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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반짝 Aug 12. 2019

한일 무역마찰의 핵심 열쇠, 국제 그리고 국내정치(3)

한국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한국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 움직이는 힘의 균형점

이제 마지막으로 한국은 지금 정확히 어떤 상황에 처해있을까 하는 부분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일본으로부터의 이번 공격은 한국이 잘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물론 이번 갈등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앞선 글(1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본이 이번에 한국에게 싸움을 건 배경에는 '재팬 패싱'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한반도 문제를 한국이 주도하고,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이 싸움을 시작한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봅니다. 또한 미국이 얼른 나서지 않는 이유도, 자신의 이익을 충분히 챙기고자 하는 목적 그리고 한국을 길들이기 위한 목적이 동시에 있기 때문이죠. 이것은 모두 한국이 자기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 기류를 하나의 동력으로 삼아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축 역할을 하며 이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또한 경제성장이 한계에 달한 한국과 경제성장을 갈망하는 북한 사이에 경제 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요. 세상이 변하는데 우리가 예전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예전처럼 미국 바라기 노릇을 해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하고 우리의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미국이 우리를 견제하는 것이 무섭다고 멈출 수는 없습니다. 변화된 역할을 짊어지고, 우리가 그들의 우방국임을 끊임없이 설명해주는 수밖에요.



이 관점의 연장선에서 보면, 최근 거론되는 지소미아(GISOMIA· 한일정보보호협정) 파기 카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명확합니다. 우선 지소미아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는가, 얼마나 효용성이 있었는가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접어두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지소미아에 기반한 '정보교류 횟수가 적다'라고 지적하며 효용성이 낮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횟수가 적다는 것이 무엇에 비해서 적다는 것인지 그 기준이 의문이고, 정보란 질이 중요한 것인데 횟수가 적다는 것이 어떻게 정보보호협정의 효용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소미아의 효용성이 어찌 됐든, 한국이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하면 그것은 "나는 한일 삼각공조 체제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사 표현이자 포석이 됩니다. 한국은 목소리를 내고 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에 끊임없이 우리가 동맹이 맞다고 보여줘야 합니다. 지소미아 파기는 한국을 더욱 믿을 수 없는 국가로 만들 뿐입니다. "파기할 수도 있다"라고 으름장은 놓을지언정, 실제로 파기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두 번째, 기업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숨죽이고 지내던 기업들에게 숨 쉴 공간이 생겼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는 기업들이 정권에 미운털 박히지 않도록 숨죽여 지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시기에는 친 서민, 친 노동자 정책이 주를 이루었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힘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나 상황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힘의 균형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기업 역시 사회를 이루는 일원인 이상, 이들이 오랫동안 숨죽여 지내야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일 무역갈등이 터진 이후 국민들이 입을 모아 '우리 기업을 챙겨라'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핵심 소재 국산화라는 목표 아래 정치권이 똘똘 뭉쳐 그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엄청난 효율성과 실행력입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구도를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눈치 보지 않고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일본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소재도, 그동안 공급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지 못했다면, 이제 한 번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업 전략 실행에 자주 딴지를 걸던 노동계와 환경단체도 지금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습니다. 임금 인상을 위해 파업을 한다, 불화수소 공장을 짓는데 환경 문제를 이유로 반대한다고 했다가는 온 국민들이 나서서 "지금 시국에 그럴 때냐"라고 눈총을 줄 분위기입니다. 노동와 환경단체가 필요할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습니다. 기업에 힘이 실리는 시기라면 이렇게 확실하게 실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국민들이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국내 정치에서 국민의 영향력은 강력합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줄곧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바꿀 수 있는 나라였습니다. 현 정부 역시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성립된 것이고요. 이러한 단결력과 영향력은 일본, 미국, 중국, 그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주변 국가의 영향력에 휘둘리기 쉬운 조그만 나라인 한국이 꼿꼿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한국의 정권은 강대국으로부터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요구를 받았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국민이 무서워서 그렇게 못한다"라고요. 즉 국민의 분노는 정부가 내리는 결정의 한계선이 됩니다. 일본과 미국은 모두 한국에게 위안부 합의를 강요한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사드 배치를 강요한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분명히 보았습니다. 국민의 분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진해야 했고 다시 국민의 힘으로 그 자리를 채운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과 일본은 부당한 일을 강요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일본이 싸움을 멈추는 데 있어서, 미국이 중재를 하는 데 있어서 한국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해줄 겁니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보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역할은 '일본 경제에 타격을 입힌다'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합니다. 엄밀히 말해서 한국인들이 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불매운동 대상과 아베 정부의 연결 고리가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 여행을 가지 않음으로써 지방 소도시에 사는 그리고 관광업에 종사하는 서민들의 경제를 어렵게 만들어 봤자 정치적 영향력은 제한적입니다. 이들은 조직화된 정치 압력 집단을 구성하는 이들도 아니고, 그래서 정부의 행동을 변화시킬 만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역할은 일본 경제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국민의 분노를 보여준다'가 됩니다. 한국 국민들이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으며, 만약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엉뚱한 결과로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번 정권 역시 위험할 수 있다. 이것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를 정해주는 것, 한국에 불리한 결과로 흘러가지 않도록 뒤에서 막아내는 것. 그것이 국민의 역할이고 지금 아주 훌륭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조그맣게 얹고 싶은 이야기는 북한과 한국 여당에 관한 부분입니다. 우선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을 쏘고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한국의 협상력을 높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북한이 한국 좋으라고 굳이 미사일을 쏘고 있지는 않을 테죠. 지금 시점에 계속 미사일을 쏘는 이유는 아마 북한에도 국내 정치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곧 미국과 다시 협상을 재개해야 하고 핵 포기 문제가 계속 거론될 텐데,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을 모조리 죽일 수는 없겠죠. 그러므로 미사일이라는 재래식 무기를 통해 핵 포기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달래주어야 할 겁니다. 또 미국과 협상에 들어가고 나서도 계속 미사일을 쏠 수는 없으니 그전에 최대한 전력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미국과의 협상력도 높일 수 있고요.



