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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반짝 Dec 16. 2019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 내용, 배경, 한계와 전망

중국과 미국은 왜 지금 1단계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을까?


2019년 12월 13일 금요일 저녁 무렵, 중국 SNS 상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의 12월 13일 밤 10시 30분 기자회견에 관한 "취재 통지"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12월 13일 밤 10시 30분에 <중미 무역협상과 관련된 진전 상황>에 대한 기자회견을 연다는 것이었습니다.

중미 협상이 타결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이어졌고, 밤 11시 실제로 "중국과 미국이 제1단계 경제무역협의 문헌에 합의했다"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 내용

중국 CCTV 뉴스에 따르면 합의 문헌은 총 9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문 △지적재산권 △기술이전 △식품과 농산품 △금융서비스 △환율과 투명도 △무역 확대 △양자 평가와 분쟁 해결 △최종 조항이 바로 그것입니다.


13일 기자회견에서는 그 내용의 일부가 발표되었는데요.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내용에 간단한 해설을 덧붙여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관세
미국은 12월 15일 부과할 예정이었던 1,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취소하기로 했다. 9월에 관세를 올렸던 약 1,2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7.5%로 낮추는 것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부과한 25%의 관세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미국 측은 중국산 상품에 부과하던 관세의 일부를 완화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와 관련해 기자들 앞에서 "2,500억 달러에 대해서는 25% 관세가 대체로 유지될 것이다. 이것들은 2단계 합의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서 사용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관세를 통한 대중 압박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죠.


무역 확대
중국은 향후 2년 동안 미국으로부터의 상품 및 서비스 총수입을 2,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릴 것임을 약속했다.

지난 12월 8일 중국 관세청이 발표한 대외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약 1,09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12월 수입액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무역전쟁 이후 상당히 하락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으로부터 2,000억 달러 수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식품과 농산품
중국은 미국산 식품, 농수산품의 구입을 늘리고 비관세장벽 문제를 해결하며, 미국 가금류 수입 금지를 해제하기로 했다.

13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국 농업농촌부 부부장 한준(韩俊)은 "중국은 곡물의 기본적인 자급자족과 식량의 절대 안보를 고수했다", "협약이 이행된 후에는 미국의 밀, 옥수수, 쌀 수입이 이루어질 것이나 그 양은 관세 할당량의 범위 내에서 엄격히 통제될 것이다"라며 미국산 농산품 수입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중국 측에서는 농산품 구매의 구체적인 내용과 데이터를 향후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죠. 반면, 미국 측(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은 "중국이 향후 2년에 걸쳐 320억 달러 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농산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과연 완전한 합의에 다다른 것인지 의문을 남기는 대목입니다.


지적재산권
중국과 미국은 영업 비밀의 보호, 지적 재산권/지리적 표시/상표에 대한 제약 및 해적판의 소탕, 모조품에 대한 법 집행 등에 있어서 합의에 도달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합의에 도달했다"라는 표현이 상당히 모호하다고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중국 측 발표에 의하면 지적재산권, 기술이전, 금융 서비스, 환율 부문의 내용이 모두 이처럼 두리뭉실합니다.


한국경제신문 역시 "지적재산권 문제, 기술 이전 문제, 금융시장 개방 확대 등은 2,3단계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라는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하여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이하 항목은 중국 측에서 발표한 내용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기술이전
중국은 투명하고 공평하며 정당한 절차에 따라 기술 이전과 허가를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금융 서비스
중국은 은행, 보험, 증권, 신용등급 평가 등을 포함한 서비스 영역에 대한 시장 접근을 확대했다.


환율
중국과 미국은 경쟁적 환율 인하, 환율 목표 설정, 투명도 제고 등을 포함하여 환율 정책의 투명도 방면에서 공통된 인식에 도달하였다.


분쟁 해결 메커니즘
지도자급과 실무급에서 정기적인 양자 협의 메커니즘을 설립하고, 분쟁 해결을 위한 강력한 절차를 수립하여 모든 당사자가 공정하고 빠른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확실히 보장하기로 했다.




2. 배경

여러분께서는 방금 무역합의의 내용을 살펴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저는 협상 내용에서 아직 많은 부분이 비어있고, 장기적인 변화의 방향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연합뉴스 역시 "중국의 관영 매체들 역시 이번 합의가 미국과 중국의 '새 출발'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자국의 승리로 포장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최종 서명해도 향후 양국 간에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라고 분석했죠.


