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윈블루 Jan 10. 2022

족발먹다 플랫폼 비즈니스 공부한 썰

플랫폼 비즈니스의 저력과 거래비용을 족발 시키며 깨달아버림.

제목은 거창하지만,  뭔가 이상한 거래다 싶어 기록해놓는다.

결과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는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대가로 음식을 제값에 먹을 수 있었다. ... 그런데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플랫폼을 이용했다면, 나는 제값보다 더 저렴하게, 추가 서비스와 퀄리티까지 보장받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싶어서,  저녁 메뉴로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족발을 시키기로 했다. 원래는 족발을 먹을까 아니면 치킨을 먹을까 고민했지만 역시 저녁에는 쫀득한 족발이 딱이지.라는 생각에 네이버에서 네이버 지도를 열고, 음식점을 검색해서 괜찮은 곳을 평점과 지도를 통해 리뷰를 통해 확인한 후 주문을 했다. 유선전화상으로 주문을 하고 배달 수수료는 천 원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족발은 불 족발과 일반 족발 반반 대자로 3만 8천 원. 그리고 배달 수수료가 1,000원이 붙어서 3만 9천 원에 주문을 했다.


 배달 플랫폼은 일부러 이용하지 않는다. 수수료 부담이 된다는 자영업자 분들의 뉴스와 사정을 들었기 때문이다. 가급적이면 네이버 지도에서 네이버를 검색한 후 다이렉트로 전화 주문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배달의 민족 이야기가 나왔고 배달의 민족에서 시키면 더 싸고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왜 직접 주문을 했냐는 이야기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논리적으로 수수료 부담은 다이렉트로 주문하는 쪽이 적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양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전화주문하는 게 오히려 긍정적이었으면 몰라도 적어도 변화는 없을 거라고 주장했고, 곧이어 팩트 체크를 하게 되었다.


 확인 결과 배달의 민족에서 해당 족발집에 베스트 메뉴인  반반 족발 대자의 가격은 네이버 메뉴판에 있는 가격과 동일하게 38,000원이었으며 배달 수수료는 전화로 주문한 것과 다르게 2,000원의 배달 수수료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배달의 민족에서는 매번 쿠폰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3,000원 할인 쿠폰이 사용 가능한 상황이었고 전용 카드로 계산하면 4,000원이 할인되어 최대 3만 6천 원에 같은 족발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관련된 전용 카드 따위는 쓰지 않으므로 기본 할인인 3,000원을 받아서 3만 7천 원에 먹을 수 있었던 것으로 오히려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이 2,000원 더 경제적인 활동이었던 것이다.


그래 뭐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자영업자 사장님들 더 드렸다고 생각하는 거지 뭐.

... 가만, 그건 아니지. 제값을 드린 거지. 아니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배달의 민족 플랫폼 측에서 마케팅 비용 수수료 명목으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 것이고 그것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그런데 거기에 추가적으로 리뷰 이벤트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리뷰 이벤트를 할 경우에 무려 막국수를 서비스로 주는 내용까지 적혀 있는 걸 보고는 꽤 마음이 심란해졌다. 나는 왜 선한 의도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전화로 주문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론적으로 나는 2천 원 할인받을 기회와 막국수를 받을 기회를 놓쳐버린 샘이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게다가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리뷰 이벤트 용으로 나가는 음식은 사장님들이 조금 더 신경을 쓰고 퀄리티나 양적인 측면에서 더 나았으면 나았지 지저분하거나 퀄리티 떨어지게 보내 주지는 않는다는 말에 더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렇게까지 말하고 사실 확인을 해보니, 배달 플랫폼을 소비자 입장에서 쓰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걸 윈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누가 손해를 보는 것일까?

 소비자는 궁극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일까? 


단기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거래비용에서는 수수료 부담이 더 늘어나는데 고객에게는 혜택이 더 늘어난 다니 그것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산자 -- > 소비자 측면의 단순한 소비 연결고리가 생산자 --> 주문 플랫폼 --> 배달대행 플랫폼 --> 소비자까지, 이런 두 가지 단계를 거치면서 오히려 거래비용이 감소하고, 상품의 질과 추가적 이익까지 발생하게 만들어내다니!!


전통적인 유통채널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현재 온라인 유통 플랫폼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장님들은 더 힘들어지신다는 말에 대한 공감과 동시에, 반대로 제품의 퀄리티가 높아지게 되며 경쟁력이 강화되며 우수한 가게는 매출 신장이 아주 두드러져, Winner takes all의 승자독식구조가 마련된다. 소비자들은 리뷰와 손가락 끝에서 발생하는 마법같은 편리한 주문, 원숭이 꽃신에 길들여짐과 동시에, 실제 지불하는 가격 대비 가치가 증가하게 되면서  소비 효용이 증가하며, IT기술의 발달로 제품에 대한 간접적 검증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짐과 동시에 Pain Point가 줄어들게 되겠지. 그리고 원래는 중간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가장 힘이 없어야 할 중도매인 역할을 하는 플랫폼은, 가장 힘을 강력하게 발휘하게 되어버린 시대로 바뀌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부른 배를 두들기며 한편으로는 찝찝하지만, 내가 이득을 과감히 포기할 정도의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다음에는 그냥 배민 깔아서 쿠폰 받아서 리뷰 쓰고 시켜야겠다... 라고 다짐하는 한 명의 예비소비자가 생겨버린다.

작가의 이전글 월초, 동부간선도로의 불빛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