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별장, 웨스트 팜비치
자본주의에 대하여
미국은 자본주의국가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말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쓰레기봉투마저도 가격에 따라 두께가 다르다
그런 미국에서 비행기 운임과 비슷한 가격 에어텔이라니....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의 숙소에 들어서면서부터
역시 자본주의라고 생각하면서도
여행에서 숙소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두드리면 베드버그가 후드득 뛰어오를 것 같은 침대에서
삼일을 누워있으니 우울해지던 데다
본질에 너무나 충실하여 끊임없이 운전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운전자를 보면서
급하게 검색해서 웨스트팜비치 공항 주변의
할리데이인을 예약했다
미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할리데이인 체인의 숙소는
평균적인 컨디션을 가지고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어느 나라이든 공항 주위의 숙소는 저렴한 메리트가 있으니
렌터카 등을 이용한다면 고려해 볼만한 옵션이다
리셉션에서 체크아웃할 거야 하니까 환불 안 돼 하길래
알아 라고 쿨하게 돌아서서
웨스트 팜비치를 향해 한 시간 반 정도 달렸다
웨스트팜비치는
들어가는 길부터 쭉쭉 뻗은 잘 정돈된 야자수들만이
여기도 사람이 있소 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보였다
보스턴이 착 가라앉은 회색의 차분한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눈부시게 밝은 흰색이긴 하지만 죽은 도시 같았다
길에 사람 하나 찾기가 힘들었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웨스트 팜비치는
여러 부호들 별장으로 유명하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비치까지 소유할 수 있어서
높은 덤불로 둘러싸인 집들에서
트럼프가 튀어나온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동네이다
-타인종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내가 알아볼 리 만무하지만-
골목골목 서지 마시고 들여다보지 마시오
따위의 안내문이 걸려 있었고
-괜히 유명인의 불륜을 찍은 파파라치 사진의 배경이 웨스트팜비치인 게 아니구나-
얼핏 들여다본 낮은 담장 안에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소년이 소녀를 죽일 때처럼
십 대 초반처럼 보이는 백인 소년 소녀 십여 명이
최소한의 옷만을 걸치고 해변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보지 마 운전자가 낮게 읊조리고 그 골목을 벗어나자
패트롤처럼 보이는 차가 오더니 사유지라고 나가 달라고...
-사실 말투는 아주 공손했다-
공동 비치에는 동네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는데
쓰레기나 날카로운 돌들로 선뜻 들어가기가 내키진 않았다
그 뒤의 기억은 웨스트팜비치, 마이애미, 사우스비치
같은 글들이 너저분하게 프린트된 중국산 티셔츠를
미친 듯이 고르던 운전자의 모습밖에 없다 하아...
이로서 세계 3대 비치 중 하나인
웨스트 팜비치를 방문하였다
보라카이도 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더니
여기는 돈 때문에 철저히 가려져 있네
패키지도 아닌데 차에 있었던 기억밖에 없는
어찌하나 봤더니 결국 비행기까지 놓쳤던
실패한 생존여행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