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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Jul 24. 2020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책끌(책에 끌리다)' 서평 #45

'모든 것은 후추 때문에 시작됐다'라고 선언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후추를 갖기 위한 인간의 검은 욕망이 세계사를 바꿨다고 소개했다. 언뜻 들으면 무슨 소리인가 싶은데, 1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을 읽다 보니 이해가 됐다. 인간은 수렵, 채집에 의존하며 떠돌다 밀, 벼 등 씨앗을 심고 기르게 되면서 농경사회를 이루고 정착하게 됐다.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인간은 생존을 위한 기반을 다지게 됐고 주변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즐겨 먹는 식물(혹은 작물)들이 부와 권력을 만들고 빈부의 격차와 계급이 생겨나게 된 원동력이 됐다며, 오늘날의 세계지도가 그려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15세기 유럽에서는 후추 가격이 황금 가격과 맞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1그램의 후추가 같은 무게의 순금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됐다. 당시 유럽에서는 후추를 손에 넣으면 부를 거머쥐는 것은 물론 권력도 휘두를 수 있었다. 포르투갈이 항해사 바스쿠 다 가마를 지원하고, 스페인이 콜럼버스와 마젤란을 후원해 탐험을 할 수 있도록 비용을 댄 것도 결국 인도에서만 생산되었던 후추를 독차지하기 위한 검은 욕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책의 감자에 주목했다. 19세기 미국은 본격적인 공업화가 이루어지던 때로, 감자 역병으로 인한 대기근을 발생하자 아일랜드인들은 미국으로 대거 이주했다. 이 대규모 아일랜드 노동자들이 미국의 공업화와 근대화에 큰 기여를 함으로써 당시 최강이었던 영국을 앞서게 됐다고 봤다. 또한 미국의 대통령이 된 케네디를 비롯해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등이 아일랜드 후손이라며, 지금의 초강대국 미국을 만드는데 감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설탕의 주원료가 되고 있는 사탕수수도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 소개했다.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후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후추를 찾아 인도로 떠났다가 발견하게 된 아메리카 대륙에는 후추는 없었다. 대신 고추라는 새로운 작물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이를 후추라고 속여 스페인에 보냈다. 후추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고추(Hot Pepper/Red Pepper)와 피망(Green Pepper), 파프리카(Sweet Pepper)의 영어 단어에 후추를 의미하는 페퍼(Pepper)가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오늘날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들은 '서인도제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당시 스페인과 콜럼버스는 이곳에서 부를 창출하고자 노력했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였다. 아열대기후인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사탕수수는 콜럼버스는 이 작물을 온난한 기후의 카리브해 섬들로 들여왔고,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사탕수수 재배에 드는 막대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노예무역이 시도됐고 인종차별과 학대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봤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세계사를 바꿀 만큼 인간의 욕망을 강력하게 끌어당긴 13가지 식물(혹은 작물)이 소개되어 있다. 앞서 소개한 후추, 감자, 고추, 사탕수수를 비롯해 토마토, 양파, 차, 목화, 밀, 벼, 옥수수, 튤립이 어떻게 세계사의 지도를 새로 그리게 됐는지에 대해 재밌는 에피소드가 함께 소개되어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특히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 - 감자」란 소제목만 읽어도 어떤 내용이 소개될지 짐작할 수 있다.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 토마토」, 「대항해시대를 연 ‘검은 욕망’ - 후추」,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의 열광 - 고추」,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 - 양파」,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 - 차」, 「인류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 - 사탕수수」, 「산업혁명을 일으킨 식물 - 목화」,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 볏과 식물·밀」, 「고대 국가의 탄생 기반이 된 작물 - 벼」,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식물 - 콩」,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 - 옥수수」,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 - 튤립」까지 다양한 역사적 근거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해를 도왔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류 1만 년 역사가 실은 식물이 바꿨다면 하면 믿어지는가? 역사는 후대에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과 매일 먹는 작물이 어떻게 원산지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까지 전파됐는지 이 책은 새로운 관점으로 소개해 흥미로웠다. 또한 책에 소개된 식물과 관련된 일러스트와 사진이 들어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예전에 TV에서 식물이 씨앗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초식동물에겐 꽃과 열매로 유혹하고, 벌이나 나비에겐 꽃가루를 묻혀 사방으로 더 많이 퍼트리기 위해 진화되어 왔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식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전략적이거나 영리하고 현명해 보인다. 식물의 진화에 대한 욕망이 인간의 욕망을 변화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04081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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