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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반짝 May 02. 2019

미중 무역전쟁, <기술 경쟁>의 각도에서 다시 보기

제4차 산업혁명 - 미래 산업 - 5G - 화웨이 사건의 연결 고리

오늘 저는 이 글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사건의 범위를 어디에서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두 번째, '미-중 무역전쟁'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최근 세계에서 일어난 세 가지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1
2018년 12월 1일 캐나다 벤쿠버
화웨이 부회장 겸 CFO 멍완저우 체포


2018년 12월 5일(현지 시간) 캐나다의 일간지 글로브앤메일은 화웨이의 부회장 겸 글로벌 최고재무관리자(CFO) 멍완저우(孟晩舟)가 1일 캐나다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체포 이유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입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오른쪽)가 최근 경호원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의 한 보호관찰소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 출처: 중앙일보(참고문헌[3])


멍완저우는 화웨이의 창업자이자 현 회장인 런정페이(任正非)의 장녀입니다. 런정페이는 1987년 화웨이를 세웠습니다. 화웨이는 네트워크 및 통신 장비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입니다. 스마트폰과 중고급형 태블릿 기기들도 출시하고 있지만, 주력 사업은 여전히 네트워크 및 통신 장비입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성장하여 2014년 순이익 상으로 세계 최대의 장비 제조사가 되었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세계 100대 기업 중 45개 기업과 디지털 부문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사건 2
2019년 2월 21일 중국 랴오닝성(辽宁省) 대련(大连)
호주산 석탄 수입 통관 무기한 연기


2019년 2월 21일 중국 랴오닝성 대련 해관은, 관할 항구에서 호주산 석탄의 통관을 무기한 연기하며, 관할 항구의 2019년 석탄 수입도 총 1,200만 톤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치에 대해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이 조치는 완전히 일반적인 수속이며 안전과 품질 검사, 환경 보호를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로이터(REUTERS: 영국의 매체. 국제적인 통신사)는 이 조치에 대해 중국이 국내 석탄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수입량을 조절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했습니다. 그러나 포츈, 블룸버그 등 여러 매체들은 다른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미국 정부의 중국 이동통신 장비 사용 금지 조치에 따라 2018년 호주 정부는 화웨이가 호주의 5G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중국 정부의 석탄 수입 통관 연기는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분석이었습니다.



사건 3
2019년 4월 16일
애플과 퀄컴이 특허 소송전에서 합의


2017년 1월 애플은 '퀄컴이 독점 지위를 이용해 특허 사용료를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년여의 치열한 소송전 끝에, 현지 시각으로 2019년 4월 16일, 애플과 퀄컴은 합의를 보았고 세 개 대륙에서 진행되어 온 소송을 일괄 취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이 지난 2월 자사의 5G 모뎀칩 ‘스냅드래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블룸버그. 조선이코노미에서 재인용(참고문헌[14])


퀄컴은 미국의 반도체 및 통신 장비 기업입니다. 핸드폰에 탑재되는 칩셋은 이들의 주력 상품입니다. 퀄컴과의 소송으로 애플은 최신 아이폰에 인텔 모뎀칩만 탑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인텔의 5G 모뎀칩 개발이 지지부진하여 5G 아이폰 출시가 2021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5G 칩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삼성, 퀄컴, 화웨이 3사뿐입니다. 애플은 이미 삼성에 5G 칩 구매를 문의했으나 삼성은 생산 수량을 맞출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화웨이는 애플에 5G 칩 판매를 제안했으나, 미국 정부가 보안상 이유로 금지할 것이 예상되어 애플 측에서 거절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의 선택은 퀄컴과의 소송전을 끝내고 퀄컴의 5G 칩을 사용하거나, 인텔이 5G 칩 개발에 성공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었겠지요. 삼성이 이미 갤럭시 S10 5G 모델을 출시한 상황에서 인텔의 5G 칩 개발을 기다리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한 편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미 정부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를 통해 두 회사의 합의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G 기술은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로, 중-미 5G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양사가 빠르게 합의해야 퀄컴이 R&D 부문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 문제를 봐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고등학교 1학년 1반 학생들은 점심을 배식받는 순서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의견이 분분합니다. 키가 작은 A는 키 작은 사람부터 받자고 주장합니다. 반에서 1등이고 반장인 B는 성적순으로 받자고 주장합니다. 이 문제로 A와 B는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감정이 상해 버렸습니다. B는 우수한 성적과 권력을 바탕으로 A를 못살게 굴기 시작합니다. 조별 과제에서 A와 같은 팀을 하지 않는다던지, A가 맡은 청소 구역에 트집을 잡아 다시 하도록 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이 모든 트집은 '배식 순서'와는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A와 B도, 반 친구들도 모두 결국은 배식 순서가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어느 날 B의 친구인 C가 하굣길에 A의 친구인 D를 때리는 사건마저 일어났습니다. C는 A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A의 입장에서는 '점심을 배식받는 순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결국 모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핵심 문제에 대해 B와 협상할 수밖에 없겠죠.