그렇다면 이제 궁금해지는 것은 "왜 이 시점에 이러한 1단계 합의가 이루어져야 했는가" 즉 "무엇이 중국과 미국으로 하여금 잠시 (그리고 불완전하게) 손을 맞잡도록 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해 중국의 한 매체는 중국의 입장을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외부 환경을 확보하면 수출 환경이 개선된다. 그러면 자본시장과 수출기업의 전망을 안정시킬 수 있고 경제 하방 압력도 완화시킬 수 있다. 미국 농산물을 대량 수입하면, 높은 수준의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고 민생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과의 무역 협력 확대는 중국 경제의 질적 성장이라는 요구와 부합한다. 마지막으로 개혁과 개방 조치는 중국 발전을 위한 필요와 일치한다. 또한 중국 경제 성장의 잠재력을 열어줄 것이다.


요약하면 "중국은 내부의 경기 침체 상황 때문에 미국과의 1단계 협상 타결을 통해 경기전망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고, 더더군다나 미국이 요구하는 '개혁'이 중국의 궁극적인 경제발전 방향과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으므로 협상에 응한 것이다"라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분석에 매우 동의합니다.


중국 내부의 경기 침체 상황은 최근 발표된 각종 지표를 통해 여실히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지표들은 줄줄이 중국 경제에 노란불 내지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보여주었죠. 투자/소비/수출 지표가 약세이고. 생산자물가지수(PPI)가 하락했으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급상승, 재정 수입 성장률은 대폭 감소, 공업기업 이익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습니다.


중국의 경제 발전 시스템 개혁은 최근 일련의 정치적 행사에서 뚜렷하게 강조되어 왔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2월 6일의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와 10월 28일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 전회) 입니다. 12월 6일 중앙정치국 회의는 연말에 열릴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앞두고 2020년 정책의 주요 노선을 결정하는 회의라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 4중 전회는 중국 경제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가지 회의를 관통한 중국 정부의 경제 발전 핵심 방향은 무엇일까요? 질적 성장, 안정적 성장, 개혁과 구조조정, 시장 위주로의 전환입니다. 그래서 그 하위 개념으로 세금 감면과 내수 확대, 국유기업 개혁, 은행·금융업 개혁, 인프라 구축 강화, 부동산 투기 억제, 과학기술 혁신과 같은 정책을 강조하는 것이고요.


결국 중국의 현재 경제 상황 및 장기적인 발전 방향과 맞아떨어졌기에 중국은 미국과 1단계 합의를 맺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입장은 어땠을까요? 해당 중국 매체는 미국의 입장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미국 하원은 공식적으로 트럼프를 탄핵했다. 게다가 중미 무역 마찰로 인해 농업계 등이 손해를 입어 현재 지지율이 임기 초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대선 경합이 이루어질 주(州)의 표를 공고히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미국 경제는 아직까지 회복력이 있으나 이미 하락 주기에 접어들고 있다. 무역 마찰을 완화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면 대선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협상 타결을 이끈 것이다.


요약하면 미국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으로 중국과 1단계 합의를 맺었다는 겁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부분은 미국 행정부의 수장인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미중 무역 협상의 강력한 변수라는 점입니다. 미국에서 무역정책에 대한 협상 권한은 행정부 산하 USTR(미국 무역대표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경제 역시 같은 맥락의 분석을 제시했는데요, "이번 합의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여주기 식 성과 내기라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선 때까지 큰 규모의 합의를 했다는 점만 부각하면서 선거에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라며 "문제는 미국 내부적으로도 장기화하는 무역전쟁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3. 한계와 전망

자, 이렇게 1차 무역협상의 내용과 배경을 살펴보고 나면, 이번 무역협상의 한계와 전망은 매우 뚜렷해집니다. 약간은 두리뭉실한 협상 내용. 그리고 중국과 미국 각자가 현재 처한 상황.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서 소개해드린 중국 매체는 이번 협상의 한계점을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타결은 주로 경제 및 무역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세 역시 아직 모두 취소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아직 문서 수준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을 뿐 이후 법률 절차와 서명을 거쳐야 하는 변수도 남아있다. 협상 이행에 있어서 양측에 큰 이견이 있는 경우 협상은 폐기되고 마찰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지정학적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미국은 홍콩과 신장위구르 문제를 통해 중국을 계속 견제할 것이다.


결국 중국과 미국은 각자가 현재 처한 상황에 의해 잠시 손을 잡은 것이므로, 상황이 변하면 협상 내용과 양측의 관계는 언제든 다시 변화할 수 있다것입니다.


여러 매체들도 대부분 같은 맥락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경제는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의 왕쥔 부주임의 말을 인용하여 "1단계 합의는 일시적 화해로, 완전한 휴전이 아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MBN 뉴스 역시 "일단 확전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복잡한 쟁점이 여전해 완전 분쟁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고요. 파이낸셜 뉴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급변할 경우 새로운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1단계 합의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는 왕용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 주임의 말을 인용하였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이번 협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의견을 댓글에 남겨주세요! :)


본문에서 인용 및 참고한 문헌은 주소와 함께 댓글에 남겨놓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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