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 정도 일도 하지 않고 미주 캠핑카 여행만 다닌다는 우리에게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거나 아니면 남편의 사업이 크게 돈을 벌었거나 조기 은퇴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린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있어서 떠나는 게 아니다. 오지도 않을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을 희생하기보다는 현재를 더 충만하게 살기 위함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의 소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여행은 큰 도전이었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나를 아는 모두는 나의 선택을 의아해했다. 안정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내가 갑자기 너무 무모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는 확신이 있었기에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건 건강만 하다면 남편은 가족을 절대로 굶겨죽일 사람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
원래 하고 있는 교정기 만드는 전문기술도 있지만 행여 그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남편은 손재주가 탁월하다. 교정치과에서 교정기 만드는 것을 곁눈질로 배운 기술로 사업을 차릴 만큼 눈썰미가 좋고 손이 야무지다. 그 덕분에 우린 이 집에 23년 넘게 살면서 자잘한 집수리로 사람을 부른 적이 없다.
수도가 고장 나도
전구가 나가거나
화장실이 막혀도
문이 잘 안 열리고
차고 문이 고장 나도
남편이 만지기만 하면 다 해결되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아빠가 뭐든 고칠 수 있는 만능손이라 생각하고 장난감이 부러져도, 목걸이가 끊어져도, 자기가 좋아하는 가방이 찢어져도 다 아빠에게 가지고 왔다. 그러면 남편은 정말 뚝딱 고쳐주곤 했다.
22년 전 처음으로 이 집을 사서 이제 겨우 서른이었던 남편은 없는 살림에 거의 매일 IKEA에 가서 자기가 원하는 부엌을 디자인하고 천장 전구부터 손잡이 하나까지 손수 다 고르고 직접다 조립했다. IKEA에는 팔지도 않는 대리석도 주문하고 원래 집에는 없던 아일랜드까지 혼자 다 만들었다. 퇴근하고 와서 매일 조금씩 거의 한 달을 혼자서 만든 부엌이다. 그때 난 알았다. "아.. 이 사람은 어딜 가도 굶어 죽진 않겠구나~"
부지런함과 손재주가 장착되어 있는 사람이니 어딜 가도 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정말 내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23년을 가족을 봉양했고 앞으로도 그럴 사람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기에 과감하게 떠나는 것이다. 2년 정도 놀고 와도 얼마든지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미래의 삶에 대한 너무 큰 욕심이나 기대만 내려놓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손재주가 탁월한 부부가 어디 가서 굶어 죽을까? ㅎㅎ 이런 마음으로 그냥 질러보는 것이다.