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로우너다
그래 나는 로우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
나도 내가 이런 고백을 할 줄 몰랐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물론 나도 중고딩 때는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며 밥 먹고 친구 손잡고 화장실 가고 그랬었다.
늘 외로웠고 혼자 있는 걸 못 견뎌하고 조금이라도 같이 있기 위해 친구들 집까지 데려다주고 했었다.
그런 나였는데 대학교 때였다.
"여자가 성공 못 하는 건 혼자서 밥을 못 먹어서야."
장난스러운 남자 선배의 한마디가 너무 맘에 안 들었다. 하지만 계속 생각할수록 틀린 말이라고 부정할 수가 없었다. 학교 식당에서조차 혼자 밥 먹지 못했으니까... 혹시라도 혼자 밥 먹다가 아는 사람 만나기라도 할까 봐 저 선배는 친구도 없나 혼자 밥 먹냐 하는 소리 들을까 봐...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나는 혼자 밥 먹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휴학에 학사과정이 꼬이기도 했지만 불규칙한 아르바이트 스케줄도 있었지만 굳이 밥친구를 찾으려 하지 않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혼자 라면 먹는 것부터 시작했다. 별 거 아니더라...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먹는 건 좀 신경 쓰이더라. 여유 부리며 먹는 척했지만 스마트폰도 없던 시대라 뻘쭘하긴 했어. 하지만 이것도 몇 번 하니 익숙해지더라. 그다음은 김밥천국...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김밥부터 순두부까지 선택지도 많고 싸고 여러 곳에 있어서 이용하다 보니 혼밥이 점점 좋아지더라...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내가 먹고 싶은 시간에 오로지 음식에 집중하면서 먹을 수 있다니...
그다음은 영화...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이 붐이 되던 시기였다. 아무리 흥행몰이를 하는 영화라 해도 한 좌석쯤은 남아있었다. 웬만한 공포 영화는 코미디물로 느끼는 나지만 혼자 극장에서 보니 조금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액션 SF영화니 천만 영화 같은 걸 싫어하는 나는 친구랑 만나서 서로 다른 영화 보는 일도 생겼다. 점점 영화를 볼 수 있는 채널이 많아져서 극장에 자주 가진 않지만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영화 보는 건 불편해져 버렸다.
그러다가 십 년 전쯤 혼자 해외여행을 가게 된다. 물론 친구가 뉴욕에 있어서 간 거지만 막 유학을 시작한 그는 늘 바빴고 난 혼자서 뉴욕을 돌아다녀야만 했다. 그때만 해도 누군가와 함께 손을 꼭 잡고 맨해튼의 골목을 걷고 싶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중국에 취업을 하고 중국살이가 막 재미있어지려고 할 때 돌아와야만 했다. 난 여전히 뉴욕을 잊지 못해서 365일 중에 360일을 일해서 학자금 대출을 갚고 뉴욕으로 날아갔다. 점점 더 혼자 있는 게 좋아졌지만 가끔 외롭기도 했었다.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년쯤 있었던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불안한 것에 내 인생을 거는 건 어리석다 결론 내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무여행계획공포증의 실체를 서서히 감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티켓팅을 하지 않으면 불안했고 삶의 의욕이 없어졌다. -1편 참조-
의외로 같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생각하고 배려하는 성격이라 정작 내가 원하는 건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고 나선 후회하기도 하고 자책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 번 중에 한두 번은 혼자 여행을 간다. 해외라는 장소가 주는 해방감과 혼자라는 여유가 합쳐지니 이제까지 관심을 두지 못했던 나 자신을 내 중심에 두게 되어 오로지 나 자신 나의 욕구에 내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눈치 보지 않고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물론 혼여라는 건 약간의 쓸쓸함과 외로움이 함께하지만 여행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주는 설렘으로 상쇄시킬 수 있었다. 이미 혼자 살고 있지만 더욱더 이렇게 격렬하게 나는 혼자 사는 삶을 준비 중이다. 모든 것을 혼자 하면서 드디어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나와 함께하고 나와 데이트하는 게 너무 좋아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