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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반짝 Jun 19. 2021

중국에서 대학교 교수님들을 지켜보는 시선

누가 왜 교수님들을 지켜보는가

조교에게 수업 영상 제공 요구
모든 교실에 카메라 설치 및 수업 자동 녹화
퇴임한 교수님을 이용한 수업 관찰



■ 명분 없는 수업 영상 제공 요구

이번 학기도 이제 곧 끝이 난다. 이번 학기에는 나도 조교로 들어가는 수업이 있다. 학기가 끝날 무렵이면 조교들은 보고서를 한 편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공지를 하나 받았다. 보고서를 보낼 때 "최소 8장의 사진과 최소 5분의 수업 동영상"을 첨부하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요구는 기존에는 없던 것이다.


이번 학기부터 조교가 업무 보고서에 수업 동영상까지 첨부해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조교에게 '수업에 들어갔다'는 증거를 제출하게 할 셈인 것일까? 사실, 조교에게 수업을 들어오게 할지, 혹은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기타 수업 관련 업무만 도와주도록 할지 결정하는 것은 일을 시키는 교수님의 몫이다. 게다가 만약 학교 측이 그들의 권한을 넘어서서 조교가 수업에 들어갔는지 '출석 체크'를 하고자 하는 것이라도, 최소 5분짜리 수업 동영상을 하나 제출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출석 체크를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결국, 학교 측은 조교가 강의실에 출석했는가를 체크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업 동영상을 제출하라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지난주 수요일에 들어간 한 수업에서는 교수님께서 조교를 통해 이 공지를 접하고는 뿔이 나셨다. 교수님께서는 결국 끝까지 동영상 촬영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조교에게 "만약 학교에서 동영상 제출을 안 했다고 조교 업무 시간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나에게 이야기해라"라고 지시하셨다. 왜? 그 공지에는 요구 사항만 있을 뿐 명분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갑자기 이번 학기부터 동영상을 제출해야 하는 그 이유가 불분명한 것이다. 명분도 없는 촬영에 처음 동의하고 나면, 그다음에 최소 5분짜리 동영상 길이가 최소 10분이 되고, 최소 15분이 되고, 최소 30분이 되어도 거절하기가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수업 동영상을 수집하는 일처리의 방식도 상당히 기괴하다. 위의 교수님의 반응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학교 측은 동영상 촬영에 관해 사전에 교수님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 놓고는 학교로부터 업무 시간을 인정받아야 하는 을인 조교에게 곧장 공지를 내려 동영상을 찍어 오라고 지시한 것이다. 아마도 동영상 촬영에 관해 교수님들을 납득시킬 자신이 없었거나, 참 지독히도 일머리가 없는 사람이 일처리를 해서 일의 순서가 맞지 않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 모든 교실에 카메라 설치 및 수업 자동 녹화

이러한 수업 동영상 녹화 문제는 최근 모든 교실에 카메라가 설치된 환경과 아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최근 2년간 전 지구적인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각 대학교들도 온라인 수업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지 않았던가? 코로나 이후 첫 학기에는 중국 학생들조차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학생들의 경우, 오직 한국 학생들에게만 2020년 8월 무렵 비자 발급이 허용되었고,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 유학생들은 지금까지도 학교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 수업을 위한 설비를 갖춰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 사태 이후 모든 교실에는 수업 녹화를 위한 카메라와 마이크가 설치되었다. 녹화 범위는 강단과 칠판, 프로젝터 스크린을 모두 포함한다. 그런데, 이것은 수업 현장에서 켜거나 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 학기를 시작할 때 모든 수업은 시간과 강의실을 배정받는다. 따라서 강의 시간이 되면 해당 강의실의 녹화 설비는 저절로 강의실 녹화를 시작한다.


이 상황을 한 마디로 '과하다', 두 마디로 '투 머치(too much)'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녹화 설비를 대대적으로, 전면적으로 설치한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 코로나 사태를 강의실을 한층 더 현대화, 정보화하는 계기로 삼는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강의를 자동으로 녹화해야 할 이유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모든 수강생들이 교실에 와서 수업을 듣더라도, 그래서 수업 영상이 필요한 사람이 없더라도 강의는 녹화된다. 요즘 내 핸드폰과 노트북에 저장 공간이 하도 부족해서 떠오르는 생각인데, 도대체 그들은 그 많은 수업 영상을 어디에 저장하기에 저장공간도 걱정하지 않고 모든 수업을 죄다 녹화하는 것일까?


