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4년은 내게 특별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지난주 수요일 6월 26일, 10여 년에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 코엑스에 오늘(30일)까지 개최되는 도서전을 다시 방문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과 함께 지내온 시간들을 반추해 보며 새벽을 맞고 있다.
6월 마지막주 토요일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는 일요일 새벽녘에도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며 거세게 불며 유리창에 부딪히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모두들 잠이 들어 고요한 새벽 4시쯤. 내가 두드리고 있는 노트북의 자판 소리만 타닥타닥 들린다. 새벽이라 가급적 소리를 적게 내려고 노력 중이지만 적막을 깨는 타다닥 거리는 소리를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 IT 분야에서 20년 넘게 취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가끔 도서전에 가곤 했었다. 하지만 출판시장 못지않게 잡지 시장도 사양 사업으로 분류되면서 과거에 함께 IT 분야를 취재하며 경쟁적으로 취재 열망을 타오르게 했던 기자들도, 그들이 몸담았던 잡지들도 하나둘 세월을 따라 사라졌다.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는 잡지사에서 기획사로 콘퍼런스, 교육 전문 회사로 거듭났다. 그런 와중에 나의 업무 영역은 취재에서 콘퍼런스와 교육 담당자로 바뀌면서 취재보다는 영업 및 마케팅 위주로 업무가 재배정되었다. 그로부터 9년 차에 접어든 요즘, 생각을 바꿨다. 취재보다는 업체 담당자와의 미팅이나 콘퍼런스, 교육 장소를 알아보러 다녔던 코엑스에 지난 3월부터 다시 취재기자 명함을 내밀며 또 다른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2023년,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의 위세가 꺾이면서 일상화되었던 마스크는 벗어던지고 빠르게 일상을 되찾기 위한 사람들은 발 빠르게 줌(ZOOM)으로 대체됐던 콘퍼런스, 전시회를 오프라인으로 여는 등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내 경우는 달랐다. 우선 몸의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회사 일을 그만두어야 하나 하는 고민도 심각하게 했었다. 그런 와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진 못했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하나씩 세기도 힘들 만큼 많은 기명 기사를 썼고, 인터뷰와 업체 탐방 등을 위해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하지만 정작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쓰지 못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사무실에 필자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지인이 방문했는데, 자신이 준비 중인 책을 우리 회사에서 내달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갔다.
또 한 번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19와 3년 넘게 보내는 동안 책을 읽고 서평을 썼고,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책 소개 영상도 조금씩이나마 업로드를 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컨디션 난조로 블로그도 유튜브도 한동안 개점휴업을 하고 나니,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주변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책 한 권 내보겠다고 준비를 해왔는데, 1천여 권 넘게 블로그에 서평을 썼어도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써볼 생각은 여전히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설을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에세이는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막연하게 했었다.
지난주에 열린 편집회의에서 잡지에 칼럼을 기고해 보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또 한 코너를 담당해 기획기사를 써보겠노라 호기롭게 선언(?)을 해버렸다. 아뿔싸,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하나? 이미 엎어진 물이다. 비 오는 일요일이지만 다시 도서전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된 것도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다.
아무튼 내가 블로그에 쓰기 시작한 서평 덕에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도서 소개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서도 '책끌(책에 끌리다)'이라는 닉네임을 써왔다. 하지만 정작 도서전에 가볼 기회를 찾지 못했다.
어찌 됐든 모처럼 기자의 촉을 발동하며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는 '2024 서울국제도서전'의 문을 두드렸다. 출판시장이 갈수록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에서도 잡지와 단행본을 만들고 있다 보니 남일 같지 않아 이번 기회에 출판사 동향도 알아볼 겸 이런저런 도서전을 찾아볼 이유들이 떠올랐다.
어라,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서 온 걸까? 서울국제도서전을 보러 와서 사전예약을 했어도 무슨 콘서트 티켓 발매하는 것처럼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손목에 종이 팔찌로 전시회 출입증을 받았다. 얼리버드로 일찌감치 사전등록이 마감됐단 이야기도 들렸다. 어찌 됐든 난 그냥 프레스 창구에서 기자 출입증을 받아 들고 슈슈슉~ 빠르게 전시장 출입문을 통과했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인간이 만들어 내는 ‘세계의 비참’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고자 완벽한 세상으로 묘사되는 『걸리버 여행기』 속에 등장하는 ‘후이늠’을 주제로 선정했다. 6월 30일(일) 오늘이 도서전 마지막 날이다.
2024년 6월의 마지막주 일요일은 비와 함께 시작하고 있다. 잠깐 사이에 새벽 4시에서 시곗바늘은 5시를 넘어섰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비 오는 일요일이지만 책을 좋아한다면, 책의 변화를 보고 싶다면, 책과 함께 나의 인생을 새롭게 변화시켜 보고자 한다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운영 중인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을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로 바꾸고, 유튜브 채널도 같은 이름으로 바꿔서 7월부터는 좀 더 열심히 달려볼 생각이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