너들끼리 여러 가지 시안이나 콘셉트를 공유했다. 이 안에는 선인장이나 라마, 원숭이 등 별 게 다 있었다. 침낭 안에 들어가 있는 숯도 있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동물이 대중에게 친숙할 듯했고 최종적으로 선택한 게 라이언이다. 표정이나 행동이 너무 다이내믹하지 않고 무난해서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오래 걸린 만큼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 조수호 : 기존 캐릭터에게 없는 것을 채우는 것이었다. 다들 굉장히 활발하고 행동도 과장되게 하는 편인데, 라이언은 프렌즈의 큰형으로서 든든한 존재다. 마침 사자가 ‘동물의 왕’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딱 맞았다. 


- 윤영진 : 누구나 ‘희로애락’을 가지고 있다. 기존 캐릭터는 각자의 개성을 살려 이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네오(고양이)는 새침하게, 어피치(복숭아)는 악동처럼 감정을 드러낸다. 기존 캐릭터가 이처럼 개성이 뚜렷했기에 이번에는 이들이 갖지 않은 ‘무뚝뚝함’을 그려보고자 했다. 



마케팅 측면에서의 고민도 컸을 것 같다.


- 윤영진 : 마치 인기 아이돌그룹에 새 멤버를 들이는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카카오프렌즈의 팬이 많은 편이다. 이들 사이에서 신규 캐릭터에 대한 반감이 있을까 걱정됐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라이언이 기존 캐릭터와 어울리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것이었다. 티저 영상에서 첫 등장한 라이언의 뒤에서 숨어있던 제이지가 깜짝 출연한다든가, 튜브가 밥상을 엎은 게 알고 보니 라이언 때문이었다든가 하는 식이다. 


출시와 동시에 반응이 뜨거웠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 천혜림 : 출시 후 바로 SNS에서 라이언 관련 태그를 찾아봤다. 출시 2~3일 만에 벌써 관련 상품을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 분들이 있더라. 라이언을 닮은 마카롱이나 액세서리는 물론 귤껍질을 활용해 라이언 얼굴을 만든 작품도 봤다. 신기했다. 


- 권신혜 : “아이돌 팬들이 새 멤버를 거부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누군가 “나는 어피치(복숭아) 팬인데 라이언 때문에 어피치 분량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하더라. 재미있었다.


- 윤영진 :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특히, 사용자들 사이에서 시놉시스에 대한 반응이 뜨겁더라.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에 크게 깨달았다. 기획이 잘 된 것 같다. 


라이언, 그것이 궁금하다!!!



1. Lion이 아닌 Ryan인 이유는?

프렌즈들은 모두 사람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라이언(Lion)’과 어울리는 사람의 이름을 찾은 게 Ryan이죠. ‘라이언(Lion)’을 ‘라이언(Lion)’이라고 이야기하기 싫었다고 할까요?

2. 왜 암사자가 아닌 ‘갈기 없는 숫사자’인가요?

프렌즈들은 모두 하나씩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죠. 너무 완벽하면 매력이 없잖아요. 네오(고양이)는 사실 가발을 쓰고 있는데 이 가발을 자신감의 근원이라고 생각해요. 라이언도 근엄하지만 갈기가 없다는 콤플렉스 덕에 더욱 사랑받지 않을까요.

3. 라이언과 특히 친한 캐릭터가 있나요?

두루두루 친해요. 다만 라이언이 원래 왕위 계승자였다가 탈출하는 바람에 현재 보디가드에게 쫒기고 있는 중인데, 마침 검정색 양복을 입고 있는 제이지(두더지)를 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하죠. 




라이언의 새로운 버전도 출시되나.


- 윤영진 : 라이언의 새 버전이라기보다는 모든 캐릭터가 함께 하는 종합편을 곧 선보일 계획이다. 원래도 종합편을 위주로 제작하다가 지난해 잠깐 각자의 스페셜 버전을 냈다. 이번 라이언도 그중 하나이고 앞으로는 일단 예전처럼 종합편을 출시한다.


- 권신혜 : 초반에는 라이언이 기존 캐릭터의 친구라는 이미지를 계속 주기 위해 관련 영상이나 제작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라이언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평소에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 윤영진 : 팀 자체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이뤄져있다. 그래서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다. 개인적으로는 해외 뮤직비디오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 조수호 : 주변의 ‘웃긴’ 친구들을 만난다. 또 인터넷이나 만화도 참고한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건 웬만하면 다 보고 참고한다. 특히 평소에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아 이런 내용을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볼까’라며 일상생활을 이모티콘과 접목시키기도 한다.  


- 천혜림 : 그래서 사람이나 상황을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됐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지를 주의깊게 본다. 또 매체의 그림이나 영상도 많이 본다. 트렌디한 것을 연구할 수밖에 없다. 이모티콘 사용층은 대개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 권신혜 : 업무 특성상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사용자 반응을 열심히 체크한다. 이모티콘 사용량에 대한 데이터도 계속 검토한다.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업무 환경도 중요할 것 같다. 기업 분위기는 어떠한가. 


- 천혜림 :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연차가 적은 사원이라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의견을 내면 받아들여진다.



- 윤영진 : 카카오는 본명이나 직함 대신 모두 영어이름을 쓴다. 직함이나 직급에 구애받지 않기 위해서다. 그만큼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다. 의도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회사 자체에 이런 분위기가 있다.


대학생들에게 ‘이것만은 해보라’라고 추천하는 게 있다면.


- 권신혜 :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라. 대학 때부터 광고마케팅 관련 지인이나 지식만 찾았는데 시야를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


- 천혜림 :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관련 분야에서 일을 찾았다. 하지만 막상 취업 후에 어려운 일도 많았다. 나에게 어떤 일이 맞는지를 알려면 지금 여러 가지에 도전해야 한다. 휴학 없이 졸업해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대학 때 조금 쉬면서 원하는 공부도 하고 해외생활도 해볼 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 조수호 : 여러 가지 경험을 쌓으라는 것은 여러 사람을 만나라는 뜻인 것 같다.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지 모른다. 다양한 분야에 손대는 것은 확실히 중요하다. 대신 어설프게 시도하기보다 확실하게 파고들어서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아라. 끝장을 봐야 나중에 인정도 받는다. 막연히 과제하느라 바쁘다고 미뤄두지만 말고 심도 있게 여러 분야에 도전하라. 


- 윤영진 : 난 조금 다르다. 직원을 채용하려고 이력서를 보고 면접을 보다보면 ‘그래서 뭘 잘하지?’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요즘 다들 평균치까지는 가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일부러 재야의 고수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여러 사람을 많이 알아두는 것은 좋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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