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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그녀 Dec 12. 2023

아이 셋을 하버드에 보낸 비법 전수

한국 땅에 살면서 '하버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적 탑인 학생들만 갈 수 있는 대학 아닌가. 하버드 대학 마크가 그려진 학용품도 있었고, 맨투맨 티셔츠도 있었다. 미국에 많은 대학이 있지만 그중 우리나라에서 왜 하버드가 이토록 많이 알려져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하버드'가 가진 가치를 깊이 알진 못한다. 진짜 어떤 과정으로, 어떤 아이들이 하버드에 가며 그곳에 가면 어떻게 공부하며 어떤 혜택이 있을까? 넉넉지 않은 형편에 딸 셋을 하버드에 보낸 엄마 심활경 작가님을 처음 안 것은 <교육대기자 TV> 유튜브 채널의 인터뷰였다. "내 아이를 내가 엄격하게 하지 않으면 밖에서 오히려 좋지 않은 말을 듣게 되죠. 차라리 제가 엄격한 게 나아요." 수수한 모습에 강단 있는 훈육의 경험을 전하는 모습이 고군분투 후 승리한 장수를 보는 듯했다. 참 부러웠다.


심활경 작가님의 인터뷰 영상(출처: 유튜브 교육대기자 TV)




우연히 온라인 서점 리스트에서 <나는 이렇게 세 딸을 하버드에 보냈다>라는 제목을 발견했다.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바로 책을 골랐다. 한 명 보낸 것은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세 아이 모두 하버드에 보낸 것은 뭔가 비책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목차를 보니 큰 틀의 부모의 태도부터 유아동, 초등, 중등, 고등 그리고 하버드에서의 생활까지 시기별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직 유아, 초등기 아이를 키우는 나로서는 아이를 모두 키운 선배 엄마의 큰 그림을 엿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핵심부터 말하자면 작가는 유아, 초등 시기에 다져놓은 탄탄한 정서적 자원을 토대로 중, 고등학교 시절에 아이들이 다채로운 경험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작가에게 누군가 양육 스타일을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나이에 따라 스타일을 바꾸었다. 아이들의 나이가 어릴 때는 철저한 훈육이 필요해 엄격했고, 점차 자라면서는 친절하게 대화하며 훈육했으며, 지금은 자유롭게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누군가가 어릴 적에는 부모님께서 마냥 사랑해주었으면 했는데, 성인이 되고 나이 먹어가니 인생의 조언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을 때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한마디로 자녀의 성장에 따라 부모의 역할을 달리 바라봐야 한다. 세 아이를 정성껏 고군분투 키운 촘촘한 시간들을 이렇게 간단히만 표현할 수는 없다. 책장 구석구석 알토란 같은 팁들이 많았지만 내게 계속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 거리고 싶은 것은 세 가지다.






먼저 유아, 초등 시절에 엄격한 훈육, 뚜렷한 정체성, 가치관을 키워주는 가정 문화로 튼튼하고 넓은 그릇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도전하고, 가치 있는 일을 기꺼이 해내는 과정에서 잘 키운 그릇에 좋은 것들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 작가는 아이들이 어릴 적 미국 문화인 주말 밤샘파티(sleepover)를 못하게 했다고 한다. 주말은 가정에서 함께 시간을 나누며 가족 문화를 지켜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나는 첫째 아이가 1학년 학급 친구들과 주말에 키즈카페에 가는 일정에 쓰러질 듯 무리한 일정으로 부담스럽게 참여한 적이 있었다. 안 가면 우리 아이만 소외될 것 같았다. 아마 미국에 있었으면 밤샘파티에 보내야 주말 지난 평일에 학교에서 수다거리에 동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거다. 단순히 엄격하기만 했으면 아이들은 반발했을것 같다. 부모의 철학을 이해시키고, 어르고 달래는 훌륭한 당근과 채찍의 과정이 있지 않았을까.(좋은 교육자는 말도 잘 키울 것 같다)



인생의 경험을 청소년기에 쌓은 아이들은 자기 길을 잘 찾지 않을까(출처:unsplash)


