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한숨과 아이의 울음 사이에서
“안녕하십니까, ○○ 상담사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콜이 들어왔고, 나는 기계처럼 본인확인을 마친 뒤 말했다.
“00일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실효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형식적인 멘트를 남기고 전화를 끝낼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이번 건은 단돈 13,000원.
정수기 렌탈료보다도 저렴한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심코, 너무 익숙한 말투로 물었다.
“약속일은 언제까지로 잡아드릴까요?”
그녀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콜 대기가 쌓이고, 초조함이 밀려들었다.
다시 되묻자,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가능한 최대한 늦게로 잡아주세요.”
그 순간, 수화기 너머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운 배경음에 순간 짜증이 올라왔다.
나는 빠르게 전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00일까지로 잡아드릴게요. 금액이 낮으시니 상환 가능하시죠?”
그 말이 끝나자, 그녀는 조용히, 3초쯤 있다가 말했다.
“저는요… 13,000원이 어려워요.”
그 순간, 내 가슴이 턱 막혔다.
나는 그저 ‘의례적인’ 멘트를 날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지금, 아기와 본인을 위해 그 돈이 필요했던 사람이었다.
‘가능하시죠~’라고 무심하게 말한 내 목소리가 마음속을 맴돌았다.
나는 그날, 콜대기를 무시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오래 들었다.
그리고 복지센터 연결을 도왔다.
말을 떨며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그녀가 말해야 할 내용을 메모해서 정리해 주었다.
13,000원. 작고 하찮게 느껴지는 그 금액 하나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을 드러나게 했고, 무례했던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회복이 되었다.
그녀는 오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나에게 조심스레 고마움을 전했다.
심경이 복잡했던 날이었다.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날은 내게도, 잊기 어려운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