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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Jan 30. 2022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40

BTS(방탄소년단). 한류의 중심이자 K팝 아티스트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이야기가 크게 궁금하진 않았다. 수많은 국내 아이돌 그룹 중 하나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려놓았는지 알지 못했고,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그들이 한국말로 부른 노래가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가 어렸을 적에 즐겨 들었던 팝송이 떠올랐다. 그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멜로디를 흥얼거리곤 했는데, 그 시절의 팝송처럼 지금은 우리말로 부른 BTS의 노래가 우리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작고 소중한 것들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워준 '풀꽃 시인' 나태주 시인이 BTS의 노랫말에 자신의 산문을 더해 출간한 'BTS 노래 산문집'이다. 시인은 청춘들의 깊은 고민과 반짝이는 사랑을 노래한 BTS의 가사에 흠뻑 빠졌다고 이야기했다.



p.11

작은 것이 아름답다


세상 사람들 새것만을 좋아하지

그게 인지상정 사람들 마음이야

새것만을 원하고 화려한 것,

비싼 것들만 찾아서 눈을 돌리지

오래된 것, 작은 것, 초라한 것,

낡은 것들에겐 관심조차 없지


(중략)


작은 것이 아름답다

오래된 것이 소중하다

초라하고 버려진 것, 낡은 것들이

귀한 존재들이다

그것은 새로운 눈뜸이고

새로운 시작 그 출발점이야



평소 BTS의 노랫말에 관심이 있었다는 시인은 자신이 듣고 감명받았다는 35편의 노래 가사를 함께 읽어 내려가며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메시지를 찾고, 의미를 해석하는 한편,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나 '사랑하면 알게 되고 보이나니'라는 말에 하나 더해 '모르는 만큼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BTS가 전하는 메시지는 아미라는 팬클럽에서 머물지 않고 전 세계를 향한 메시지로 울려 퍼지고 있다. 그들이 노랫말에 담아 전한 이야기는 담담하면서도 누구에게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태주 시인은 BTS의 이야기에 자신의 산문을 더해 그들과 공감하게 된 이유에 대해 소개했다. 어쩌면 우리는 곁에 없는 크고 멀리 있는 멋진 것들만 쫓다 보니 정작 우리 곁에 있는 작고 소중한 것들에겐 소홀하지 않았을까?



p.174

134340


그럴 수만 있다면 물어보고 싶었어

그때 왜 그랬는지 왜 날 내쫓았는지

어떤 이름도 없이 여전히 널 맴도네

작별이 무색해 그 변함없는 색채


(중략)


(안녕?) 안녕

어떻게 지내? 나는 뭐 잘 지내

왠지 터질 듯한 내 심장과는 달리

이 순간 온도는 영하 248


BTS의 노래 제목이나 가사를 보면 우리말인데도 바로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문구들이 눈에 띈다. 그중 하나가 '134340'이란 노래 제목이었다. 이게 뭐지? 전혀 알 수 없는 난수표의 문구는 사실 '명왕성'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30년에 발견된 이래 9번째 행성이 되었지만 1990년대 이후 관측기기의 발달로 이와 비슷한 궤도를 도는 천체들이 여럿 발견되면서 행성 자격을 잃었다. 그래서 이 노래는 버려진 자의 슬픔을 노래하는데 명왕성이란 이름을 잃어버린 '134340'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영화 <코코>에서도 죽은 자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아 있는데,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의미를 찾는 것과 달리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혀진다는 건 꽤나 슬픈 일이지 않은가?



p.328

예원아, 너도 알다시피 BTS, 그들의 노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한마디로 말해 그들의 노래는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이라 할 수 있어. 매크로, 광활한 우주를 품고 있으면서 마이크로, 일상적이고 소소한 개인의 그리움과 사랑을 담고 있지. 스케일이 다르고 심도가 다르다고 보아야 해.



이 책을 읽다 보니, 작지만 소중한 것에 대해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노래하는 BTS의 노랫말이 풀꽃 시인 나태주의 목소리로 새롭게 전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태주 시인의 BTS 노랫말 해설집 같은 책을 읽다가 잠시 덮어 두고, 그동안 제대로 들어 보지 못한 BTS의 노래를 유튜브에서 찾아 듣고 있다.


그러는 동안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한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전하고 있다. 올해 설 명절에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재확산으로 직접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담아 문자 메시지를 남기거나 전화를 하는 것으로 감사를 대신하고 있다.


어쩌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오늘의 기억이 떠오를 때 BTS의 노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다시 듣고 있지 않을까.



이 포스팅은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635249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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