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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그녀 Dec 05. 2023

'대화'로 내 아이 성공시키는 비법

<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될 유대인 교육법> by. 임지은

평소 유대인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들은 하나의 땅덩어리에 모이지 못한 채 이천 년 동안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왔지만 아직도 고유의 문화를 잃지 않고 이어왔다. 물론 유대인에 대해서는 셰익스피어가 쓴 <베니스의 상인>에서 그려지는 샤일록처럼 욕심 많고 지독한 이미지도 있고, 최근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하지만 노벨상의 30%를 차지하고,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아인슈타인 등 세계적 거장을 배출한 것에는 분명 그 교육에 힘이 있다는 뜻이다. 유대인 교육에 관한 많은 책을 봤지만 특히 임지은 작가님의 <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될 유대인 교육법>은 널리 알려져 있는 하브루타뿐 아니라 경제관념, 역경을 대하는 태도, 개성을 살리는 교육, 기부 문화 등 다양한 측면의 유대인 교육을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유대인들이 그들의 철학을 전수하는 것에 있어 '대화'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아이와 어떤 대화를 하고 있나? 또 유대인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될 유대인 교육법>



“질문을 만드는 수업을 하세요!” 한창 교사들에게 하브루타 교수법이 인기였다. 둘씩 짝지어 수업 내용에 관한 질문들을 계속 만들게 하고 친구들과 주고받으며 수업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인지 ‘하브루타’를 떠올리면 ‘질문’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실제 유대인에게 하브루타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토론'하는 학습법이라 표현한다. 책에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유대인들은 소리를 내고, 수시로 일어나 걸어 다니면서 외운다. 모두가 그렇게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눈으로 읽고, 듣고 움직이면서 효과도 높아진다.’ 누군가에게 나의 의견을 설명하려면 기초 지식이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또 상대의 의견을 들으며 구멍 났던 내 지식이 채워지기도 한다. 즉, 하브루타는 토론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생각을 정리하고 외우는 학습법이다. 그만큼 토론 형식의 대화는 단순히 논리력을 펼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아이들에게 “8 나누기 4는 왜 2일까?”라고 묻는 것과 문제집의 수식을 계산하는 것 중 어떤 것이 어려울까? 단연 전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눗셈의 원리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또한 전자일 것이다. Chat 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상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생각하는 힘’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단순 암기식 공부가 아닌 '생각을 요구하는 교육'이라는 큰 방향성에서 개정되는 교육과정도 서술형, 논술형 평가를 확대하고 있다.  서술형은 1~2 문장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문항이며 논술형은 그보다 더 긴 짧은 글 형식의 답안을 요구하는 문항이다. 이는 중, 고등학교뿐 아니라 초등학교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앞으로 필요한 것은 '생각을 만들어 표현하는 힘'이다. 






이런 맥락에서 가정에 필요한 것은 '대화'다. 일상의 안부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학습 내용도 대화를 통해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다. 유대인 부모님이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마따호세프(네 생각은 뭐니?)"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부모님이 많다. 특히 커갈수록 말이 없어지는 아들들이 많다고 한다. 무엇에 관해 대화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먼저 교과서를 대화의 소재로 삼아보자.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 등 모든 과목이 해당된다. “이순신이 임진왜란에서 왜 중요했니? 분수의 나눗셈은 왜 분모와 분자를 거꾸로 곱한대?” 등 단순한 사실을 묻는 내용 이해 질문부터 “흥선대원군 시대라면 나는 개항을 막을 것인가? 아니면 교류에 찬성할 것인가?”와 같이 생각을 묻는 개방적 질문까지 가능하다. 교과서는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맞는 내용을 검수하여 담은 것이며, 학교 공부의 복습 차원으로 반복 학습 효과를 누릴 수 있기에 좋다. <교과서 공부 혁명>이라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듯, 교과서는 좋은 학습 자원이 된다. (*교과서 볼 수 있는 누리집, 디지털교과서 웹 뷰어: https://webdt.edunet.net/)