다음으로 다양한 경험과 봉사를 제안해 주자. 미국 청소년들에 비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입시 앞에 단조로운 생활(이라 하고 수험생활이라 칭한다)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다를 줄이야. 오케스트라, 인턴쉽, 독서클럽, 몇 백 시간 공을 들여 개인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방의회상 등 입이 떡 벌어지는 다채로운 활동들에 부러움이 샘솟았다. 당장 미국으로 이민 가고 싶어졌다. 특히 작가는 다양한 활동들을 세 자녀 각각 맞춤형으로 도왔다. 아이들이 각자 길을 찾아간 부분도 있지만 에세이 대회, 국가 장학 프로그램과 같이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고 충분히 대화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캘리그래피를 배워 봉사하고 코딩을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등 세 자녀의 포트폴리오는 나라도 하버드에 합격시키고 싶을 정도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엄마는 아이 안의 잠재력과 재능을 발견하고 깨우는 사람이다. 재능을 발견하는 것은 엄마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지식이 많은 엄마든 그렇지 않은 엄마든,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상관없이 엄마라면 내 아이를 관찰하고 알아가면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역시나 독서와 글쓰기가 중요하다. 흔해빠진 이야기지만 그만큼 성공적인 자녀교육의 필수요소인 듯하다. 세 자녀는 미국의 각종 에세이 대회를 휩쓸고 직접 쓴 메일로 기회를 얻었다. 작가는 독서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려 노력했다고 한다. 많은 독서 전문가들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한다. 독서를 학습의 영역에 넣는 순간 책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취미가 직업이 되면 그 나름의 고충이 생기는 것처럼 독서도 취미가 되도록 지켜줘야 한다. SNS도 결국 글쓰기며 영상을 제작해도 카피라이팅 등 글이 주는 효과가 중요하다. 작가는 아이들이 어릴 적 두 시간 책 읽어주기를 꼭 지켰다고 한다. 나 포함 많은 이들이 첫째 아이는 열정적으로 읽어주다가 둘째로 갈수록 그게 어려워진다는데, 어떻게 셋 모두를 읽혔을까. 하버드 입학 비법은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나이키 모토처럼 'Just do it'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엄마도 대단하지만 세 자녀의 그 도전과 끈기와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 간질였다. 인맥 없는 미국 땅에서 인턴쉽을 하기 위해 몇 십 명 교수들의 특징을 파악해서 서로 다른 이메일을 보내고, 몇 백 시간 되는 봉사와 프로젝트를 몇 년간 지속하는 모습이 어른도 하기 어려운 과정 같았다. 세 자녀의 기질도 분명 달랐을 테니 단순히 성실하게 타고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요즘 청소년들과 사뭇 달라 그 원동력이 알고 싶었다. 작가는 이러한 동기 부여의 방법이 자존감을 높이고 실패를 경험하게 하며 롤모델을 찾는 것이라 적었다. 추측컨대 어릴 적부터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전달한 부모의 메시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각종 공모전과 대외활동을 정리해 둔 누리집 <위비티> (출처: 위비티 누리집)



세 자녀의 포트폴리오를 보며 나도 우리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과 봉사를 할 수 있는 루트를 제안하고 싶어졌다. 당장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찾았다. 그러다 각종 공모전과 대외활동을 정리해 놓은 누리집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청년까지 참여할 수 있는 연령층도 다양했다.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자원봉사는 찾기 어려웠다. 아이들이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레모네이드를 팔고,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미국 시스템이 때로 부럽기도 하다. 진정한 경험을 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촘촘히 엮인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빛깔을 내겠는가.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을 정리한 사이트

- 위비티: https://www.wevity.com/

- 씽굿: https://www.thinkcontest.com/thinkgood/index.do#PxyyoRLHIcgvNg6HiHNz_mp_cuclMrohRDGEjn6hvDsggetrTQxNWBBQR1mPnaR xjI93xVlR_kFjCl9g5hFBO1N6UGMkDhLA2ecFAf6UhFU

- 올콘: https://www.all-con.co.kr/


봉사활동 리스트 사이트

- 청소년 활동정보 서비스(두 볼): https://www.youth.go.kr/youth/

- 1365 자원봉사 포털: https://www.1365.go.kr/vols/main.do




바로 시작해 보자! 하며 공모전 안내를 출력해 왔으나...



퇴근 후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오늘 건져온 공모전 안내서를 건넸다. "이런 게 있대!" 하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난 못해."였다. 마음이 싸해졌다. 역시 책 속과 현실은 다르지. "듣지도 않고 못한다고 하면 어떡하니? 이게 이렇게 저렇게 여러모로 좋은 일이야" 하며 주저리주저리 설명했다. 아들은 큰 관심은 없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본다는 식이다. 이토록 책과 다른 것은 성취 경험의 부족일까 내가 뭘 잘못 키웠나 하는 의문점은 접어둬야지. 하버드 못 가더라도 도전은 멈추지 말아야지. 튼튼한 스테인리스 양푼처럼 단단한 그릇을 만들어보자. 엄마 안의 빅픽쳐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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