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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그녀 Oct 27. 2023

스마트폰 사줘? 말어?

<도둑맞은 집중력> 

  1학기 말부터 지각이 잦아지더니 급기야 이유 없는 결석을 해버린 A군이 있었다. 한동안 9시 10분이면 아직 등교하지 않았다는 부담스러운 수화기를 들어야 했다. 학부모님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민을 전하시는 듯 했지만 상담 끝에 학급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뉘앙스를 비췄다. 교사인 나와의 관계도, 교우 관계도, 학업도 특별히 학년 초에 비해 바뀐 것이 없기에 당황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전보다 의욕이 없고 수업 시간에도 순간순간 멍해 있거나 엎드려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부모님께 “혹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이전에 비해 길어지진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학부모님은 아차 싶으셨다는 반응으로 대답하셨다

“아! 얘가 자러 들어가서 휴대폰을 하나봐요. 11시쯤 자러 들어간다고 하고 문을 딱 닫거든요.”

학생이 갑자기 크게 무기력하고 수업 시간에 반복해서 졸고 있을 때 감이 온다. ‘요즘 게임 아니면 스마트폰에 빠졌구나.’



  하교 인사 후 교실 문을 나서자마자 아이들은 저마다 앞다투어 휴대폰을 켠다. ‘드디어 해방이다!’ 하는 것 같다. 아이들 보내고 복도를 걷다 보면 벽에 책가방을 턱 붙이고 등을 기대어 누운 듯한 자세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방과 후 수업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하는 거다. ‘등은 안 결리니?’라는 오지랖 염려와 함께 ‘부모님은 이렇게 사용하시는 걸 아실까?’한다. 얼마 전 1학년 아이가 하교 후 집에 오지 않았다고 비상이 걸렸던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친구가 휴대폰으로 게임하는 것을 구경하느라 한 시간 넘게 집에 가지 않았던 것이었다. 지금도 이런 고민하는 엄마, 아빠들이 많다. ‘스마트폰 사줘? 말어?’


스마트폰 사줘? 말어? (출처:Artvee)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으며 ‘이건 내 이야기잖아! 우리 아이들 이야기잖아!’ 했다. 고상한 말로 혼난 느낌이랄까. 책에서 말하는 집중력 ‘퇴보인’이 바로 나였다. 아이들은 어떨까? 예상컨대 기성세대보다 나은 상태는 아닐테다. 절망 중 희망적인 소식은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 우리의 절제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절제하기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문제다.



  책은 ‘감시 자본주의’가 우리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감시 자본주의는 구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내가 매일 쓰는 플랫폼이다) 이것은 우리를 ‘감시’하여 개개인에게 맞춤 광고를 하고, 광고주에게 수익을 얻는 구조다. 쇼핑몰에서 검색하면 인스타그램에 광고로 뜬다. 놀라우면서도 소름이 돋는다.



  감시 자본주의에서는 사용자가 플랫폼에 오래 머물면서 족적(데이터)을 남겨 개개인에게 더욱 정교한 광고를 붙이는 것이 목표다. 우리를 플랫폼에서 나가지 않도록 알고리즘에 맞춰 취향 저격의 컨텐츠를 보여준다, 또 우리가 오프라인에 있을 때 각종 알림을 통해 다시 플랫폼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한다. 우리는 그 꼬임에 넘어간다.(실리콘밸리의 연봉 높은 박사님들이 계속 업그레이드해 주시니 넘어갈 수 밖에) 우리는 많은 정보와 즐거움을 얻으니 플랫폼에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하지만 아니다. 그들은 우리를 충분히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출처:unsplash)

 



  책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의 개선을 말하지만 그건 너무 먼일이다. 성격 급한 나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무언가 해야겠다. 먼저 스크린 타임을 10분만 줄여보자. 다이어트를 하려면 하루 10초 런닝 머신 앞에 서는 것부터 시작하라던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저자의 말처럼 큰 목표는 ‘요요’를 가져올 뿐이다. 휴대폰의 설정에 들어가 스크린 타임을 확인하자. ‘이렇게 많이 썼다고?’하며 당황스럽겠지만 진정하자. 10분만 줄여 목표를 잡자. 내가 먼저 해보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나중에 아이들과도 큰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 거다. 10분은 언젠가 1시간이 되어있을 거다. (10분 만으로도 물론 훌륭하다)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우리가 ‘상술’에 넘어가고 있다고 말해주자. 나는 얼마 전 교실에서 질문했다.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이런 회사들은 무엇으로 수입을 얻을까요? 우리는 무료로 사용하지만 알다시피 이런 기업은 부자예요. 어디서 돈이 생기는 걸까요?”

그리고 감시 자본주의를 설명했다. 자신이 플랫폼에 오래 머무는 만큼 기업에게 이득이 생긴다는 것을 안다면, 내 온라인 활동이 감시받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조금은 절제가 쉬워지지 않을까 해서다. 넷플릭스 다큐 <소셜딜레마>에서는 한 사람을 감시하고 조종하는 감시 자본주의 시스템이 드라마처럼 표현되어 있다. 꼭 한번 보길 추천한다. 우리를 플랫폼으로부터 절대 지키고 싶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사색할 기회를 주자. 틈만 나면 스스로에게 휴대폰으로 정보를 넣는 습관에서 벗어나자. 멍때림의 맛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안 보이던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 삶이 충실해지는 느낌이 있을 거다. 아이들에게도 휴대폰을 내려놓으라고만 하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내려놓은 그 시간을 다른 것으로 채우는 맛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유대인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샤밧’이라는 시간을 갖는다. 꼬박 하루 창조적인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보낸다. 모든 삶을 멈추고 휴식을 누린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독서와 사색으로 시간을 채운다. 그들은 그 시간을 즐긴다. 상상만으로 좀이 쑤실지 모르겠다.(나도 그렇다) 항상 변화는 어려운 거니까.


폰과 사색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한다(출처:unsplash)






  A군 이야기로 돌아와보면 학부모님은 스마트폰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3학년 이후 마음을 놓았어요. 다 컸다고 생각하고 마음 놓고 직장에 나갔던 것 같아요. 혼자 있으니 휴대폰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지금은 통제하려고 하는데 매번 싸우기만해요”

그렇다. 고학년 아이와 스마트폰으로 씨름하는 것은 왠만한 부모의 권위로는 감당이 어렵다. (위의 표현에서도 혼내는 것이 아닌 ‘싸운다’라고 되어있다.) 나는 말하고 싶다.

“힘드시죠? 하지만 A군의 인생에서 꼭 필요한 단계를 밟고 계신거예요. 아이에게 아날로그의 맛을 다양하게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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