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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반짝 Dec 16. 2022

코로나 확진자 한 명으로 학교 전체가 뒤집어진 날

11월 16일, 북경대학교 안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야 말았다

2022년 11월 16일, 긴 터널을 통과하듯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끝이 보이지 않았던 시기.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이 날 중국 전역의 신규 확진자는 2,388명이었는데, 그중에 2,328명이 모두 중국 국내에서 감염된 사람들이었다.


북경의 신규 확진자도 172명에 이르렀는데 이는 굉장한 일이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가동된 이후 북경은 단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북경시 전체가 들썩거렸다. 북경에서 서른 명 내외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을 때는 기숙사 단지에 소독약 냄새가 진동을 했다. 재학생을 관리하는 단톡방은 새로운 공지로 넘쳐났다. 학교 출입 정책은 더욱 엄격해져서 우리를 조여왔다. 그러므로 확진자가 이미 백 명을 넘어 이백 명을 향해 달려간다는 사실은 가히 놀라운 일이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그대로인데 확산세를 더 이상 걷잡을 수 없다니?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반증일까?


학교에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와서는 안 되었다. 학교는 마치 모래알이 빽빽이 들어찬 유리병과 같은 환경이다. 특히 중국인 학생들은 학교에 독립된 개인 공간이 전혀 없다. 기숙사는 두 명에서 여섯 명의 학생들이 하나의 방을 사용한다. 각 방에는 화장실과 욕실이 딸려 있지 않아 각 층에 있는 공공 화장실과 욕실을 사용한다. 취사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아 학교에서 식사를 해결할 방법은 학생식당 아니면 배달음식뿐이다. 사람이 많아서 어디를 가도 늘 부대낀다. 단 한 명의 확진자만 유입되어도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기 안성맞춤이었다.


학교는 그럴수록 더욱 PCR 검사에 매달렸다. 학교 밖(학교에서는 학교 밖을 '사회면'이라고 불렀다)의 확진자가 학교 안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만에 하나 사회면의 균이 학교 안에 유입되었더라도 그것이 퍼지기 전에 족집게처럼 집어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PCR 검사를 요구했다. 11월 7일에는 교내 모든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PCR 검사를 받도록 했다. 11일부터 13일까지는 3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검사를 받아야 했다. 14일부터는 이틀에 한 번 검사를 받도록 했다. 단과대학 학생 관리 행정실(학공부)은 모든 학생들의 PCR 검사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오전 중에 검사를 받지 않으면 학공부에서 명단을 추려 오후에 반드시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돌렸다.


학교 근처 사회면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학생들이 없는지 조사했다. 학생 관리 단톡방에 몇 월 며칠 특정 장소에 다녀온 적이 있으면 보고하라는 공지가 자주 올라왔기 때문에, 굳이 뉴스를 보지 않아도 학교 근처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으로, 만에 하나 학교의 방역선이 무너지더라도 학생들이 집단 감염되어 위험한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을 유도했다. 11월 10일에도 학교 안에 임시 접종소를 열고 접종을 독려했다.


이토록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결국 확진자는 생기고야 말았다. 혹은 이토록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결국 확진자가 단 한 명만 출현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11월 16일, 이른 아침부터 마구 쏟아지는 메시지의 알림 진동에 나는 잠을 깼다. 10명의 검체를 하나의 튜브 안에 넣고 진행한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해당 튜브에 포함된 열 명의 학생들을 찾아 한 명씩 검체를 채취해 재검사한 결과 그중 한 명의 학생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11월 16일에 교내에서 한 명의 확진자가 나왔음을 알리는 통지문


학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새로운 조치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16일부터 18일까지 모든 학생들은 또 하루 한 번 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사회면 사람은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학교 안에 있는 사람도 꼭 필요한 긴급 상황이 아니면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사람이 모일 만한 모든 일, 즉 수업, 각종 활동, 행사는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거나 무기한 연기하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사재기를 하지 않도록 학교는 이미 생필품과 식자재를 충분히 비축해 두었다며 학생들을 안심시켰다.


외국인 기숙사 중관신원 1층 PCR 검사소에 길게 늘어선 줄


학교 안의 모든 사람들은 16일 오후 1시까지 PCR 검사를 마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PCR 검사소마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곧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었는데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 동선에는 학교에서 가장 큰 학생식당(가원), 가장 큰 강의 건물(이교), 중앙도서관, 31호 건물 지하 목욕탕, 백주년 기념당 앞 PCR 검사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북경대 캠퍼스에서 지내면서 이 장소들을 하루 동안 한 번도 안 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사실상 학교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밀접 접촉차 또는 차밀접 접촉자(밀접 접촉자의 밀접 접촉자)인 셈이었다. 제로 코로나를 고수해야만 하는 학교는 도무지 이를 관철시킬 수 없는 현실적인 조건에 둘러싸여 진땀을 빼고 있었다.


11월 16일 오전. 중앙도서관 동측의 열람 구역 출입을 막아놓았다.


도서관에 갔더니 내가 매일 가는 열람 구역에 출입을 막는 줄이 쳐져 있었다. 아마 나는 밀접 접촉자에 속할 터였다. 다소 자극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서 코로나에 걸리는 것은 두렵지 않다. '끌려가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확진이 되거나 밀접 접촉자가 되면 학교가 지정한 시설에서 격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있던 열람 구역 전체에 줄이 쳐 있는 것을 보고는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어제 이 열람 구역에 들른 사람만 족히 천 명을 넘길 터였다. 밀접 접촉자가 이렇게 많은 이상 우리를 전부 끌고 갈 수는 없을 테지. 심술궂게도, 고소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는 교내 밀접 접촉자를 색출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학생과 같은 층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모두 격리 시설로 옮겨졌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들을 모두 어디로 데려간 것일까? 학교는 온갖 정책을 쏟아내느라 핸드폰을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울리게 하더니 정작 학생들 모두가 궁금해할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북경대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져 보거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소문을 더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언제나 소문이 공지보다 유용하다.


학생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사진. 확진자와 같은 층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모두 격리지로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라는 소문이다.


소란스럽던 11월 16일이 지나갔다. 하루 종일 온 학교가 들썩거렸다. 그렇다면 과연 학교는 다시 불안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깨져버린 평화는 영영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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