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그 찬란함 후의 현실

산후조리원

by 에르네스티토

콩콩이가 나오기만을, 짝꿍이 무사하기만을 기다리던 그 날, 하늘은 다행히도 나의 편이었는지 모두 무사했다. 제왕절개를 하면 수술실에 들어간 지 4분만에 아기가 태어날 수 있다는 것도, 우렁찬 소리를 듣자마자 콩콩이구나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도, 제왕절개는 수술보다 산모의 회복과 후처치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아기의 얼굴을 마주한 후에도 한참을 아내는 수술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시간동안 할 수 있던 건 그저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수술실의 현황판을 보고 기도하고 다시 쳐다보고 귀를 기울이고, 그렇게 한 시간 이십 분이라는 시간이 가는 동안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고서 무사하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마주한 아내의 모습은 지치고 추워보였다. 잠시 마주하고 다시 후처치를 위해 이동하는 뒷 모습을 보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에서 아빠, 남편이라는 존재는 바스라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정말 다행히도 아내는 잘 회복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통증이 많아 진통제도 먹어야했고, 혼자서는 몸을 일으키기도 어려웠지만. 출산 다음 날, 아내와 함께 보러 간 콩콩이는 여전히 눈도 못 뜬 채 간호사 선생님 품에 안겨 있었는데 아내 얼굴에는 눈물과 웃음이 함께 흘렀다.

매일 점심 저녁으로 콩콩이를 보고 오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그 외의 시간에는 병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아내가 다인실로 옮기게 되면서 나는 집에서 조리원으로 넘어갈 짐들을 싸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흔히들 산후조리원에 대해 얘기할 때, 마지막으로 쉴 수 있는 시간, 산모가 마음껏 누려야 할 시간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우리도 보다 좋은 곳으로 가야할 지, 병원과 연계되어 아기를 밀착 관리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할 지 오래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그때는 이 선택이 후에 깊은 후회와 아쉬움으로 남을 지 전혀 알 지 못 한 채.


산후조리원은 산모가 아기를 출산하고 아직 돌아오지 못 한 몸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신생아를 돌봐주면서 자연스럽게 수유, 신생아와의 동행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선택한 조리원은 모자동실이라고 하는, 산모와 신생아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꽤나 철저히 지키는 편이었고, 또한 모유수유를 지원해 주는 곳이었다. 이는 우리가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는데, 아내가 모유수유에 대한 마음이 있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잘 배우고 싶었던 마음과 갖춰진 시스템 아래에서 습득하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반대로, 병원~조리원이 연계되었음에도 간호사마다 모유수유에 대한 가이드와 자세 권유, 수유방법을 다르게 제시해주었다. 그렇게 3시간마다 유축하고, 또 모자동실 시간에 모유수유, 그리고 수유콜이 오면 또 내려가는 극악의 일정을 보내게 되었다. 수유방법이라도 잘 안내가 되었다면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좋았겠지만 점점 투입하는 시간 대비 수유의 효용성도 떨어지고, 아내의 고통도 더 커지게 되었다.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은 셋이 처음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의미는 분명 있었지만, 퇴소하면서 아마 다시는 그 곳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배우자 출산휴가를 쓸 수 있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내의 일상을 따라 하던 날들이 생각난다. 새벽 1시부터 유축을 하고, 4시에 한 번 더 유축, 그리고 아침에는 수유콜로 내려갔다가 올라와서는 잠깐 낮잠 후, 마사지를 받고는 다시 유축, 그리고 모자동실, 또 유축. 힘도 없어 점심, 저녁 말고는 간식도 잘 못 먹던 아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내가 좋아하는 붕어빵을 수소문해서 사다주고 간식을 사다주고 마사지해주는 것, 그런 것들 뿐이었다. 좁은 방에서 그렇게 2주간 시간이 날 때마다, 때로는 출퇴근을 하며 보냈던 그 시간들이 때로는 애틋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가장 회복되어야 했을 시간에 착취당하듯 짜여져버린 탓에 아내의 출산 이후가 너무 힘들었던 것만 같아 참 가슴이 아프다.


*콩콩아, 엄마가 너에게 모유수유를 했던 그 한 달, 엄마는 입술을 꽉 깨물고, 때로는 아픔에 비명을 지르며 너를 먹였던다. 젖몸살로 아파하고, 상처가 나고, 스치기만 해도 아픈데도 엄마가 참으며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이 있었단다.

*어쩌면 수유는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넘어갔던 그 때의 나의 무지함에 몇 번이고 되돌리고 싶었고, 혼자 아파하는 당신을 그저 안아주고 돌봐줄 수 밖에 없던 그 시간들이 눈물 나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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