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이의 입주를 환영합니다

육아일기

by 에르네스티토

조리원에서의 2주는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퇴소일을 앞두고 미리 산후도우미분도 신청해 둔 상태였지만, 이제 우리 집에서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설레임만큼 긴장감을 잔뜩 안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어떤 것보다 생후 19일차 신생아를 차에 태우고 집까지(20분 밖에 안 걸리지만..) 와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안 그래도 추운 손발이 더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사우디에서 3년 동안 운전을 했지만, 부딪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성인이 아닌, 자그마한 생명체를 모시고 가는 것은 내게 엄청난 압박감이었다.

이미 전날부터, 아니 주말부터 카시트를 설치하고 미리 집을 청소해두고 정리하느라 난리법석이었는데 그 날 아침을 기점으로 나의 정신 사나움은 정점을 찍었다.


작은 생명체를 속싸개와 겉싸개에 싸고, 카시트 바스켓에 곱게 넣은 뒤, 두 손으로 들고 차 뒷 좌석에 설치된 카시트에 조립하고 심호흡을 하고 내 인생 최저 속도로 운전했다. 겨울날, 눈이 내리면 언덕이 미끄러울 수 있었기에 언덕길을 피해 돌아가는 길, 새근새근 자는 너의 모습을 보며 이제 정말 우리 함께 사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무 이슈없이 잘 도착한 우리 집,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던 콩콩이와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조리원에서도, 산후도우미분도 뭔가를 많이 가르쳐주시긴 했는데 모든 것이 처음이던 우리에게는 다 낯설었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 그리고 수유하는 것 외에는 샤워를 시키는 것도, 우는 너를 달래는 것도, 너를 소화시키기 위해 한참을 안아주고 등을 토닥이는 것도, 방구가 안 나와서 배가 아파 우는 너를 마사지하는 것도, 어려웠던 우리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열심이던 우리를 하늘에서도 보신 것인지 조금씩 적응이 될 만하면 무언가 새로운 미션이 떨어졌다. 분유를 타먹이고, 어떤 쪽쪽이가 입에 잘 맞는지, 또 얼마나 줘야 하는지, 배밀이는 언제 시켜야 하는지, 콩콩이가 모빌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는지, 정말 사소하지만 때로는 너무 어려웠던 일상이었다.


그렇게 두 남녀가 부부에서 부모가 되어가는 동안, 콩콩이도 빠르게 커갔다. 혼자서 움직이지도 못 하던 아기는 어느새 웃고, 혀를 내밀고, 방구를 끼고, 몸을 흔들고, 터미타임도 꽤나 잘해갔다. 건강하기만을 바랬던 콩콩이가 불편해서 울음을 터뜨릴 때면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한참을 안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새벽수유를 하느라 번갈아 소파에서 수유하다 앉은 채 잠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바깥구경이랄 것도 없는 시간들이 스쳐지나가고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자 콩콩이의 얼굴에도 다양한 표정의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참 신비로웠다.

회사에서 어떤 일이 터져도, 안 좋은 연락을 받아도, 집에 돌아와 콩콩이를 안고 있는 아내를 보면 웃음이 났고, 웃고 있는 콩콩이를 바라보면 다 사라져버렸다. 반대로 평화로운 날들이지만 콩콩이가 울기 시작하면 올 스탑된 채로 우리 집은 비상이 되곤 했다. 콩콩이에겐 우리가 전부이듯, 어느샌가부터 우리에게도 콩콩이가 전부가 되어버렸다. 무서울 정도로 세상 중요한 것들은 다 사라져 버렸다.


* 나는 출산/육아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의견을 묻는다면 할 수 있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편이다. 이유는 상상할 수 없던 행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행복한데, 상대도 내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는 관계가 있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 행복지수를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육아 이전의 삶은 80~120을 넘나드는 평균 100의 행복 그래프라면, 지금은 50~250을 넘나든 평균 150의 행복 그래프랄까. 힘들 때는 정말 힘들고 지치지만, 아이가 웃어주고 함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밥을 잘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이거면 된다는 생각이 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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