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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Oct 23. 2023

그림으로  배우는 인생, 네 번째

흙수저여도 괜찮아!

그림작업을 하고 몇몇 작품은 액자에 넣고 싶어서 액자를 사러 갔다. 그리고 액자 귀퉁이에  깨지지 말라고 붙여놓은 삼각형 모양의 카드보드지가 눈에 들어왔다. 종이가 두툼하고 빳빳한 것이 그냥 버리기 아까웠다. 그래서  요리조리 붙여보다가 이렇게 작은 박스를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옆 두께가 꽤 있어서 사이드도 연장해서 그림을 그렸다. 액자에 넣지 않아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든 것 같아 나름 뿌듯함을 느꼈다. 그냥 쓰레기라고 생각했으면  버렸을 포장종이였는데 나름 작은 캔버스로 재탄생을 했고 우리 집을 예쁘게 만들어줄 작품으로 변신했다.

이렇게 미술 작품은 꼭 좋은 재료만 가지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술작품은 어떤 것으로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쓰레기로 보이는 것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작은 스케치북이나 작품의 도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황소 그림으로도 유명한 이중섭 작가님도 당신이 피던 담배를 싸던 은색 작은 종이에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 손바닥 반만 한 작은 종이에 그린 그림이 지금은 얼마나 비싸고 유명한 작품이 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버려질 법한 재료가 멋있는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을 볼 때마다, 하물며 한낱 물건도 이렇게 달라지는데 사람은 오죽할까 싶다. 요즘은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면서 타고난 부모의 재력과 재능이 없으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악담 아닌 악담을 믿고 있는 세상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그림을 통해 배우고 내 삶으로 증명했다.


학교 다닐 때 그 흔한 반장 부반장도 한번 해 보지 못한 채, 바보 겨우 면한 존재라 여기며 자랐다. 겨우 지잡대 졸업장을 가지고 미국온 내가  미국에  대학원 학위를 2개를 따고 심리치료사가 되고 작가도 되고 화가도 되었다. 물론 대단히 능력 있고 성공한 유명한 사람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성취이지만, 나는 그냥 종이쪼가리에 머무르지 않았다. 내가 성공을 하고 안 하고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안의 잠재력을 끄집어내어 나를 나답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지금 행복하다는 것이다.


내 재능이 부족하고  내 배경이 훌륭하지 않은 것으로 인생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우린 분명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훌륭하고 멋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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