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 진행해 주실 분 계신가요?"
브런치 작가 모임 행사, 100여 명의 사람들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깊은 고민도 안 한 채 손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날 저녁, 나는 20여 명으로 시작되는 독서 모임의 주인장이 되었다. 홀린 듯 손을 들었던 것은 그동안의 독서가 외로웠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글로 남겨왔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독서가 고독했다.
내가 읽는 책의 분야는 정해져 있다. 자기 계발, 교육, 육아, 경제. 그런데 읽다 보면 이 책과 저 책이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되고, 삶과 버무려져 인사이트가 반짝 떠오르는 때가 생긴다. 이럴 때 받아쓰기 100점 맞은 공책을 품은 아이처럼 누군가와 간질간질한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또 나의 짧은 삶의 식견을 넘어 다른 사람들의 삶과 만나는 책의 내용을 알고 싶었다. 일전에 두 차례 정도 간단한 독서 모임을 참여한 적이 있다. 준비 과정과 모임 후 남은 여운이 나를 꽉 채우는 기분이었다.
유튜브에 '독서 모임'을 검색했었다.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플랫폼이 있었다. 당근마켓 어플에서 지역 소모임으로 독서 모임을 시작한다거나 '트레바리'라는 플랫폼으로 3~4개월 코스의 독서 모임을 유료로 신청하는 방법도 있었다. 모두 해보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인들과 해보려고도 했다. 아이를 비슷하게 낳은 교대 동기 5명과 밤중에 비대면으로 해볼까도 싶었다. 하지만 괜스레 아는 사람과 모임을 해서 끌어간다는 게 오히려 부담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손을 번쩍 들게 된 것이다. '올 것이 왔구나'라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모임을 진행할 것인지도 정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독서 모임을 정리하기만 하면 되었다. 물론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될 것이다. 스무 명의 사람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갈지, 시간은 모자라지 않을지, 선정하는 책과 진행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어떨지.. 그럼에도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쓰는 독서'라는 독서 모임을 연다.
독서 모임은 교육과 육아, 글쓰기 이렇게 두 가지 영역으로 한 달에 두 번 보기로 했다. 하루에 20페이지씩 읽으면 보름에 한 권 정도 읽겠다 싶어 정한 양이다. 과제는 발제문(나누고픈 질문)과 모임 후 독후감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것이다. '트레바리'에서도 30여 만원을 내고 신청했다고 하더라도 400자 이상의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모임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한다. 독서 모임은 내가 읽은 만큼, 깊이 생각한 만큼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적어보면 책이 오래 남는다.
책으로 인생의 친구를 만나고 싶다. 많이 못 읽었어도, 글로 남기지 못했어도 함께 삶을 나누는 것이 의미 있다. 며칠 뒤 독서 모임 오리엔테이션을 하기로 했다. 긴장도 되고 잘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에 근사한 시간이 될 거라 믿는다
독서 모임 책 리스트 준비하기
-글쓰기 분야-
김경선 작가님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이은경 선생님의 <오후의 글쓰기>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유시민 작가님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교육, 육아 분야-
조선미 선생님의 <조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
정승익 선생님의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
지나영 선생님의 <본질육아>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