이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여당은 미사일 문제에 대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오히려 이 부분을 한 무역마찰에서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계속해서 한미일 공조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고,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것은 한국의 현재 위치에서 알맞은 대외전략일 뿐만 아니라, 일본이 싸움을 건 이유(위기감)를 해결해주는 차원에서도 알맞은 대응방법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라는 적이 실재하고 그 적이 적극적으로 도발하는 모습을 눈앞에 두고 한국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끼리 지금 이럴 때야? 같이 손 잡고 북한 문제 해결해봐야 되는 거 아니야? 일본 너는 우리가 동맹국이 아닌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 계속하고 있을 거야? 미국 너는 이 상황에 돈 내라는 얘기만 계속하고 있을 거야?"라고요. 즉 단합을 촉구할 명분이 생깁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국면은 한국 집권 여당에게 상당히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갈등을 빠르게 훌륭하게 봉합하면 그것대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고,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그것대로 반일 감정과 국내 단합을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여기까지 한일 무역마찰이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라는 관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때로는 정치의 창으로 경제를 바라보고, 때로는 경제의 창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것이 바로 정치경제학이 아닐까 합니다. 국제정치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번 한일 무역마찰을 계속해서 주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상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또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일 무역마찰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다"는 총 세 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앞 이야기를 함께 읽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드려요 :)


<1편>

일본 국제정치 · 국내 정치 분석

- 왜 일본은 지금 이 시점에 이러한 조치를 취했을까?


<2편>

미국 국제정치 · 국내 정치 분석

- 미국은 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않을까?

- 미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3편>  (이번 편)

한국 국제정치 · 국내 정치 분석

- 한국은 지금 정확히 어떤 상황에 처해있을까?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지소미아 연장 거부는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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