디지털 웹뷰터 누리집을 통해 언제든 교과서를 볼 수 있다.(



더불어 그날그날의 뉴스도 좋은 대화 소재다. 몇 년 전, tvN에서 방영한 <질문으로 자라는 아이>에서 한 유대인 가족의 교육을 다뤘다. 식사 시간에 "얘들아, 아마존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 들었니?" 하며 당시의 이슈를 꺼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엄마가 대통령이 되어볼게. 내게 뭐라고 하고 싶니?"라고 질문하니 아이가 익숙한 듯 자신의 생각을 말하더라. 엄마는 아이의 대답을 '대통령이 되어' 진지하게 듣더니 끝마무리에 간단한 칭찬 한 마디를 덧붙였다. 밥 먹다 체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끼면 충분히 가능하다. 교실에서도 '초등학생은 연애를 하면 안 될까요?', '초등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유를 줘야 할까요?'와 같이 흥미로운 주제로 토론을 하면 불타오르는 열정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토론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표현의 희열을 느끼다 보면 다양한 소재에 대해 생각하는 관심을 보일 것이다. 밥 먹기 전 스마트폰의 포털 뉴스를 켜고 오늘의 대화거리를 포획하자.(밥이 식으니 너무 오래 찾진 말자)




아이와 함께 을 읽는 것도 좋다. 조승연과 그의 엄마의 교육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각종 서양 고전부터 최근 이슈까지, 아들과 엄마가 고상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둘은 책과 영화를 통해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고 따로 혹은 함께 여행하며 그에 대해 생각을 교류해왔다고 한다. 아나운서 출신의 커뮤니케이션 강사로도 활동하는 조승연의 어머니는 마치 '교양 동호회'에서 만난 동료처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아들과 대화하는 것이 멋져 보였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그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아이의 독서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효과 외에도 아이의 생각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질문으로 상상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주인공은 무서운 모험을 왜 좋아할까?" "엄마가 생각하기에 주인공이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한 건 어리석은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등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자. 부모님 또한 아이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다. 책을 통한 대화가 익숙해지면 '함께 고전 읽기'에 도전해 보자. 유대인들이 탈무드를 통해 어릴 적부터 계속해서 토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천 년 넘는 세월 동안 이어온 것은 단순 종교적 이유뿐은 아닐 거다.





유대인 교육이 대대로 전하는 철학은 다양하다. 이 책에서 찾은 철학 몇 가지가 대화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먼저 "사브라가 돼라"다. '사브라'는 선인장 열매로 온실 속 화초가 아닌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만의 열매를 맺는 사람이 되라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또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돼라는 말 대신 "남과 다른 사람이 돼라"라고 조언한다. 유대인들은 세상의 일꾼을 키운다는 사명감으로 자녀를 양육한다고 한다. 따라서 '티쿤 올람(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사상을 갖고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찾기 위해 크게 노력한다. 이를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남을 돕고 기부하는 '쩨다카'를 실천하게 한다. 유대인의 집에는 '푸슈케'라는 자선함이 모두 놓여 있으며 어릴 적부터 기부를 삶의 일부로 가져간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것은 쫓기지 않고 '사색'하는 삶이다. 그들은 종교적 의식으로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샤밧'이라는 시간을 갖는다. 모든 창조적인 일을 멈추는 것이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지금은 어디쯤 있는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깊이 사색한다고 한다. 유대인 가정교육이 자녀 교육에 있어 훌륭한 결과를 내는 비법은 이런 가정 문화인 것 같다.


사브라가 되라(출처: Unsplash)


교실에 있어보면 요즘 아이들 정말로 생각하기 귀찮아한다. 답이 없는 질문을 제시하면 여기저기서 한숨이 새어 나온다. 얼마 전 역사 쪽지시험을 단답형으로 보지 않고 서술형 다섯 문제로 봤다. 차라리 30문제를 객관식으로 보겠다며 아우성이었다. 생각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집에서도 아이들은 학원 순회하고 온 뒤 휴대폰이나 게임, 아이돌 덕질 하며 쉬고픈 마음이 가득일 거다. 이런 아이들과 대화를 여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대화는 관심사부터 시작이다. 게임을 만든 회사, 아이돌의 연습생 시절 일화, 캐릭터를 만든 디자이너 등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부터 공략하자. 달달구리는 더욱 마음을 활짝 열게 해 줄 거다. 오늘은 아이가 좋아하는 빵 한 무더기 사서 대화와 함께 나눠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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