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별반짝 Jul 24. 2020

"미국은 주 청두 영사관 폐쇄해라"--왜 '청두'인가?

중국, 실리주의 외교의 끝판왕을 보여주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은 중국 정부에 대해 "72시간 안에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명분은 무엇인가?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휴스턴 총영사관이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중심지였다"

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명분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모양이다.

왜 그럴까?

1. 진짜 '지식재산권 절도'가 문제였다면 실리콘밸리를 관장하는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을 폐쇄했을테니까.

2.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있으니까.

즉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대선 판세를 뒤집기 위해 '중국 때리기' 카드를 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좀 더 직설적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트럼프의 중국 정책에는 재선 선거운동을 흥행시키려는 것 외에는 어떤 전략도 없다"


그림 출처: 중앙일보 "中 "청두 미 영사관 폐쇄" 맞불... G2, 초유의 '공관 전쟁'"


중국은 보복 조치를 꺼내들었다.

오늘(24일), 중국 외교부는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영사관의 설립과 운영을 철회한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1. 왜 청도 영사관인가?

2. 중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그림 출처: 중앙일보 "中 "청두 미 영사관 폐쇄" 맞불... G2, 초유의 '공관 전쟁'"



먼저 첫번째 질문부터 해결해 보자.

왜 청도인가?


이 질문을 한 층 더 구체화하면

(1)청도 이외의 다른 도시 영사관이 안 되는 이유

(2)청도가 적합한 이유

로 나눠 볼 수 있다.


청도 이외의 다른 도시 영사관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한반도의 모양을 '호랑이'에 비유하듯이

중국은 중국 땅의 모양을 '닭'에 비유한다.


우선 선양은 '닭의 머리'다.

미국의 주 선양 영사관은 주로 러시아, 한국, 북한을 관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중미 갈등과는 딱히 관련성이라던지 상징성이 없다. 또 괜히 폐쇄시켰다가 북한과 관련한 문제가 튀어 나올 수도 있다.


'닭의 가슴' 상하이는 어떤가?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 수도다. 미국의 주 상해 영사관은 다른 영사관보다도 경제적으로 그 역할이 크다.

미국과 경제 관계를 끊으려는 것도 아닌데, 굳이 상해 영사관을 폐쇄시키는 강수를 둘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발전한 광저우의 영사관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면 '닭의 다리' 홍콩은?

상징성은 있다. 최근 국가보안법 시행을 두고 미국과 충돌해 온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댓가가 너무 크다. 주 홍콩 영사관은 미국 외교관이 제일 많은 지역이다.

게다가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에 미 영사관까지 폐쇄시킨다?

굳이 이렇게까지 세게 나갈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닭의 뱃속' 우한은?

우한은 이미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외교부 직원들이 철수한 상태다.

빈 집에다 대고 나가라는 말을 하면 어떨까?

바보 아니면 실없는 사람 취급을 당할 것이다.


Photo by Ningyu He on Unsplash


이렇게 해서 남는 곳은 딱 하나, '닭의 더 깊은 뱃속' 청두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조치가 아주 절묘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다른 곳이 안 되니까 청두를 선택한 것만은 아니다.
주 청두 영사관을 폐쇄하기 딱 좋은 이유가 세 가지 있다.


미국의 주 청두 영사관이 이번 폐쇄 조치에 딱 적합한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주 청두 영사관은 그렇지 않아도 중국 정부에게 아주 눈엣가시같은 곳이었다.

둘째, '공관 문제'에 대해 상징성이 있다.

셋째, 청두는 휴스턴의 상대역으로 딱이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첫째, 주 청두 영사관은 그렇지 않아도 중국 정부에게 아주 눈엣가시같은 곳이었다.

왜?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 문제 때문이다.

미국의 주 청두 영사관은 신장과 티베트 지역 정보 수집을 담당한다.


음... 일각에서는 정보 수집보다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한다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최근 5년간 신장, 티베트 지역과 중국 공산당 사이 갈등의 배후에는 모두 주 청두 영사관이 있다'

같은 소문도 있다. 중국 인터넷과 중국 친구들로부터 전해 들은 소문이다.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중국 내부에 이런 이미지가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둘째, '공관 문제'에 대해 상징성이 있다.