미중 무역 전쟁은 '무역'전쟁이 아닙니다


미중 무역 전쟁은 '관세 문제'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2018년 7월 6일 미국은 340억 달러 규모의 철강과 하이테크 제품 등 중국 수입품 818종에 25%라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마찬가지로 3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에 관해 '통상마찰'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2016년 미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3,470억 달러의 적자를 냈습니다. 미국 무역적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그러나 이 수치를 바탕으로 '미국이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나섰다'라고 결론짓는다면, 저는 이것이 조금 섣부른 판단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수치로 보는 것과 다릅니다. 애플의 예를 들겠습니다. 아이폰 뒷면에 보면 '디자인은 캘리포니아의 애플에서, 조립은 중국에서(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림 1>을 보겠습니다. 아이폰의 국가별 수익배분구조를 살펴보면 조립을 담당하는 중국이 가져가는 수익은 3%에 불과합니다. 일본과 한국은 내부 부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갑니다. 비록 이 자료가 2012년 자료이지만, 미국 기업이 설계하고, 한국과 일본 기업이 내부 부품을 만들고, 중국에서 조립을 한 뒤, 완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는 지금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를 '동아시아 가치사슬'이라고 부릅니다. 즉 미국 기업도 배후에서 이익을 얻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무역적자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림 1> 아이폰의 국가별 수익배분구조. 출처: 참고문헌[15]


(2) 물론 이러한 배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대중 무역 적자 규모가 너무 크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동아시아 가치사슬을 통해 한, 중, 일 3국에서 무역 흑자가 나면, 우리는 이 돈을 어떻게 할까요? 국외에서 들어온 돈이 국내에서 모두 풀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달러를 사들입니다. 그러나 사들인 달러를 현금으로 쌓아놓으면 수익성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현금보다는 수익성이 좋으면서 필요할 때 얼마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고(환금성이 좋고), 자금 손실의 우려가 거의 없는(안정적인) 자산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 국채입니다. 한중일 3국,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일본은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큰 손들입니다. 아래 <표 1>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는 매년 엄청난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여 국가를 운영합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8년 회계연도 연방 재정적자는 7790억 달러(약 882조 6070억 원)에 달합니다. 이러한 재정적자를 유지하기 위해 발행하는 미 채권의 많은 부분을 동아시아에서 흡수해 줍니다. 위에서 설명한 동아시아 가치사슬과 맞물려 함께 돌아가는 국제 시스템인 셈입니다.


<표 1> 2018년 4분기 미 채권 보유국 순위 및 보유량. 단위: 백만 달러 (출처: 미 채권국 홈페이지)


(3) 미국은 무역 적자가 나는 것이 당연한 국가입니다. 세계에서 달러를 기축 통화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무역 적자가 나는 것은, 세계 각지에서 달러를 주고 물건을 사 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풀린 달러가 세계 각지에서 기축 통화로 사용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미국이 무역 적자가 나지 않으면 달러가 부족해진다는 의미가 됩니다. 물론 적자의 규모, 달러를 공급하는 다른 방법 등에 대해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 미국 달러가 기축 통화 역할을 맡고 있는 이상, 기본적으로 미국의 무역 적자 자체는 정상적인 일입니다.



문제는 기술력을 키우는 '시스템'입니다


다시 앞서 이야기한 세계고등학교 1학년 1반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반장인 B가 A에게 이런저런 트집을 잡고 있지만, 당사자인 A와 B, 그리고 반 아이들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핵심 문제는 따로 있다는 사실을요. 미중 무역 전쟁은 '관세 문제'로 시작되었고, 그렇기에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핵심 문제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강, 자동차, 농산품, 이런 '물건'이 오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기술력'을 육성하는 '시스템' 말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두 개의 물음표가 떠오릅니다. 첫째, '기술력'이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둘째, '시스템'이란 어떤 시스템을 의미하는가?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여기서 제가 이야기하는 기술력은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입니다. '핵심 기술'이 무엇이냐는 데에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술은 일종의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적용시켜 인력을 절약하는 것 혹은 같은 인력을 써서 더 나은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술의 목적입니다. 이러한 목적은 방법의 고안, 설비의 적용, 사용 방법의 보급, 관리 능력의 향상을 통해 달성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이러한 목적과 가장 부합하는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미 지나간 기술도, 아직 너무 이른 기술도 아닌, 지금의 필요와 가장 맞아떨어지는 기술은 어떤 것일까요? 공장, 농장, 사무실, 가정에서 생산성을 높여주는 기술, 인간이 많은 기계를 빠르고 정확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이겠지요. 즉 5G,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공장, 전기자동차, 무인운행, 이동통신, 통신장비, 스마트폰과 같은 통신전자제품 등의 생산과 관련된 기술이 있겠습니다.


