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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Jan 03. 2024

그림으로 배우는 인생, 여섯 번째

가끔은 한 발짝 물러나기

지금은 여건상 큰 그림을 그리지는 않지만 대학원을 다닐 땐 내 키만 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드로잉을 한 적이 많다.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릴 때면 교수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일어나 뒤로 물러나 그림을 멀리서 보라는 말이었다. 한참 그림을 열중해서 그리고 있는데 교수님이 다가와 툭툭 건드리며 일어나서 한참 뒤로 가서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라는 이 행동이 때로는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그렇게 몇 걸음 떨어져서 멀리서 그림을 바라볼 때면 가까이 있을 때 보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중에 가장 흔한 것은 전체적인 그림의 구도나 색감이 무너져 있는 경우였다. 그것을 교수님은 미리 아셨던 것이다.

 

큰 캔버스를 그리면서 앉아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내 눈앞에 그리고 있는 부분에만 과도하게 몰입을 하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구상했던 구도나 색감을 잊어버리고 현재의 느낌대로 그릴 때가 많다. 그러면 전체적인 그림의 구도나 방향이 무너져서 다시 새롭게 고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가끔은 그리던 행동을 멈추고 일어나 전체적인 그림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자주 확인을 해야 했다. 이런 면에서 큰 작업을 할 때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일어나서 뒤로 멀리가 그림을 보고 앉았다 하는 신체적 노동(?)을 동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귀찮은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그림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그림 그리는 시간을 아끼는 기술이기도 했다.


인생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많이 한다. 우리의 인생을 때로는 멀리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균형을 잡으며 살 수 있다. 인생 중반을 지나가면서 내가 느낀 인생의 지혜는 자신의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며 사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요소를 적정한 상태로 유지하며 균형을 이루며 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혹시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나 너무 집착하고 있는 부분이 없는지 중간중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인생은 절대로 한 가지 목표만 성취한다고 만족스럽거나 행복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 부만 이룬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인기나 명예만 있다고 행복해 지지도 않는다. 매년 때마다 스타 연예인들의 자살소식은 이를 확실히 증명해 준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만 있다고 항상 행복할 수도 없다. 누군가에겐 가족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고 또 누군가에겐 자신의 커리어가 가장 중요하다. 이렇듯 개인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다르고 이루고자 하는 소원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것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인생이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들 명문대만 들어가면, 취업만 되면, 결혼만 하면, 10억만 모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지만 정작 그 모든 일이 이루어져도 영원히 만족스럽거나 행복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느라 소홀해진 다른 영역들이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생의 어느 순간 자신히 소홀했던 부분, 대부분은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관계나 자신의 건강, 자신의 꿈등을 다시 메꾸기 위해 반드시 되돌아가거나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일어난다. 인생을 살다가 이렇게 되돌아가 다시 고칠 수 있다면 오히려 천만다행이지만 인생은 이런 기회를 구하지 못할 때도 생기다는 것이 문제이다.


가끔은 모든 것을 멈추고 살아온 나의 인생을 돌아보고 나를 둘러싼 관계를 전체적으로 보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혹시 나에게 중요한 것들을 놓치거나 방치하고 있지는 않았었는지, 그리고 지나치게  욕심이나 집착을 부리고 있는 부분은 없었는지 자신의 인생을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훈련이 분명히 개인의 인생의 균형과 삶의 질을 높여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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