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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Feb 09. 2021

카키스토크라시

책끌(책에 끌리다) #서평 113

잡놈들의 세상, 이게 끝이 아니라고?



<카키스토크라시>의 저자는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뉴욕에서만 45년째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책은 미국 시민으로 자란 저자가 바라본 미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 꼬집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자의 선동으로 무장 폭도들이 의회에까지 난입하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기저 질환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의 결과물로 이 책이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는 그리스어로 '나쁜, 못된, 악한' 등을 뜻하는 'kakos'의 최상급 표현인 'kakistos(최악의)'와 '권력, 통치'를 뜻하는 'cracy'를 조합한 단어다. 가장 어리석고 자격 없고 부도덕한 지도자들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무능함과 부정부패, 통치자의 품격까지 총망라한 표현으로도 쓰이고 있다.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


그는 지금 미국은 쇠망의 징후가 역력해 보인다며, 그 기저 질환에는 최악의 인간들이 지배하면서 생긴 다양한 문제들이 쇠망의 본질로 떠올랐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질환에 대해 '병명'을 붙여주고, 이제부터라도 투병 의지를 고취시켜 지침과 처방을 통해 새 출발 하자는 의미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것이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서 한국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해 당선자가 됐다. 하지만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부정 선거라며 법정 투쟁을 예고했고 시민들을 선동해 국회에 난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1월 20일 바이든이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미 대선은 일단락된 듯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이번 대선 결과가 도널드 트럼프라고 하는 부패한 지도자를 국민들이 심판한 결과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투표 결과에서 보이는 수치는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얻었던 약 6300만 표를 1천만 표 가까이 뛰어넘는 7422만 표를 얻었다. 선거 결과, 득표율 차이는 조 바이든 51.3%, 트럼프 46.8%로 4.5% p에 불과했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지난 4년간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국민의 수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또한 바이든이 취임한다고 해도 여전히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미국 국민들 중에는 트럼프를 기다릴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말하는 최악의 인간들이 지배하는 문제는 몇몇 질 나쁜 지도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경제의 최상위를 점하고 있는 계층의 대부분은 어딜 가나 부도덕하고 무책임하고 탐욕적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 더 절망적이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사람 위에 자본이 군림한 끝에 이제는 상위 포식자들이 국가 경제를 완전히 장악했다. 그들의 자본으로 움직이는 기계와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고, 속박하고, 감시하고 있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면 안타까워했다.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던 미국은 40~50년 사이에 중산층이 거덜 나고 국가의 인프라가 한꺼번에 허물어져 내리고 있는 '가난한 부국'이 되었다. 지난 40여 년 동안 미국은 사회진화론이 지배하는 비인간적인 사회로,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승자가 되는 사회로 변했다. 각자도생 사회가 되어 버린 현재, 개척시대를 이어왔던 시민의식은 말살됐다는 것이다. 그는 강대국의 흥망성쇠는 경제주기나 불변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지도층의 인격과 영성의 함량, 그들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고 봤다.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 신화의 저변에는 신자유주의 이념의 토대 위에 들어선 잘못된 보상 체계와 변태적 능력주의, 경제 지상주의, 그리고 그런 환경에 편승해 번창해온 야만인 부류가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트럼프나 러시아의 푸틴 같은 시정잡배들이 강대국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람 위에 있는 돈이 군림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극소수가 자본과 자본 증식의 수단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미국과 러시아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피즘의 저변에는 1960~70년대 미국 성장의 한복판에 섰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있다. 한때 미국의 중산층이었던 이들은 이제 하층민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카키스토크라시’의 기본 전제는 민주주의’에 있지만 가장 어리석고 자격 없고 부도덕한 지도자를 뽑은 것은 다름 아닌 유권자들이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물질만능주의가 인간의 존엄성 위에 서 있다.


그는 악덕한 인물이 우리 사회를 이끄는 자리에 섰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크고 작은 악에 침묵하고, 체념하고, 때로는 동참하고 심지어 동경하면서 그럴 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했다고 꼬집었다. 2000년대 우리 사회에 불었던 '부자 되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부를 향한 욕망이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구매력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고,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스스로의 ‘몸값’을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 


신자유주의 세계관에서 공익이란 허울 좋은 불합리일 뿐으로, 가난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 됐다. 실시간으로 악화되어 가는 경제와 절망적인 빈부 격차를 직접 체험한 저자는 인생의 팔 할을 보낸 미국이란 나라가 쇠망의 길을 걷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뿌리 깊은 인종주의, 진보와 보수의 골 깊은 불화, 자본주의가 낳은 절망적인 빈부 격차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몰락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 예견했다.


그는 한국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미국의 이런 절망적인 모습이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미국처럼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능력주의 사회가 된다면 낮은 자존감에서 오는 경멸과 분노, 조바심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무한 경쟁과 소비의 전쟁터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보편타당한 이성을 지닌 건전한 시민들이 그런 부류의 지배에 저항하고 궁극적으로 그들이 지배하는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5부로 나누어져 있다. 일독해 보시길 권한다.




이 글은 비아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233155457



* [참고]  유튜브 서평 채널 : 책에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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