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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국제도서전, 책을 넘어선 문화 체험의 장

by 책끌

하루에도 수백 개 SNS 알림이 뜨고, 뉴스는 스마트폰 몇 번으로 스르륵 넘어간다. 이런 일상이 당연해진 요즘, 종이책 한 페이지를 넘길 시간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늘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책 서평을 꾸준히 블로그에 써온 지도 5년이 넘었는데, 도서전까지 가볼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서울국제도서전을 찾고 있는데, 단순히 책을 구경하러 간다기보다 전시회를 찾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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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인기몰이, 현장 판매까지 중단

올해 도서전의 입장권은 온라인 사전 예매만으로 전일권이 매진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주최 측은 안전과 수용 인원을 고려해 현장 티켓 판매를 전면 중단했고, 사전 예매를 하지 못한 사람들은 부득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번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서전 개막일에는 오전 10시 전부터 수백 미터 줄이 이어졌고, 평일임에도 "올해가 가장 많다"는 관람객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서울국제도서전이 이처럼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배경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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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체험으로, 달라진 도서전의 풍경

도서전을 찾은 사람들은 책도 책이지만 유명 출판사들이 선보인 개성 있는 테마 부스와 한정판 굿즈에 열광했다. 다산북스는 오뚜기와 협업해 '마음의 양식당' 부스를 운영하며 오뚜기 스위트홈 패턴 굿즈, 콜라보 와펜, Yellows 키링 등 다양한 굿즈를 선보였다. 이런 독특한 기획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독립출판, 북 바인딩 체험, 저자와의 팬사인회, 배우·감독 등 셀럽의 등장이 더해지면서 도서전은 책 중심을 넘어 '문화 체험형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했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책을 하나의 SNS 콘텐츠로, 팬덤 아이템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커진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특히 책보다는 책 갈피를 모으거나 도서전에서만 볼 수 있는 리커버나 굿즈에 열광하는 모습은 텍스트와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하는 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 단순히 책을 읽는 독서 체험 대신, SNS에 기록을 남기고 굿즈를 수집하는 등 책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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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효과와 '텍스트 힙' 문화

도서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린 이유로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현실이 되었다. 독서 자체에 대한 관심도 분명히 높아졌을 것이다. 요즘에는 '책은 힙하다', '텍스트 힙(text-hip)'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종이책을 손에 들고 인증샷을 남기는 문화 소비의 새로운 방식이 독서 인구의 비중을 실질적으로 늘렸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은 책 자체보다는 부스의 색다른 기획이나 셀럽 행사, 굿즈나 이벤트 등 체험형 콘텐츠에 더 열광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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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독서 문화에 대한 단상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도 '책을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좋은 징조다. 하지만 읽기 위한 책보다 체험할 수 있는 책들의 향연 장이 된 도서전, 팔로우를 모으는 굿즈와 셀럽 출연 이벤트가 도서전을 찾는 주요 동기가 되었다는 점은 생각해 볼 문제다.


도서전이 단순한 책의 전시공간을 넘어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한 것은 시대적 흐름에 맞는 변화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진정한 독서 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인 문화 소비 트렌드에 그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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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도서전 같은 색다른 공간에서 '책 너머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https://youtube.com/shorts/jhUyAIvhxh4?si=tbeBlbadfd87qntU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log.naver.com/twinkaka/223908976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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