우리 단과대 교수님들은 수업 녹화를 민감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다. 단과대 특성상 국내외 정치, 경제, 국제관계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 예가 있다. 2018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이전의 일이다. 그때도 각 강의실마다 CCTV는 모두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20명이 겨우 앉을까 말까 한 작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조그만 강의실이다 보니 교수님도 그날은 유독 CCTV가 눈에 들어오셨던 모양이다. 교수님은 저 CCTV가 화면만 녹화하는 것이냐, 아니면 소리까지 녹음하는 것이냐라며 불안해하셨다. 학생들이 '저것은 강의 녹화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하면 그것을 찾기 위해 설치된 것입니다. 소리도 녹음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거듭 안심시켜 드린 후에야 그날 수업이 진행되었다.


요즘은 어떠한가? 지난 학기와 이번 학기를 통틀어, 즉 지난 1년간 내가 들은 수업 중 절반은 강의실 이외의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겨 수업을 진행했다. 회의실이라던지, 교수님들이 쓰는 작은 사무실 등의 장소로 옮겨서 말이다. 물론 수업을 듣는 인원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기도 하는 연구생 필수 수업이나 학부생 수업은 강의실 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다. 모르긴 몰라도 강의실에서 하는 모든 발언이 녹화, 녹음된다는 것은 교수님들에게 상당히 부담감을 안겨줄 것이다. 이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다. 오늘 문제가 되지 않는 발언이 내일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고, 전체 맥락에서 보면 문제가 없는 발언이 그 부분만 잘라놓고 보면 또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 퇴임한 교수님을 이용한 수업 관찰

그래서 며칠 전에는 같은 단과대 동기에게 왜 조교가 수업 동영상을 찍어다 제출해야 하냐며 툴툴거렸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동영상을 찍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때로는 퇴임한 교수님들이 연구생 수업에 들어와 맨 뒷자리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적어가곤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들어갔던 수업에서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는데 아마 세부 전공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뭐, 어쩌면 퇴임한 교수님께서 후배 교수님의 수업에 들어와 공부를 하고 가셨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음... 진실은 저 너머에. 이 이야기는 사실 관계가 좀 더 확인이 되면 내용을 보충하겠다.




■ 결론: 누가 왜 교수님들을 지켜보는가?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오늘 이 이야기에서 내가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는 나의 인식의 한계에 관한 것이다. 조교 활동 보고서에 관한 요구는 우리 단과대학에서 내려온 공지다. 녹화를 꺼려하시는 교수님들도 내가 수업을 들어갔던 우리 단과대학 교수님들이고, 퇴임한 교수님이 수업에 들어와 감시를 한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도 우리 단과대학의 동기다. 결국, 나는 우리 학교 우리 단과대학의 상황밖에 모른다. 게다가 그나마도 모든 것을 안다고는 할 수 없다. 아마 내가 접하는 정보는 빙산의 일각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오늘 이야기한 일들이 중국 전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일반화를 할 수는 없다.


둘째는 확증편향에 관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중국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임에 있어 커다란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어떤 대상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거나 혹은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내가 "중국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와 연관된 사건만 주목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글이 "중국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라는 특정 생각을 단순히 강화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더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hoto by Mark Fletcher-Brown on Unsplash


그래서 세 가지 생각을 적으며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첫 번째, 위의 세 사건은 서로 관련이 있는 것일까? 관련이 있다면 이 세 사건을 어떤 제목으로 묶어내는 것이 알맞을까? 일단 세 사건의 맥락은 상당히 맞아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교수님들에 대한 "감시"라고 불러야 할지, "관찰"이라고 불러야 할지 혹은 다른 그 어떤 표현이 적절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두 번째, 만약 누군가 정말 우리 단과대 교수님들을 지켜보는 것이라면 이 일을 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우리 학교의 지도층은 공산당의 간부들이다. 또한 공립학교로서 우리 학교는 교육부의 관리 체계 하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활동을 지시할 수 있는 것은 공산당 선전부쯤이 되는 것일까?


세 번째, 그들이 우리 단과대 교수님들을 지켜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수님들이 수업시간에 하는 이야기에서 그들은 무엇을 알아내고자 하는 것일까? 음... 비교적 건설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생생한 교육 현장의 모습을 수집해서 교육 정책 수립에 활용한다? 국내외 정치, 경제에 관한 교수님들의 생각을 수집해서 정책 수립에 적용한다? 조금 억압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엄한 생각, 즉 반체제적인 생각을 심어주지 않도록 감시한다? 혹은 교수님 본인이 반체제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등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여하튼 이렇게 최근 학교에서 접한 일련의 사건들로부터 새로운 의문을 잔뜩 얻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배움과 관찰을 통해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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