이것 매우 중요하다.

누구에게? 중국인에게 중요하다.

왜? "1999년 주 세르비아 중국 대사관 폭파 사건" 때문이다.


1999년 5월 7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군기가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크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을 오폭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중심은 미국이다. 그래서 어떤 중국인들은 이 사건을 '미 공군이 중국 대사관을 폭파한 사건’이라고 기억하기도 한다.

이 사고로 중국 기자 3명과 세르비아인 14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다쳤다. 중국 대사관 건물은 완전히 파괴됐다.


미국은 이 사건이 '순전히 실수로 인한 오폭'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국은 '고의적인 조준 폭격'이라며 분노했다.

이후에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은 '오폭'을 사과했다.

그러나 많은 중국인들은 일국의 대사관이 폭파되고 사망자까지 나왔던 데 비하면 미국의 대응은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

그리고 그 때 미국의 더 성의있는 사과를 받아내지 못했던 것은 '나라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 그나마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의 사과라도 받아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주 청두 영사관과 관련이 있다.

격분한 중국인들이 바로 이 곳으로 달려가 불을 지르며 격렬하게 항의했던 것이다.

주 청두 영사관은 미국의 베이징 대사관이나 상하이 총영사관에 비해 경비가 느슨했기 때문에 이처럼 공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 청두 미 영사관을 폐쇄하는 조치는, 중국인들에게 1999년 주 세르비아 중국 대사관 폭파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그 때는 나라가 약해 억울한 일을 당해도 말을 못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1999년의 중국과 2020년의 중국은 다르다.
이제는 우리도 당한 만큼 대응한다.


바로 '상징성'이 있다는 것이다.




셋째, 청두는 휴스턴의 상대역으로 딱이다.

청두가 작은 도시는 아니다.

오히려 서부 개발의 거점 도시이자 떠오르는 신흥 경제 도시로 나름대로 무게감이 있다.

그런데 그 무게감이 상해, 광저우, 홍콩만큼 크지는 않다.

주 휴스턴 영사관 폐쇄와 딱 균형이 맞는다.

휴스턴과 청두 모두 야구로 치면 홈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헛스윙도 아닌, 딱 안타 치는 정도의 무게감을 지녔다.


여기서 캐치할 수 있는 중국 정부의 태도는 무엇인가?

'일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영사관' 하나를 폐쇄했으면 똑같이 '영사관' 하나 폐쇄해도 될 일이다. 그것이 어느 도시의 영사관이든 말이다.

상대국에게 있어서 더 중요한 영사관이든, 덜 중요한 영사관이든, 뭐 어떤가?

미국이 먼저 때렸으니, 중국으로선 명분이야 충분하다.

그런데 굳이 그 무게감에 있어서 휴스턴과 동급인 청두의 영사관을 폐쇄했다는 것은


"내 체면이 있으니까 너가 때린 만큼은 나도 때려야겠어
근데 일을 키우고 싶지는 않다"


라는 것이다.


Photo by Frida Bredesen on Unsplash


여기까지 살펴보고 나면,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 정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상당히 명확하다.

1. 신장, 티베트 문제에 관여하지 말랬지

2. 1999년의 중국과 2020년의 중국은 달라. 이제 우리는 맞으면 그만큼 때려.

3.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트럼프 네 선거에 우리 좀 이용하지 마.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국내 여론은 거의 90% 이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주 세르비아 중국 대사관 폭파 사건에 대한 기억 때문인 듯 하다.


내가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를 보고 드는 생각은

1. 정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돌려줬네

2. 이번 기회에 눈엣가시 같았던 주 청두 미국 대사관도 처리했네

3. 중국 인민들 마음까지 다독여 줬네

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를 '일석삼조' 혹은 '실리주의 외교의 끝판왕'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중 무역전쟁, <기술 경쟁>의 각도에서 다시 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