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김영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케이팝은 지금 세계 어디서나 환호를 받는다. 빌보드 차트 1위, 매진된 월드투어, 수억 뷰를 기록하는 뮤직비디오. 뉴스는 매일같이 케이팝의 ‘성공 신화’를 전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성공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케이팝의 신화를 이끈 연습생들의 하루는 어떤가? 십 대 초반에 꿈을 품고 들어온 이들은 연습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학교 대신’ 연습실 중심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저자가 만난 40여 명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증언이다. “사람이 곧 상품이 되는 산업”이라는 표현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든다.
우리는 케이팝이라는 ‘상품’을 소비하며 즐거워했지만, 정작 그 케이팝을 만들어 가는 주역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묻지 않았다. 국회 증언까지 등장한 ‘연습생 인권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을 처음 펼쳤을 때, 한 팬으로서 낯선 환경에 들어선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내가 즐겨 듣고 흥얼거렸던 케이팝 멜로디와 화려하게 꾸며진 무대에서, 완벽한 칼군무와 시선 처리 하나에도 카메라에 포커스를 맞추는 눈동자들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진짜 사랑은 아름다운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픈 곳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다시 얻었다.
아이돌 노동시간 상한제가 논의될 때, 업계는 “현실을 모른다”고 반발한다. 그 사이 언론은 또 다른 ‘글로벌 히트’를 보도한다. 이러한 불균형한 시선이 어쩌면 우리 모두의 시선이기도 하다. 화려한 조명과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그리고 현란한 댄스까지… 우리는 케이팝을 단순히 상품으로만 즐겨온 것은 아닐까?
화려한 무대로 데뷔한 아이돌들도 사실 안전지대에 있지는 않다. 표준계약서라는 제도가 있지만, 실제로는 독소조항이 여전히 살아 있고 수익 배분 구조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인터뷰에선 “계약서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채 서명했다”고 말하는 아티스트도 나왔다. 이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2025년 들어 해외 언론도 케이팝 산업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기 시작했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성공’이라는 단어만이 반복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문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스웨덴, 일본 등 음악 산업이 비교적 성숙한 나라들의 사례를 들며, 케이팝도 ‘윤리적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공의 공식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한 구조이고, 사람의 존엄이다. “스타를 키우는 산업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문화로.” 이 한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케이팝이 진짜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려면, 화려한 무대만큼이나 그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삶도 함께 빛나야 하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케이팝을 사랑한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아티스트들을 보면 가슴이 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진짜 팬이라면, 그 빛이 누군가의 눈물 위에 세워진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을. 케이팝의 미래는 팬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산업은 변화할 수 있다.
완벽한 무대만을 원하는 대신, 건강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음악을 지지할 때, 조회수와 음원 순위보다 아티스트의 행복을 먼저 묻는 팬덤이 늘어날 때, 케이팝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팬으로서 케이팝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자주 질문하려면 더 단단하게 감춰진 사실들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케이팝이 세계를 감동시키는 이유는 그 음악이 주는 에너지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건강한 열정에서 나올 때, 케이팝은 진짜 아름다운 글로벌 문화 아이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 평범한 팬들의 작은 목소리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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