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은 늘 우연처럼

기승전결 없는 인생에서 꺼내는 첫 고백

by 잎새

글에는 힘이 있다.
시각적 정보가 한정적인 인간에게,
눈앞에 없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매체다.
상상력은 그렇게 현실을 확장시킨다.

나는 업무 중 겪은 일들,
그때그때 느꼈던 감정을
순서도, 구조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드러낼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담담하게 적어 내려갔다.

‘이번에도 떨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날 따라 그냥 작가 신청을 눌렀다.
숙제처럼.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며 심심할 때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이메일을 열어 다시 확인했다.

세상에…
정말로 되어버렸다.

그 순간부터 마음이 쿵쾅거렸다.
기뻤다기보다는,
‘이제 어쩌지?’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내가 쓴 글은 기승전결 같은 것도 없고
콜센터 상담사로 겪은 일들,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버텨온 시간들,
채무와 생존 사이의 팽팽한 긴장 같은 이야기들뿐이었다.

막막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공개된 공간에 글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나를 조금씩 드러낸다는 것.
그것이 글쓰기의 시작이라면,
나는 아직 첫발만 겨우 뗀 셈이었다.

그래도 꺼내야겠다.
순서가 엉망이어도,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다 보면 언젠가는 종착역에 닿겠지.
인생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A로 시작했어도 X에서 끝나기도 하고,
뜻밖에 O에서 다시 시작되기도 하니까.



첫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은 엉성하고,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들이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면,


잠시 머물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