Photo by Franck V. on Unsplash


이 기술들은 가까운 미래에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5G,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을 단지 '새 시대의 기술'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기술의 '적용'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삶에 이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습니다. 기술력으로부터 산업 경쟁력이 나오고, 산업 경쟁력으로부터 경제력과 국력이 나옵니다. 따라서 미국은 현재 가지고 있는 힘과 수단을 한껏 동원하여,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도록 거리를 벌리고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술력을 육성하는 '시스템'이란 어떤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중국을 보십시오. 1978년 개혁개방(대내 개혁, 대외 개방) 정책을 시행할 무렵 중국이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정확히 40년이 지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라는 주제를 논할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개혁개방 정책 40년 동안 중국 정부는 양 팔을 걷어붙이고 산업 육성을 전면에서 전두지휘했습니다. 보조금/법규 개정/각종 지원책 등 국내 정책, 관세/비관세 장벽/외교정책 등의 대외정책을 모두 동원하여 국내 산업을 육성했습니다. 그렇게 중국 경제는 성장을 거듭하였고, 2015년 5월 8일, 중국 국무원은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 제조 2025(中国制造2025)'전략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중국 제조 2025'전략은 중국이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정책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첨단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아니라, '기술 자급자족의 실현', 즉 강력한 기술력을 보유한 강대국으로 거듭나려는 정책입니다. 또한 이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이전에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정부 주도 하에 전면적인 대내외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 상황을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가만히 놔두면 중국은 지난 40년간 그래 왔던 것처럼 발 빠르게 성장할 것이고, 미국의 기술 우위를 따라잡을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위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경계하는 중국의 '시스템'------'국가 주도형 경제 시스템'입니다.


방금 중국의 시스템을 설명할 때 저는 단어를 신중하게 골랐습니다. '국제사회의 규칙을 지키지 않고', '불공정한' 시장을 운영하며 성장했다는 표현을 지양하고 싶었습니다. '국제사회의 규칙'이란 누가 무엇을 위해 만든 규칙인지, '공정한'시장이란 누구를 위한 시장인지에 대해 저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을 옹호하려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한국 역시 국제사회에서 '규칙을 만드는 국가'가 아니라 '규칙을 따르는 국가'의 일원인 상황에서, 다른 이가 짜 놓은 판을 당연히 여기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글로 이야기를 풀어놓고자 합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중국이 지난 40년 동안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하여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시행할 경우, 그 결과 또한 마찬가지로 미국에 위협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자신의 판, 자신의 룰에 중국을 끼워 맞추기 위해서 지금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동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물건을 더 많이 파는 것, 물론 중요합니다. 대두, 석유, 보잉 항공기, 모두 많이 팔면 많이 팔수록 좋지요. 그러나 이것은 단기적 이익입니다. 국가의 장기적 이익에 있어서 더 핵심적인 문제는 '미래 기술 경쟁력을 누가 가져가느냐'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기술 탈취, 지적재산권 침해, 중국 시장 진출 시 기업 핵심기술 이전 요구, 중국 시장에서의 불공정 경쟁(보조금 지급 등)과 같은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육성 체제를 바꿔놓는 것이 이번 전쟁의 핵심 목적이 되겠지요. 아직 완전한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간간히 전해지는 협상 내용을 통해서도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중 무역 전쟁을 기술 경쟁의 각도에서 보아야 합니다


여기까지 기술력을 산업 경쟁력과 연결 지어 이야기했지만, 한 가지 덧붙일 점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국가 안보 문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미래 핵심 기술은 모두 '정보 통신'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한 국가를 '공격하는' 방법이 더욱 다양해집니다. 공장 설비, 사무실 기자재, 자동차 운행 등이 모두 5G 기술을 통해 인터넷 망에 연결되어 통제받고 있을 때, 인터넷 망을 툭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국내 산업을 상당 부분을 마비시킬 수 있으리라는 상상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5G 기술은 다량의 디바이스가 동시다발적으로 망에 연결되는 특성상 보안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글을 시작할 때 꺼낸 세 개의 사건에 모두 네트워크 및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이제 가장 처음에 던진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사건의 범위를 어디에서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사건은 단순히 미국과 중국의 관세 싸움과 미중 대표단의 협상이라는 차원에서 머무는 사건이 아닙니다. '무역'전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은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싸움이며, 이를 위해 상대국에 자기가 유리한 규칙을 적용하려는 힘 겨루기입니다. 세계고등학교 1학년 1반에서 A와 B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B의 친구인 C가 하굣길에 A의 친구인 D를 때리는 사건이 일어나면 이 역시 A와 B의 갈등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호주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 역시 미중 무역전쟁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관세 장벽과 대표단 협상을 넘어서, 미중 무역전쟁을 기술 경쟁 각도에서 보면, 맨 처음에 꺼낸 세 가지 사건이 하나의 선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각도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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